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이슈] 유해 생리대 파동

요즘 보면 하루가 멀다 하고 먹거리와 생필품 안전 문제가 터지고 있어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살충제 달걀, DDT 닭 파동에 이어서 이번에는 유해물질 생리대 이슈까지 불거지면서 이른 바 ‘케미컬포비아’(화학물질 공포증)가 확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말 어디서, 언제, 무엇이 터질지 몰라 조마조마한 심정이죠. 그래서 소비자가 스스로 제품 성분을 살피고 따져보는 ‘체크슈머’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이번에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논란은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으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번질 우려도 있습니다. 식약처가 부랴부랴 지난 21일 릴리안을 수거해 품질 검사를 진행한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이슈의 중심에 있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유해한 것인지에 대한 검사는 빠졌습니다. 유해성 검사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VOCs에 대한 국내 관리 기준이 없기 때문이죠. 유해판단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인데 그 결과는 내년이나 알 수 있다고 하네요.
이번 릴리안 부작용 논란에 휩싸인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은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일 겁니다. 깨끗한나라는 코스피에 상장된 종합제지업체입니다. 올해 창립 51주년을 맞은 이 회사는 최병민 회장의 아버지인 고 최화식 창업주가 1966년에 만든 ‘대한팔프공업’으로 시작했습니다.
주요 사업 비중은 B2C와 B2B가 5:5 정도로 화장지, 기저위, 물티슈, 생리대 등 생활용품사업 부문과 백판지, 페이퍼 보드, 판지 등과 같은 산업용 포장재사업 부문으로 나뉩니다. 깨끗한나라가 B2C 사업을 한 계기는 산업용 포장재로 쓰이는 백판지, 종이컵 원지를 주력하다가 지난 1985년 금강제지를 인수하면서 지금의 생활용품 사업으로 저변을 넓혔던 겁니다.
깨끗한나라의 그동안 실적을 살펴보면 부진을 털고 간신히 일어서는 모습이었습니다. 지난 2014년, 2015년 연속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순손실을 냈죠. 전년 대비 각각 66%, 50% 급감했었습니다.
그러다가 2016년은 반전의 해를 만들었습니다. 영업이익 183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대비 369% 증가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한 겁니다.
깨끗한나라의 지난해 매출은 7033억원입니다. 오는 2020년까지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여러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사실 현재 국내 생리대 시장은 포화상태입니다.
그럼에도 최 회장은 릴리안을 매년 리뉴얼하고, ‘1+1’행사를 펼치는 등 공격경영을 해왔습니다. 올 연말에 200억원을 들여 생산공장을 새로 오픈하는 투자도 차근히 진행 중이었죠.
신사업으로 최근에는 커피 시장을 겨냥한 테이크아웃용 컵을 새로 개발했고, 컵라면에 쓰이는 발포컵도 제작했었습니다. 깨끗한나라는 원재료인 부직포나 백판지를 생산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이러한 신사업을 공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50년 업력의 깨끗한나라에겐 치명적인 사건입니다. 생리대 품목뿐만 아니라 다른 생활용품 전체 사업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 글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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