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챔프 스토리]루트로닉 황해령 대표

황해령 루트로닉 대표는 미국 아이비리그인 예일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미국 코네티컷주립대 경영대학원을 수료했다. 그의 화려한 학력만 보고 혹자는 금수저 출신 유학파라는 오해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중학교 때 먹고 사는 게 힘들어 미국 이민을 결심했던 아버지를 따라 한국을 떠난 사연이 있다. 고생하시는 부모님에게 조금이나마 보답하겠다는 마음으로 공부를 열심히 한 것이 명문대 진학으로 이어졌다.

대학생 시절에는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보탰다. 졸업 후에는 미국 레이저 기기 업체에 들어가 레이저 기기를 일본, 한국 등에 파는 아시아지역 마케팅을 담당했다. 능력을 인정받아 짧은 시간에 부사장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는 3년 만에 주변의 반대를 뿌리치고 미국 회사를 나와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한국에서도 피부, 미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레이저 기기의 수요가 급증했어요. 그런데 국내에서는 아무도 의료용 레이저 기기를 만들 생각을 하지 않더군요. 당시 한국의 병원들은 의료용 레이저 기기를 전량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었어요. 미국 기업이 대부분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는데, 기기 한대당 가격이 수억원이었어요. 어려서부터 만들기를 좋아했던 저는 한국인의 손재주라면 우리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무작정 달려들었죠.”

창업때 부터 해외 진출 염두에 두고 제품 개발
황해령 대표는 1997년 직원 6명과 함께 루트로닉을 창업하고 연구개발에 매달렸다. 하지만 창업 5개월 만에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자금줄이 막혔다. 아파트까지 팔았지만 직원들 월급조차 주기 힘들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2년여 동안 밤잠을 설쳐가며 매달린 결과 기미, 주근깨, 잡티 같은 색소 질환과 문신을 흉터 없이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 레이저 의료기 ‘스펙트라’(Spectra-VRM)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루트로닉은 현재 기미 치료, 피부 재생, 제모 등을 치료하는 레이저 치료기 12가지를 판매하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 FDA와 유럽 CE 등의 승인을 받은 기미·문신 제거기 스펙트라와 피부 레이저 치료기기 클라리티가 대표적인 제품이다. 특히 신기술과 새로운 치료법을 적용하고 성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후속 제품들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는 ‘스펙트라 시리즈’는 국내 피부과 10곳 중 6곳에서 사용될 정도로 히트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황해령 대표는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아파트까지 팔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꼬박 2년여 동안 연구 개발에 올인한 것도 하나를 만들어도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루트로닉의 첫 작품인 스펙트라가 국내에서 조금씩 알려지자 그는 곧바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수시로 해외를 돌아다니며 제품을 알리고, 미국 인맥을 동원해 미국 의학레이저학회에 특별 회원으로 가입했다. 유럽 학회가 주관하는 전시회에도 꾸준히 참가했다.

미국·일본 판매법인 설립해 해외진출 본격화
하지만 해외 시장의 문턱은 높았다. 의료기기 시장은 신규 업체가 진입하기 까다로운 분야다. 제품을 개발한 후에도 몇년에 걸쳐 복잡한 임상시험과 보건당국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할 뿐만 아니라 새 기술·기기를 도입하는데 보수적인 병·의원의 네트워크도 뚫어야 한다. 게다가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자 할 때는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국내 신생 기업의 어려움은 클 수밖에 없다. 루트로닉은 자체 개발한 의료기기 1호를 대만에 수출하기 위해 1년 넘게 공을 들여야 했다. 2001년 대만으로 첫 수출을 하게 된 이후 일본으로 진출할 때는 1년 6개월이 걸렸고, 미국의 판로를 뚫는 데는 이보다 더 긴 2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2003년 국산 레이저 의료기로는 처음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루트로닉은 2007년에는 미국 판매법인을, 2008년에는 일본 판매법인을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오로지 기술력과 품질로 승부하며 세계 시장을 개척한 결과 루트로닉은 이제 레이저 의료기기 시장 국내 1위 기업이자 세계 10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루트로닉 제품을 수출하는 국가만 60여개국에 이르고, 전체 매출 중 해외 수출 비중이 70%를 차지한다.

황해령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각 나라에 맞는 제품과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점을 늘 강조한다. 특히 황 대표는 의료기기는 임상과 사용자의 환경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현지에서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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