[월드챔프 스토리] 코텍

2010년 여름. 환갑이 넘으면 은퇴해 여생을 즐기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코텍 창업주 이한구 회장은 김영달 아이디스 대표이사에게 코텍을 맡아줄 것을 제의했다. 세계 카지노 게임기 모니터 시장 1위 기업인 코텍은 충분히 매력적인 회사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당시 김영달 대표는 아이디스 경영에 매진하느라 다른 곳을 쳐다볼 여력이 없었다.

이후 2012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김영달 대표는 이한구 전 회장을 찾아갔다. 이한구 전 회장은 2년 동안 50여 업체를 미팅하며 매각을 타진했지만,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회사를 발전시켜나갈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디스를 세계 1위 보안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시킨 김영달 대표의 기술력과 경영 능력을 높이 평가해온 이한구 전 회장은 김영달 회장이 제시한 조건을 흔쾌히 받아들여 3분 만에 계약이 성사됐다. 이렇게 해서 코텍은 김영달 대표가 이끄는 아이디스 그룹의 자회사로 편입이 됐다.

생산 모니터 종류만 350가지
코텍은 세계 슬롯머신(카지노) 디스플레이 시장 1위 기업이다. 세계 슬롯머신 제조업체 1, 2위인 IGT와 아리스토크라트의 게임기에 코텍의 디스플레이를 각각 87%, 98.5%씩 공급하고 있다. 카지노 산업이 발달한 북미 지역에서 코텍의 시장 점유율은 70%가 넘고, 세계 시장 점유율은 52%에 이른다. 쉽게 말해 전 세계 슬롯머신 2대 중 1대가 코텍 제품인 셈이다.

코텍은 국내에서는 드물게 산업용 디스플레이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산업용 디스플레이는 일반 모니터보다 높은 기술력을 요한다. 연중 24시간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먼지나 습도, 열 등에 강한 내구성을 지녀야 하고, 수많은 판돈이 오가는 카지노에서 조작 의혹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카지노에 있는 모든 슬롯머신의 색상 차이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야 한다. 또 슬롯머신 회사마다 제품 사양도 제각각이라 주문자가 요구하는 까다로운 조건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김영달 대표는 코텍을 인수한 후 연구개발 인력을 두배로 늘리는 등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했다. 카지노 모니터의 고급화·대형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모니터 터치 기술팀을 새로 꾸리는 등 원천기술 확보에도 나섰다. 그 결과 코텍은 기존 슬롯머신 업계를 장악하고 있던 미국 회사들과 비교해 품질이 전혀 뒤지지 않으면서도 특수한 기능을 갖춘 새로운 모니터들을 꾸준히 개발할 수 있었다.

산업용 디스플레이 분야는 텔레비전이나 휴대폰처럼 표준화된 제품이 아니라 고객의 주문에 따라 제품을 만드는 다품종 소량 형태를 띠게 된다. 이런 연유로 코텍이 생산하는 모니터 종류만 해도 약 350가지에 이르고, 모니터 관련 특허는 46개 정도가 된다.

슬롯머신 게임기(캐비닛)는 고객들이 게임을 하고 싶도록 구미를 당기려면 눈에 확 띄는 화려함을 갖춰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점점 사이즈가 커지고, 화면은 선명해지며, 평면에서 곡선으로, 2D에서 3D, 4D로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코텍은 올해 2단 커브드(곡선형) 모니터와 84인치 대형 모니터를 출시한데 이어 게임용 의자에 앉으면 렌즈가 사람의 눈 위치를 인식해 3차원 영상을 보여주는 무안경 3D 기술 개발을 완료했다. 또한 단순한 디스플레이를 넘어 화려하고 세련된 느낌을 줄 수 있는 디자인 영역까지 진출했다. 이렇게 빠르게 발전하는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코텍은 매년 50~60종류의 새로운 카지노용 모니터를 출시하고 있다.

수출이 전체 매출의 99%
슬롯머신용 모니터에서 이미 세계를 석권한 코텍은 전자칠판, 의료용 모니터, 항공·선박·군용 모니터 분야로 점차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산업용 디스플레이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2011년 전자칠판 시장에 진출한 코텍은 세계적인 전자칠판 전문 회사인 스마트와 바코 등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초음파 진단기에 들어가는 의료용 모니터 역시 업계 1위에 올랐다. 2005년부터 초음파용 모니터를 출시해 현재 GE와 지멘스 등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데, 지멘스는 초음파 진단기 모니터를 전량 코텍 것을 쓰고 있을 정도로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

코텍은 전체 매출의 99%를 수출하는 기업이다. 전 세계 슬롯머신 1위 기업인 미국 IGT를 비롯해 아리스토크라트, 코나미, WMS, 스필로 등 톱 10 가운데 9개 기업이 코텍 모니터를 쓰고 있다.

가장 큰 시장은 카지노의 도시 라스베이거스가 있는 북미 지역이고, 그 다음은 유럽이다. 그런 만큼 코텍은 월드챔프 사업을 통해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고 새로운 거래선을 개척하는 방향으로 해외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새로운 트렌드에 민감함 게임용 시장은 신제품이 선보이는 전시회가 중요한 거래선이 된다. 코텍은 월드챔프와 함께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게임 전시회 ‘Global Game Expo’(G2E)에 단독 부스로 참가했다. 코트라 LA무역관은 전시회에서 코텍의 거래처와 미팅 스케줄을 조정하고, 잠재 바이어를 발굴해 정보를 취합하는 한편 경쟁사들의 제품 조사 및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미주 전시회를 통해 확실한 브랜드 입지를 다진 결과, 지속적으로 거래하고 있던 아리스토크라트사와 신제품 독점 계약이 성사되면서 매출이 두배 가량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코텍은 앞으로도 코트라와 함께 글로벌 기업들의 신뢰를 받는 산업용 디스플레이어 생산 업체로 도약해 세상의 중심에서 ‘잭팟’을 터트려나가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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