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외 골프장 운영·장난감 제조 등 사업 다양…베일 벗은 ‘은둔의 게임 황제’
넥슨은 한국이 낳은 글로벌 게임사다. 온라인 게임으로 ‘서든어택’‘던전앤파이터’가 유명하고 축구게임인 ‘피파온라인3’캐주얼 게임인 ‘메이플스토리’‘카트라이더’도 넥슨의 수많은 히트작 중 하나다. 하지만 넥슨의 즐거운 게임들에 대해서는 잘 알 수 있어도 넥슨그룹(편의 상 넥슨의 다양한 계열사를 포함해 부르는 말이다)의 실체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간단히 이유를 밝히면 넥슨은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개인기업이기 때문이다. 지주회사인 NXC를 필두로 수십개의 비상장사들이 연결돼 있고 개인기업이기 때문에 각각의 기업의 활동과 성과에 대한 공시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좀 달라지게 생겼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대기업 집단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베일에 쌓여 있던 몇몇 기업들이 긴 장막을 걷고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 상황이다.
말 그대로 공정위가 지정하는 공시 대상 기업집단에 넥슨이 처음으로 들어가게 됐다. 이렇게 되면 넥슨그룹의 실체가 다 보일까? 아닐 것이다. 넥슨그룹의 계열사는 대략 60여개. 그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일본을 거점으로 세계 각국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공시 지정을 통해 넥슨그룹 가운데 22개 계열사가 경영활동을 비롯한 주요 사항을 공시해야 하는데, 공정위는 동시에 김정주 창업자를 총수로 함께 지정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김정주 창업자의 개인회사였던 넥슨은 물론 김정주의 친족회사들도 넥슨이란 이름으로 묶여 대기업 집단 규제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김정주의 사기업 와이즈키즈의 실체
사기업이었던 넥슨그룹이 이제 대기업 집단이 된 것만으로 넥슨에게는 여러 생각들을 하게 만들 것이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넥슨의 수많은 계열사들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주목할 계열사는 김정주와 그의 아내가 100% 소유하고 있는 ‘와이즈키즈’라는 곳이다. 와이즈키즈는 지금의 넥슨그룹을 있게 한 아주 작은 시작점이라고 보면 되는데, 지난 2001년 2월 모바일핸즈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모바일 게임을 위한 회사였다.
왜 와이즈키즈가 눈길을 끄느냐 하면, 넥슨의 모든 계열사는 앞에 밝힌 바와 같이 NXC라는 지주회사 아래에 포진해 있다. 그런데 와이즈키즈만이 유일하게 NXC와 관련이 없는 기업이기에 그렇다. 언론매체들이 흔히 김정주를 ‘은둔의 경영자’라는 별명을 붙여가며 경영전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의 경영스타일을 이야기하는데, 와이즈키즈도 그러한 점에서 닮은 꼴의 기업체다.
게다가 와이즈키즈는 유한회사다. 2012년 무렵에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을 하면서 외부감사나 공시의무도 없어지고, 배당할 때 지분율에 따른 배당 원칙을 안 지켜도 된다. 좀 거칠게 말하면 오너가 주식회사 대비 더욱 자유롭게 경영을 해도 되는 폐쇄적인 사업체인 것이다. 와이즈키즈가 넥슨그룹과 무관한 독립적인 회사라고 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거 같다. 최근에는 NXC의 자회사를 인수합병하는 사례도 있었는데, 이때 와이즈키즈가 해당 인수 기업을 완전 자회사로 만들면서 계열 재편을 한 적도 있다.

게임 업계의 맏형 넥슨 김정주
어차피 공시 기업으로 지정되기 전까지 회사를 어떤 형태로 운영을 했든 그건 기업가의 마음일 것이다. 어떤 회사를 유한회사로 만들든, 어떤 회사를 지주회사로 만들어 계열사 재편을 하든 그것은 전혀 문제될 것은 아니다. 대중의 관심은 이제 국내 게임시장의 맏형격인 넥슨의 본모습이 드러나면서 그간 어떻게 이 거대 글로벌 게임사가 작동하고 있었는지 주목하게 됐다는 점일 것이다.
