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이슈] 씨티은행 생존 전략

씨티은행이 지난달 지점 80% 폐쇄를 발표하면서 한바탕 난리가 났었죠. 노조 측에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노동쟁의도 들어간 걸로 알려지고요. 현재 씨티은행 전국 지점은 133곳입니다. 은행 측의 방침대로라면 지점은 32곳으로 줄어드는 거죠. 요즘 은행 업계는 인터넷전문은행이다, 모바일 뱅킹 사업이다 떠들썩한데요. 씨티은행은 생존을 위한 마지막 전력을 다하는 모습입니다.

지난 2004년 이후 씨티은행은 전국에 200여개 점포를 유지해 왔었습니다. 그러다가 2013년 무렵부터 구조조정이 조금씩 진행돼 현재의 130여개로 축소된 겁니다. 은행 측은 대형자산관리 사업 중심으로 은행 사업을 재편하려는 겁니다. 요즘엔 비대면 채널인 전화나 채팅을 통한 일반 고객 상품 가입이 활발하다는 게 씨티은행의 입장입니다. 이렇게 되면 수백명의 직원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러한 씨티은행의 사업재편 방침이 원안 그대로 갈지는 미지수입니다. 씨티은행은 최근에 갑자기 무기계약직이었던 텔러 300여명을 정규직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업재편이 한창인데, 정규직 전환을 꺼낸 이유는 뭘까요.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정규직 전환 이슈가 커지고 있지요. 은행마다 비정규직 숫자를 줄인다는 발표를 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면 씨티은행은 대대적인 체질 변화에 앞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인 것 같습니다.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지난해부터 씨티은행의 단순거래는 온라인 쪽으로, 대형자산관리(WM)는 오프라인 센터 중심으로 강화해 오고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일일이 사람이 관리하는 은행 업무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라는 겁니다.

씨티은행의 살림살이는 지금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순이익 2121억원으로 2015년보다 6%가 줄었고, 이자수익과 비이자수익이 모두 감소했습니다. 2015년에는 2014년 대비 순이익이 90% 넘게 오르는 반짝 성과도 냈습니다만, 사실 이전에 구조조정 효과에 따른 인건비 등의 비용감소 영향에 따른 겁니다.

2014년에도 씨티은행은 전국 지점을 56개로 통폐합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점포 축소에 대한 굳은 철학이 새삼스럽게 나온 것은 아닙니다.

2014년 CEO에 오른 박진회 행장은 한국개발연구원, 씨티은행, 삼성증권 등을 거친 인물입니다. 금융전략가이면서 씨티은행에서는 ‘살림꾼’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사실 박진회 행장은 기업금융과 자산운용 쪽 경력이 풍부합니다. 하지만 소비자금융 분야에서는 활약했던 이력이 적습니다.

지난해 초에 박 행장은 개인고객을 세가지 그룹으로 나눕니다. 고액자산가-개인사업자-일반고객 등으로 분류해 차별화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그가 생각한 차별화의 방향은 분명해 보입니다. 고액자산가, 개인사업자는 오프라인 대형자산관리 센터 중심으로, 일반 고객은 온라인 중심입니다. 아직 씨티은행의 이러한 사업 방향이 구체적으로 시행된 것은 아닙니다. 한국의 급변하는 금융시장에서 씨티은행의 생존전략이 과연 통할지 궁금합니다.

- 글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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