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산업생산, 출하부문의 상승세 전환과 수출이 크게 확대되면서 대전지역의 전반적인 경기상황이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휴·폐업, 인력난, 해외이전, 단가인하 압력에 따른 경영악화 등 영세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경기 양극화 현상은 오히려 심화돼 지역경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 증가에서 촉발된 경기회복 조짐을 내수회복으로 연결시킬 정책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지역경제 연구소가 조사한 경제지표 자료에 따르면 대전지역 기업들의 생산 및 출하지수는 2003년 2월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했으나 8월 들어 상승세를 보였다.
또 재고지수는 2002년 11월 이후 급격한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2003년에 들어서 약간의 등락을 제외하고는 상승 추세가 지속됐다.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가 조사한 ‘자금사정 실사지수’에 따르면 내수위축에 따른 매출둔화로 지역기업들의 내부자금흐름이 어려운 가운데 경기부진으로 기업간 신용차별이 가속화돼 신용도와 담보능력이 취약한 영세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자금경색이 지속되고 있다.
20여년 동안 위생용품을 생산해 오던 A산업은 극심한 인력난과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사실상 사업을 중단한 상태.
생산품을 전량 수출하는 이 회사는 공장설비의 70%가 멈춰서 있으며 원·부자재 값 상승으로 어려움에 빠져있다.
이 회사는 주요 수출국인 미국시장에서 품질과 신용으로 확실한 시장을 구축해 놓았으나 저가 중국산의 범람으로 위기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이 회사 B사장은 “중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제품은 금융권에서 관심조차 갖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을 이겨보려 3년 동안 버텨왔지만 이제는 한계에 도달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또 “1억여원을 투자해 시설을 자동화했지만 인력부족으로 헛수고를 한 셈”이라며 “포기할 생각은 없지만 주변여건이 워낙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충남 아산에서 부품을 생산하는 C사는 매년 5%에 달하는 모기업의 단가인하 압력 때문에 죽을 맛이다.
1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는 이 회사는 ISO, QS 등 품질향상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지만 모기업의 계속되는 요구를 감당하기 벅차다. 자체 품질향상 노력에 따른 생산원가 절감요인에 비해 모기업의 단가인하 압력 폭이 크다는 게 그 이유.
여기에 지난해 장기간 계속된 파업 여파로 손해가 크다. 모기업이 파업에 돌입하면 60% 이상 매출이 줄지만 고정비 지출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모기업을 상대로 생존권 차원의 단체행동을 해야 하는 입장이 아닌가”라며 “모기업의 임금인상은 고스란히 협력업체의 단가인하 압력으로 내려오고 이런 구조가 계속되면 자동차 산업구조의 부실화로 그 피해는 결국 모기업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모기업 근로자들은 매년 임금인상이 됐지만 협력기업들은 3년 동안 상여금 한푼 없었다”며 “입사 10년차 정도되면 모기업과 하청기업의 급여가 두배 정도 차이 나는데 누가 중소기업에 와서 일하겠는가”라고 밝혔다.
“모기업 순이익이 얼마라는 이야기를 접하면 갑갑하다”고 밝히는 또 다른 관계자는 “순이익이 과연 모기업 근로자들 혼자만의 힘으로 가능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급여수준이 차이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 때문에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허덕인다”며 “회사차원에서 중국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조심스레 밝혔다.
대전소재 중소기업 유관기관의 한 관계자는 “지역내 수출기업의 경우 수출호조에 따른 회복세가 완연하지만 내수시장 의존도가 큰 중소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경영악화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대기업이 적은 지역 특성상 지방대학 출신 청년실업자들의 실업률이 높은 편”이라며 “지방대학과 중소기업이 연계된 지역경제 회생 모델 구축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기희 대전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장기간의 경기침체에 따른 내수시장의 위축, 화물연대 운송거부사태와 같은 노사관계 불안정,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따른 원가상승압력 등이 불황의 주원인으로 보여진다”며 “중소기업 회생을 위해서는 경기회복의 낙관적 요소들이 내수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 대안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진설명 : 내수위축에 따른 가동률저하로 중소기업 생산설비의 일부분이 멈춰서 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