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인물] 삼성증권 윤용암 대표

삼성이라는 브랜드 가치는 세계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듭니다. 애플, 코카콜라, 페이스북, 구글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브랜드들과 경쟁을 하지요. 한국에서야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어느 분야나 1등이죠. 다만 몇몇 사업 분야에서는 삼성의 브랜드 가치에 편승해 시장의 1등 지위를 누리는 것도 있습니다.
증권업이 그렇습니다. 삼성증권은 증권업계에서도 특히 거액의 자산가들을 상대로 하는 자산관리(Wealth Management) 시장에서 1등을 하고 있습니다. 삼성증권만의 과감한 도전과 미션을 통해 얻은 결과라기 보다는 삼성의 계열사라는 지원사격 덕분이라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삼성증권은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와 다르게 줄곧 보수적인 경영을 보여왔기 때문이죠.
최근 삼성증권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은 용암 같은 뜨거움으로 삼성증권을 새롭게 탈바꿈 시키고 있습니다. 몇가지 예로 퇴직연금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고객에게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그간 삼성증권이 소홀히 했던 기업금융(IB)에도 실적개선이 점차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윤용암 사장은 1979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정통 삼성맨입니다.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우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비서실에서 과장까지 지낸 이력이 눈에 띄네요. 임원으로서 그는 2005년 삼성생명 기획관리담당 전무, 2007년 삼성화재 자산운용실장, 2011년 삼성생명 부사장, 2013년 삼성자산운용 대표를 역임했습니다. 2005~2015년까지 대략 10년간 그의 임원 경력은 생명-화재-자산운용 등 삼성의 금융업 전반을 커버하는 자리였죠.
2014년 12월 삼성증권의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윤용암 방식의 금융 비즈니스가 시작된 겁니다. 그가 중점을 가지고 추진했던 것은 CEO 직속으로 초우량 고객 전담 조직을 편성한 점입니다. 대략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의 고객은 윤용암 사장이 직접 관리를 총괄하겠다는 선언이었죠. 윤용암 사장은 직접 고객을 만나서 상세한 투자 전략을 직접 설명하고 삼성증권의 자산관리 포트폴리오를 영업합니다. CEO가 영업 최전선에서 발 벗고 뛰는 조직은 어느 사업 분야에서나 혁혁한 성과를 올리는 건 불문율입니다.
윤 사장은 퇴직연금 사업에 있어 혁신적인 선언을 또 했습니다. 개인형 퇴직연금과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의 계좌 운용 및 관리 수수료를 일체 받지 않기로 한 겁니다. 사실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많아봐야 2%대 정도입니다. 은행 예금 수익률 보다 밀리는 게 현 상황이죠. 고객들 입장에서는 높지도 않은 수익률에 수수료를 떼가는 것도 불만이 많을 겁니다. 윤 사장은 고객 입장에서 퇴직연금의 관행을 다시 설계하자고 마음을 먹은 겁니다. 수수료 무료 선언도 그중에 하나입니다.
증권사가 금융상품의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는 건 쉽게 수익을 낼 수 있는 주머니 하나를 닫는 일입니다. 그러나 삼성증권이 노리는 전략 목표가 있습니다. 7월 26일부터 근로자 퇴직급여보장법이 개정되면서 기존에는 직장 근로자만 가입할 수 있었던 개인형 퇴직연금이 앞으로 공무원, 자영업자, 교사, 군인까지 확대된다는 겁니다.
개인형 퇴직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잠재적 대상 고객 수만 700만명이 넘습니다. 가입자 수를 확대해 규모의 경제를 이룬다면 수수료를 포기하더라도 다른 수익 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전략이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윤용암 사장이 달라진 증권업을 통해 삼성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새롭게 드높일 수 있을지 지켜볼 일만 남았습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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