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영업익 14조, 애플·인텔 가뿐히 추월
50조 추가투자로‘초격차’시동

코스피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가 폭주기관차처럼 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올 초까지만 해도 180만원대에 있던 주가가 단숨에 치솟아 3월에 200만원을 돌파하더니 최근에는 250만원을 가뿐히 넘어섰다.
주식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연말 안에 300만원을 돌파한다는 신뢰성 있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320만원선을 이야기한다. 과연 역대 주식시장에서 불과 6개월만에 70만원이 올랐던 종목이 있을까? 주가 수익률로 따지면 38%다. 삼성전자는 한국의 주식시장에서 분명 새로운 주가랠리 신화를 쓰고 있는 것이다.
주가랠리 덕분인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전체 시총의 무려 20%를 넘어서고 있다. 그러니까 가장 덩치 큰 삼성전자가 6개월 넘게 치솟으니까, 코스피 지수도 같은 기간에 2020선에서 2400선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해 냈다. 삼성전자가 한국경제의 실물경제를 이끌 듯이 주식시장에서도 삼성전자가 리드하고 있는 것이다.

애플 따돌리고 실적 1위 달성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에 확실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단 글로벌 경제가 조금씩 개선되는 분위기가 있고, 거기에 반도체 세계시장도 호조세를 지속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최근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든 성적이었다. 2분기에 매출액과 영업이익 각각 약 60조원, 14조원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무려 각각 17.8%, 71.9%가 증가한 수치다.
폭주기관차 삼성전자의 실적 앞에 세계 최강실적을 자랑하던 애플, 인텔도 맥을 못췄다. 삼성전자가 이들을 모두 제친 것이다. 글로벌 1위의 실적을 기록했다는 말이다. 삼성전자의 실적은 2분기보다 3분기가 더 기대된다고 한다. 삼성전자가 벼르고 있는 갤럭시노트8 출시와 갤럭시S8 판매 순항으로 다시 한번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하지 않을까 하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들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의 주가는 또 한번 천장이 없는 듯이 치솟을 게 뻔해 보인다. 앞서 삼성전자의 주가가 6개월만에 70만원이 뛰었고, 일부 기관에서는 하반기 6개월에도 70만원이 또 오를 거라 전망했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실현 가능하다고 점쳐진다. 우선 삼성전자가 주주환원정책을 적극 펼치려고 하기 때문인데, 올해 잉여 현금의 절반 가까이를 주주들에게 돌려준다고 밝힌 바가 있다. 내년에 이러한 환원정책이 가시화될 수 있기에 미리 삼성전자 주가 매입에 사람들과 기관이 달려들고 있다는 거다.  

리더 부재한 삼성전자의 미래투자는
일단 삼성전자의 실적과 주가는 흐름이 참 좋다. 아니,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고 할 정도로 호조세고, 장밋빛 청사진이다. 그런데, 이 모든 퍼포먼스가 아이로니컬하게도 삼성그룹의 차세대 경영인이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수감된 기간동안 벌어졌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의 실적들은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이 이전부터 준비해온 어떤 전략에 의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면, 내년부터 빵빵 터져나와야 할 실적들은 올해 안에 착실하게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바로 리더가 부재한 삼성전자가 미래에 대한 투자를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여기서 과거 삼성전자의 위기 대응과 미래 투자의 사례를 돌이켜 보자. 지난 2009년 1월23일은 삼성전자에게 치욕적인 날로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그 여파가 한국의 삼성전자에도 직격탄으로 오면서 2008년 4분기의 영업손실이 무려 7400억원이나 발생했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한 날이기에 그렇다. 삼성전자가 이런 무지막지한 적자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삼성전자는 어떤 위기 대응 전략을 펼쳤을까? 그것은 미래 투자였다. 당시에 전 세계 글로벌 기업들은 모두 어떻게 해서든 글로벌 금융위기를 피해가기 위해 있던 사업도 멈추고, 미래 사업은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2009년 2월18일에 이런 발표를 한다. 2010년까지 반도체, 디스플레이 사업에 23조원을 투자하고 삼성전자를 반도체 시장의 1인자로 키우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바로 2017년 상반기 삼성전자가 세계 기업인과 투자자들이 놀랄 만한 천문학적인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한 밑바탕이 바로 2009년에 실행한 미래 투자의 결과라는 걸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삼성전자는 대략 10여년 동안 반도체 사업에 대한 아주 과감하고 전략적인 미래 투자를 세번에 걸쳐 하게 된다. 2009년 2월 선언에 이어 2012년에는 18조원을 반도체, 디스플레이 사업에 모두 투자했다.
그리고 지난 2015년에는 경기도 평택에 반도체 공장을 투자하기로 결정하는데, 이를 위해 약 15조원을 투입하게 된다. 당시 2015년은 세계 반도체 시장이 위기 신호가 있던 시절로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인텔이 설비투자를 완전 줄여나가던 때다. 그러니까 결론은 삼성전자는 시장이 역성장을 할 때 과감하게 미래 투자로 경쟁자들과의 거리를 확실히 벌려 나갔던 것이다. 2015년부터 짓고 있는 평택 공장도 최근 가동에 들어갔다. 그 말인즉슨, 평택공장의 출하물량과 실적이 오는 3분기 실적에 잡힌다는 이야기다. 천문학적인 미래투자는 이래서 아주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미국의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전문기업 ‘하만’을 9조 원에 인수한 이후 올 들어서는 대형 인수합병 발표가 단 한건도 없다. 공교롭게 이재용 부회장이 부재한 상황에서다.