넥슨의 실적은 국내 어떤 경쟁기업들도 압도하는 수준으로 지난해 연결 매출로만 2조원을 달성했다. 회사가 창립한 지도 벌써 23년이나 됐으니 이 회사가 그간 해온 일들이 무궁무진 했을 것이다. 단순히 게임개발을 하고 그것을 퍼블리싱 하는 데에만 올인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넥슨은 게임 비즈니스 이외에 글로벌 투자기업, 골프장 운영사, 장난감 사업체 등도 거느리고 있다. 앞서 이야기를 꺼낸 와이즈키즈의 경우 3D 프린팅 기업이고, 와이즈키즈가 NXC의 계열사를 인수합병한 곳은 부동산 기업이다. 넥슨은 글로벌 게임사이지만 넥슨그룹은 무한 사업을 펼치는 종합기업인 것이다.
넥슨그룹의 꼭대기에는 NXC가 있다. 이 지주회사의 대표이사는 김정주 창업자인데, 유일하게 김 창업자가 직함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김정주 창업자가 NXC의 지분 67% 가량을 보유하면서 최대주주로 있고 그의 부인이 29%, 와이즈키즈가 1.7%로 정도 보유하면서 99% 가까이 NXC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넥슨은 2011년에 일본 도쿄거래소에 상장했다. 한국 IT기업 최초로 도쿄 증시에 상장한 사례다. 넥슨 일본법인은 한국의 넥슨코리아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넥슨 일본법인의 최대주주는 NXC가 된다. 사업지주사인 넥슨(옛 넥슨재팬)과 한국법인 넥슨코리아로 이어지는 게 넥슨그룹의 지배구조란 소리다.
넥슨의 힘이 얼마나 크냐면 미국의 1등 게임개발사인 EA의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2012년에 김정주 창업자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의기투합한 적도 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불발이 됐지만, 세계 게임시장의 자존심인 미국의 1등 기업을 한국기업이 넘봤다는 사실은 오래오래 회자될 정도였다.

넥슨의 다양한 사업영역 스펙트럼
넥슨은 장난감과 유아용품에도 관심이 높다. NXC는 세계적인 장난감 ‘레고’의 중개 사이트인 ‘브릭링크’와 노르웨이 명품 유아용품 ‘스토케’ 등을 인수하면서 자신들의 사업영역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넥슨이 글로벌 인수합병을 할 때면 100% 자회사인 NXMH B.V.B.A를 통해서 한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벨기에의 브뤼셀에 위치한 투자 전문기업이다. 이렇게 되면 해외 계열사이기에 앞서 공정위가 지정한 공시 대상에서 벗어난다.
NXC의 계열사 중에 또 주목한 곳은 가승개발인데, 이곳은 GS그룹과 좀 가깝다. 지난해에 GS그룹의 3세 경영회사인 승산과 연합해서 공동으로 지분투자를 한 곳이다. 그러니까 GS와 지분으로 얽히면서 가까워지게 된 것이다. 바로 가승개발이 골프장 사업을 하는 곳이다. 사업체의 목적이 골프장 운영에 따른 건설, 관리, 부대사업 등이기에 앞으로 이 부문의 확장성도 기대된다.
NXC 계열사 중에는 특이한 이름의 계열사도 있는데, VIP사모주식형펀드를 이야기하고 싶다. 이 회사는 VIP투자자문을 위해 외부 자문사와의 계약을 통해서 NXC의 여유 자금으로 주식 투자를 하는 곳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장난감 제조업체인 NXBricks LLC도 이번 공시 지정에 따라 그 모습이 드러났다. 지난해 설립한 곳이라고 한다. 요즘에는 NXC가 시리아 내전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를 국내에 수입한다고 한다. 영화배급 사업을 하겠다는 거다.
김정주 창업자는 넥슨을 넥슨그룹으로 키우기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의 노력은 대부분 성공으로 돌아왔고, 그는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매년 분석하는 ‘한국 50대 부자’ 리스트에 매번 상위 링크를 한다. 2016년엔 6위를 기록했다. 대략 4조9167억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진경준 전 검사장과의 넥슨 주식 특혜 매입 의혹으로 김정주 창업주는 지금 곤란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 받았다. 공정위의 공시 지정 기업이 되면서 이제 은둔의 경영자 김정주는 이전보다 더 가까이 대중과 정부기관의 시선과 감시를 받는 상황이 됐다. 앞으로 넥슨그룹에 대한 다양한 이슈들이 수없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김정주 창업주에게 은둔의 경영자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게 됐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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