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인물]장하성 정책실장 등판

최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우는 소득 중심의 성장정책을 주도하는 중책을 맡게 됐습니다. 장하성 정책실장은 학계를 대표하는 진보성향 경제학자로 꼽힙니다. 또 현장에서 직접 행동으로 보여준 학자입니다. 그가 걸어온 길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장 실장은 1996년 참여연대에서 경제민주화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첫 공정위원장에 내정된 김상조 한성대 교수 등과 함께 소액주주운동을 펼친 것도 유명합니다. 2010년부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운영위원과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습니다.

장하성 정책실장은 한마디로 한국사회의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경제분야 석학이자 실천 운동가입니다.

한국경제에 대한 해박한 이론을 바탕으로 경제력 집중 완화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구조적 난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장하성 정책실장이 현재 시점에서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 재벌 기업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선 국내 1위 기업인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대해 상당히 쓴소리를 해왔습니다. 1998년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내부 부당거래 문제를 지적하면서 13시간30분 동안 논박을 벌였던 사례는 유명하죠. 2001년 삼성전자가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씨를 상무보에 선임하자, 강력하게 반대를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장 정책실장이 재벌을 보는 시각은 2005년 기점으로 약간 달라졌습니다. 그가 고려대 경영대학장을 맡으면서부터죠. 이 시기에 그는 재벌들의 지배구조와 투명성 등이 많이 향상됐다고 평가를 내립니다. 2008년 삼성 특검 때는 장 정책실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삼성이 잘 되는 게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개인적으로 삼성그룹 변화에 일조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특검 수사가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길 바란다.”

그렇지만 이재용 체제의 삼성그룹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는 것 같습니다. 2007년에 그는 “상장기업의 경영권은 개인의 사유물이 될 수 없다”며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가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건희 회장은 전문경영인에 가깝게 삼성그룹에서 자신만의 경영철학과 비전을 제시하며 이끌었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자신만의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습니다.

현대차에 대해서는 어떨까요. 잘 알려진 사실이긴 하지만 정의선 부회장은 장 정책실장의 고대 경영대 제자입니다. 평소에도 정 부회장이 장 실장에게 경영조언을 구하는 등 멘토 역할을 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죠.

 장하성 정책실장은 고대 경영대학장으로 있으면서 2009년 일간지에 이런 문구의 광고를 냅니다. “고대 경영대, 삼성전자·현대차를 배워라”

이렇게 보면 현대차에 대해 매우 우호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현대차의 지배구조 문제를 놓고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장 실장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사익편취 등을 이유로 사내이사 선임에 꾸준히 반대 목소리를 냈습니다.

장 실장은 SK그룹과는 소버린 사태로 악연이 좀 있습니다. 2003년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운영위원장으로 있을 때 최태원 회장을 배임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참여연대는 최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자 사퇴를 촉구했고 외국투자자인 소버린이 SK그룹 경영권을 공격하며 SK그룹이 큰 어려움을 겪은 일이 있었습니다.

반면에 LG그룹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해 왔습니다. 장 실장은 2012년 대선 때 삼성그룹과 LG그룹을 비교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재벌들하고 소액주주운동을 통해 싸울 때 LG는 요구하는 변화에 제일 빨리 대응하고 실제로 재발방지 장치를 만들었기 때문에 큰 다툼 없이 많은 문제를 해결해 왔다.”

롯데그룹의 경우에는 장 정책실장은 복잡한 지배구조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그는 롯데그룹 안에 있는 400여개의 순환출자 고리에 대해 “반도체 회로도 보다 복잡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제 장하성 정책실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재벌 지배구조에 대해 평소 철학과 소신을 과감하게 펼쳐나갈 것입니다.

아직 장하성식의 정책 방향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재벌들은 지금 시민단체 활동가 출신인 그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는 상황이겠죠.

- 글 : 장은정 칼럼니스트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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