최근 삼성전자의 50조원 투자 발표는
그런데 최근 삼성전자가 흥미로운 발표를 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사업에 향후 5년 동안 계획된 공격적인 시설투자규모를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여기에 모두 합쳐 50조원 넘게 투자를 하겠다고 한다. 투자 내역도 아주 상세한데, 평택공장에다가 2021년까지 30조원을 쏟고, 화성사업장에 6조원을 투자하며, 중국 시안과 충남 아산에도 증설투자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상황에서 이러한 50조원 투자 발표는 어떻게 해석하는 게 맞을까?
일단 새 정부의 코드 맞추기 부분도 감지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대 국정과제는 뭐니뭐니 해도 일자리 창출일 것이다. 그래서 삼성전자가 발표한 50조원 가운데 대부분이 한국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살펴봐야 한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으로 이번 시설투자가 이뤄지면 5년 안에 일자리가 44만개나 생긴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아주 만족스러운 재계의 피드백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 코드 맞추기를 위해 무리한 설비투자를 실행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 있어 어떤 경쟁기업보다 수년 앞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 시장에서 1년은 중학교 1학년이 고등학교 3학년으로 성장하는 기간과 비슷해서 기술격차를 쉽게 따라 잡을 수 없다. 그래서 지금 50조원 투자는 완전히 앞서나가서 철옹성을 구축하고 전 세계 반도체, 디스플레이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선전포고와 다름없다.

전자부문 질주 덕에 삼성그룹 500조 시총
최근 삼성그룹 전체 시가총액이 500조원이라고 한다. 삼성그룹은 총 23개의 종목이 주식시장에 상장해 있다. 지난해 연말에만 해도 삼성그룹의 전체 시가총액은 390조원대였다. 불과 6개월만에 26%가 불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그룹의 시총 비중은? 무려 32%대다. 이 모든 결과의 일등공신은 삼성전자일 것이다. 삼성전자가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가 넘는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한국을 ‘삼성공화국’이라고 약간 비판조로 이야기하는데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봐도 이는 피할 수 없는 평가일 것이다. 한국의 증시와 한국경제의 실적, 경기의 전반적 분위기 등은 삼성그룹, 정확히 말해 삼성전자가 좌지우지한다. 폭주기관차 삼성전자가 애플, 인텔 등을 제치고 전 세계시장을 강타하는 걸 보면 자부심도 가질 만하다.
하지만 제2, 제3의 삼성전자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염려도 있다. 핀란드의 대표기업 노키아는 핀란드 수출의 20% 차지할만큼 강력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대에 뒤처지면서 후퇴하자 핀란드는 10%대가 넘는 극심한 실업률에 시달렸다. 이건 삼성이 해야 하는 고민이 아니다. 다른 기업인과 정부 관료들이 심각하게 고민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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