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양화에 실려 있는 고사이다.

무성(武城)은 노나라에서도 국경지대에 인접한 곳으로, 그 지명으로도 짐작할 수 있듯이 거칠고 무도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었다. 예의보다는 무력을 숭상하고, 말보다는 주먹이 앞서는 그곳을 잘 다스리기는 분명히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공자의 제자 자유가 읍재로 부임한 후, 그곳에서는 다툼의 소리는 사라지고 아름다운 현악기의 음악이 흘러나오게 됐다.

공자가 무성에 가서 마을에 음악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을 듣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닭을 잡는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느냐?”

공자의 제자이자 무성의 읍재인 자유가 대답했다. “예전에 제가 선생님께 배우기는 ‘군자가 도를 배우면 남을 사랑하고, 소인이 도를 배우면 부리기가 쉽다’고 하셨습니다.”

공자가 대답했다. “얘들아, 언(자유)의 말이 옳다. 아까 한 말은 농담이었다.”

자유는 공자의 제자 가운데 문학적 소양이 뛰어난 인재였고, 학구적인 자세와 신중한 처신으로 이름이 높았다. 당연히 공자의 신임도 컸는데, <공자가어>에서는 이렇게 자유를 평가하고 있다.

“익숙하게 일을 하고 싶다면 배워야 하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물어야 한다. 착하게 살기 위해서는 신중해야 하며, 여유 있게 일을 하고 싶으면 충분히 준비해둬야 한다. 이 모든 일을 잘하는 사람이 바로 언이다.”

배움에 열중하고 다른 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신중한 처신으로 어긋남이 없고 일을 하는데 있어서 부족함이 없도록 잘 준비하는 것. 이 모든 것은 공자가 항상 강조하던 것으로 자유는 공자로부터 배운 것을 잘 실천했던 제자라고 할 수 있다.

위의 고사에서도 공자는 자신의 가르침을 우직할 정도로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제자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칭찬을 가벼운 농담에 담아 던졌는데, ‘무성과 같은 작고 거친 마을을 다스리는 데 굳이 예(禮)와 악(樂)이라는 군자의 도가 필요한가?’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자유는 스승의 농담을 받아 넘기기에는 지나치게 고지식하고 진지한 성격이라 정색을 하고 대답했던 것이다.

이 고사에서 배울 점은 공자가 자신의 농담으로 인해 제자가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즉시 사과할 수 있었던 점이다. 공자는 곤란한 상황에서 자신의 실책을 솔직하게 인정함으로써 제자의 체면도 살려주고 자칫 어색해질 수도 있는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실생활에서도 윗사람들이 아랫사람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실책을 인정하기는 참 어렵다. 아랫사람에게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자존심을 무너뜨리고 권위를 해친다고 생각되기에 더더욱 어렵게 생각된다. 하지만 만약 자신의 실책으로 인해 상대방이 상처를 입었다면 그 사실을 바로 인정하고 솔직하게 사과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자 자신의 권위를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다.

권위와 명예는 스스로는 결코 얻을 수 없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로부터 존경 받기 위해 애쓰면 애쓸수록 점점 더 우스꽝스러워지고 존경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그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자신을 낮추는 겸손이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을 스스럼없이 인정하는 솔직함이다.

- 《천년의 내공》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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