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인물] 최태원 SK 회장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매년 그룹의 방향을 키워드로 던집니다. 지난해 키워드는 ‘근본적인 변화’(딥 체인지)였습니다. 지난 2015년 경영복귀를 한 최 회장이 그룹 전체의 강력한 쇄신을 주문한 말이었죠. 올해 SK의 새 비전은 ‘사회와 함께 변화, 그리고 실현’입니다. 사회와 함께 변화하자는 경영화두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개혁과 의미가 맞닿아 있습니다.
이러한 메시지는 지난 6월19일 열린 확대경영회의를 통해서 외부에 알려졌습니다. 최 회장은 경영복귀 이후 매년 계열사 CEO들과 자리를 함께하고 확대경영회의를 갖고 있습니다. 확대경영회의는 SK그룹의 경영전략과 방향을 확정하는 경영진 최고회의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최근 우리 사회는 고속성장으로 인한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다”며 “대기업으로서 무거운 책임감 느끼고, SK가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 회장의 이러한 발언의 의미는 기업의 역할을 이익 중심에서 사회적 역할 중심으로 이동하자는 겁니다. 일부에서는 새 정부와의 코드 맞추기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SK그룹도 전 정권에서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 의혹을 받았다가 무혐의로 끝난 바 있지요. 어찌됐든 새 정부는 출범 이후 재계에 동반성장과 공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서는 투명경영, 재벌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요. SK그룹은 새 시대에 새로운 화두로 ‘사회와 함께’를 내건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가장 먼저 강조(문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임기 내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제로를 약속)하자, 재계 중에 SK그룹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여 SK브로드밴드의 하청 및 협력 업체 비정규직 52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습니다.
요즘 정부의 관심사항은 일자리 확대이기 때문에 이에 적극적인 대기업이라면 정부의 시선이 따뜻해질 수밖에 없겠지요. 최 회장이 이토록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아무래도 재벌 총수 중에서도 가장 긴 복역을 한 탓이 아닐까 합니다. 최 회장은 2012년 1월 수백억원대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2015년 특별 사면 대상자로 출소했지요. SK그룹이 국정농단 사태와는 무관했어도 여전히 최 회장의 개인적인 경험은 그룹의 방향을 바꿀만큼 강렬했으리라 짐작합니다.
지금 한국의 4대 재벌들은 모두 3세 경영에 접어들었지요. 그중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된 상황이고,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은 실적부진에 고전하고 있습니다. 최태원 회장은 재벌 3세 중에 맏형 격으로 가장 나이가 많습니다. 재계가 변화한다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당연 SK그룹이 나서야 하는 상황인 거죠.
최태원 회장이 선언한 ‘뉴 SK’가 어떠한 의도로 발동됐는지는 최 회장 자신만이 알겠지만, 일반 국민들이 봤을 때 “재벌이 조금 달라지는 거 같다” “점차 변화하고 있다”는 걸 인식할 수 있다면 이는 한국 재계가 다시 한번 진일보하는 계기가 될 거라 기대해 봅니다.

- 글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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