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세를 올려 휘발유보다 경유를 20% 비싸게 팔아도 초미세먼지(PM2.5)는 1.3% 감소하는데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세수는 5조원 이상 증가했다. 또 경유를 지금보다 두배 이상인 리터당 2600원으로, 휘발유를 2200원으로 올리는 ‘비현실적인 인상안’을 단행하더라도 미세먼지는 2.8% 감소하는 대신 유류세만 18조원 이상 급증할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합리적 조정방안 검토에 관한 공청회’에서 이런 내용의 용역 결과를 공개했다.

가격 조정 10개 시나리오별 효과 분석
앞서 정부는 지난해 6월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의 일환으로 조세재정연구원·환경정책평가연구원·교통연구원·에너지경제연구원 등 4개 국책기관에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 일명 에너지 세제개편에 관해 연구용역을 맡겼다.
용역보고서는 현행 100 대 85 대 50인 휘발유와 경유, 액화석유가스(LPG)의 상대가격 조정과 관련해 10개 시나리오별로 미세먼지 감축 효과는 물론 경제적 파급효과와 업종별 생산량 변화, 환경피해 및 혼잡비용 변화 등을 추정했다.
보고서는 2014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CAPSS)과 2015년 평균 휘발유 가격을 기준으로 △휘발유 가격을 100으로 둘 때 경유만 90%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100:90:50) △경유를 휘발유 가격과 동일하게 올리고 LPG는 65%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100:100:65) △경유를 휘발유 가격보다 20% 비싸도록 급격히 올리고 LPG 가격도 70%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100:120:70) 등 시나리오 1∼3을 기본으로 했다.
이러한 기본 시나리오를 토대로 휘발유 유류세 150원 추가과세를 전제로 상대가격을 조정하는 3개 방안(시나리오 4∼6), 세수가 늘어나지 않도록 중립과세를 기준으로 하는 3개 방안(시나리오 7∼9)을 추가로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각종 사회적 비용을 모두 감안,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2179원, 경유를 2636원, LPG를 1490원으로 대폭 올리면서 휘발유와 경유, LPG의 상대가격을 100 대 121대 68.4로 책정하는 방안(시나리오 10)까지 검토했다.
경제적 파급효과까지 감안한 주요 6개 시나리오에 따른 유류세 조정으로 우리나라 실질국내총생산은 전망치(BAU) 대비 0.01%에서 0.21%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건강 보호에는 상당 효과 기대
유류세 조정으로 농축수산임업, 광업, 제조업 및 건설업을 포함한 전체 산업부문의 생산활동을 위축시킬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전체 대기오염 물질로 확대할 경우엔 상당한 환경개선 효과가 있었다. 유류 소비 감소에 따라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휘발성유기화합물 등 대기오염 물질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감소되는 환경피해 비용은 시나리오에 따라 1695억~2조3135억원에 이르렀다. 시나리오 10의 경우엔 환경피해 비용이 5조6660억원이나 줄었다. 한해 총 환경피해 비용 30조6695억원에서 최소 0.55%, 최대 18.47%가 줄어드는 결과다.
환경피해는 수송용 유류 사용에 따른 건강 피해와 농작물 생산 감소, 건축물 피해 등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상대가격 조정이 질병 유발과 조기 사망과 같은 국민 건강 보호에 상당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얘기다.

미세먼지 주범, 경유차 아닌 제조업 연소
문제는 당초 미세먼지 감축 목적으로 경유세 인상 등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 작업에 착수했지만 정작 효과는 기대 이하였다.
현재 유류 가격을 기준으로 한 시나리오 1∼3의 경우 미세먼지 감축 효과는 현재 국내 총배출량 대비 0.2∼1.3% 줄어드는 데 그쳤다.
각종 사회적 비용을 감안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비현실적으로 높은 리터당 2000원 이상으로 올려도(시나리오 10) 미세먼지는 2.8% 감소하는 데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미세먼지 배출의 절반에 가까운 48%가 제조업 연소 때문이고 자동차 등 도로이동 오염원의 비중은 1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경유나 휘발유 등 수송용 에너지 소비는 장기적으로 가격에 비탄력적인 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됐다.
실제 경유 가격을 두배 이상 인상하더라도 국내 자동차 총 통행 거리는 20% 정도 감소하는데 그쳤다. 나머지 시나리오별 통행 거리 감소 효과는 0.23∼11.14%에 그쳐 가격 인상 폭 만큼 통행 거리는 줄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미세먼지 감축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정부 곳간으로 들어가는 세수는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수 증가 효과는 시나리오 1이 시행되면 5조5494억원 증가하는 등 최소 5180억원에서 최대 18조1535억원까지 증대될 것으로 추정됐다.

“유가보조금 폐지가 효과적“ 주장도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토론자 대부분도 경유 가격 조정이 미세먼지 감축에 끼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화물차 등 자동차가 미세먼지 배출에 끼치는 기여도는 제조업 연소, 비도로 이용 오염원 등에 비해 매우 작다”며 “경유세를 올려도 환경 피해 절감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두환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휘발유와 경유는 가격 탄력성이 낮아 세금을 올리더라도 소비자들이 에너지 소비를 줄이지 않을 것”이라며 “세금 인상에 따른 경유차 운행 감소는 무리한 논리”라고 설명했다.
경유 가격 인상보다 화물차 운송사업자 등에게 지급되는 유가보조금 폐지가 미세먼지 대책으로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연료 가격이 올라도 세금으로 보전되면 소비를 줄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현재 경유의 40%를 소비하는 화물 운송사업자에게 유가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보조금을 그대로 둔 경유세 인상은 반쪽짜리 미세먼지 대책”이라며 “유가보조금 지급 대상자에게 가격 정책 대신 바우처 지급 등 소득 보전 정책을 활용하는 게 유류세 개편의 실효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동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지출성과관리센터은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의 일환으로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 필요성을 검토하기로 했다”면서 “환경·산업·교통 등 각 부문에 미치는 영향과 국민부담, 국제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대가격 조정이 필요한지에 대해 분석했다”고 설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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