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브랜드(PB)상품 활성화가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기업형 유통업체들의 배만 불려준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PB상품 비중이 늘어날수록 유통업체의 이익은 늘었지만 생산하는 제조업체의 이익은 변함이 없거나 감소한 경향이 나타났다.

PB 제품 납품할수록 제조사 이익 감소
이진국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지난 16일 내놓은 ‘PB상품 전성시대, 성장의 과실은 누구에게로 갔나?’ 보고서에 따르면 유통업체의 PB제품 매출 비중이 1%포인트 늘어날 경우 유통점포의 평균 매출액은 2230만원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통이익도 점포당 270만~900만원 증가된 경향이 보였다.
하지만 유통업체 이익이 하청 기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제조업체 1000곳을 대상으로 똑같은 설문을 진행한 결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매출은 줄어들고 소상공인의 매출은 소폭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기업마저도 자기 잠식 효과로 PB 매출비중이 1%포인트 올라갈 때 전체 매출액이 10억9000만원 감소했을 정도다. 중소기업 중 규모가 큰 편에 속하는 기업은 2억8000만원씩 각각 매출액이 감소했다. 규모가 큰 제조업체일수록 소비자에게 잘 알려진 고유 브랜드(NB)를 가진 경우가 많은데, PB 상품 납품이 늘어나면 고유 브랜드 판매가 줄어드는 제 살 깎아 먹기(cannibalization)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추정했다. 소형 제조업체는 PB상품 납품으로 매출액이 2000만원 증가하긴 했지만 영업이익은 늘지 않았다. 이는 소상공인이 제품을 자체 제조할 경우 유통업체에 주는 평균 유통마진이 30.0%지만 PB상품의 경우엔 33.9%까지 늘어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진국 연구위원은 “불공정한 이익 배분 구조 때문에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PB 납품으로 생산 규모가 확대되더라도 경제적 실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며 “PB 시장 확대로 하청 제조업체가 이익을 보게 된다는 이른바 ‘낙수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대형마트 3社 매출 큰폭 신장
유통업체의 이익 상승에 힘입어 PB 상품 시장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대형마트 3사, 대형슈퍼마켓(SSM) 3사, 편의점 3사의 PB 매출액을 합한 규모는 2008년 3조6000억원에서 2013년 9조3000억원으로 5년 만에 2.5배나 증가했다. 경기불황으로 전반적인 소비심리가 위축됐음에도 알뜰소비 경향에 따른 수요 증가와 전 유통업태의 PB 확대라는 공급 증가를 맞아 성장을 지속한 것이다.
최근의 성장 바통은 편의점 업계가 이어받았다. GS25·세븐일레븐·CU 3사는 2008~2013년 기간 동안 PB 매출액을 무려 16배나 키웠고 PB 매출비중을 28.8%까지 끌어올렸다.
24시간 영업과 간편식 위주의 PB 출시로 동네상권 및 1인가구의 소비수요를 충족시켰기에 가능했다. 국내 대형마트와 편의점이 취급하는 PB상품의 비중도 20∼30% 수준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연구위원은 이 같은 유통업체의 성과를 제조업체와 나누기 위해서는 공정한 거래문화가 정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납품업체 10곳 중 1곳 “불공정 거래 경험”
이 연구위원이 유통업체에 PB 상품을 납품하는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불공정 거래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PB 납품업체 309개사 중 30개사(9.7%)가 불공정거래행위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납품단가 인하 요구’(34%)가 가장 많았고, ‘포장변경비용 전가’(22%)‘PB 개발 강요’(14%) ‘판촉행사비용 부담’(12%)‘부당반품’(12%) 등이 뒤를 이었다.
납품업체들은 유통업체들이 내놓는 기획 상품 대부분이 제조업체 브랜드 제품을 그대로 베끼거나 약간 바꾼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유통업체에 PB 상품으로 납품했다는 응답은 13.3%에 불과했고, 고유 브랜드 제품의 특성을 약간 변형해 납품했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포장만 바꿨다는 응답도 26%나 됐다.
이 연구원은 “PB업계의 공정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한 감시 활동을 강화하고, 중소 제조업체들의 해외 PB 시장 진출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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