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이슈] 조양호 회장의 호텔사업

한진그룹 산하의 대한항공은 ‘하늘 위에 호텔’을 표방합니다. 대한항공 기종 중에 A380은 하늘 위에 ‘특급 호텔’이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그 크기부터 내부 구조까지 럭셔리합니다. 날아다니는 호텔 사업을 하는 한진그룹은 땅 위에서의 진짜 호텔 사업에도 열정적입니다. 하늘에서는 대한한공과 진에어(저가항공사)를 통해 여객사업을 한다면, 한진칼네트워크를 통해서는 호텔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거죠.
특히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수년전부터 호텔사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사실 한진그룹에서 호텔사업은 보조적인 사업군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호텔사업의 덩치를 키워서 항공 여객사업과 함께 한진그룹의 양 날개를 만들려는 모양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한진그룹은 6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73층 규모의 윌셔그랜드호텔을 오픈했습니다. 윌셔그랜드호텔이 위치한 윌셔그랜드센터는 미국 LA는 물론 미국 서부지역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도 유명합니다. 한진그룹이 미국 서부의 마천루를 담당하고 있는 겁니다.
한진그룹의 호텔사업에도 우여곡절은 있었죠. 윌셔그랜드센터는 지난 1952년에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이전 이름은 스테틀러호텔인데요. 스테틀러호텔은 1983년부터 힐튼호텔에서 운영하다가 지난 1989년에 대한항공에 인수가 됩니다. 이때 조양호 회장은 미국 서부에서 한가지 승부수를 띄웁니다.
바로 윌셔그랜드호텔을 완전히 다시 개발하는 ‘윌셔그랜드 프로젝트’를 발표한 거죠. LA의 경제가 별로 좋지 않던 시절이었는데, 한진그룹이 막대한 자금을 들여 전면 개발에 나선 것에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죠. 그럼에도 조 회장은 이 호텔 사업에 올인을 했습니다. 2014년 2월에 공사를 시작한 조양호 회장은 10억달러가 넘는 돈을 투입합니다. 우리 돈으로 1조1000억원이 넘는 규모죠.
조양호 회장이 미국 서부에 10억달러를 투입한 것은 하늘 위의 호텔 사업과의 시너지를 위해서였습니다. 한진그룹의 호텔사업은 1974년부터 시작되는데요. 현재 현재 제주KAL호텔과 서귀포KAL호텔, 와이키키리조트호텔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요즘 추세에서는 이른 바 ‘에어텔’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죠. 에어텔은 항공권과 호텔숙박권을 연동해 가격을 내린 여행 패키지입니다. 그래서 대한항공과 같은 항공사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호텔과 연계한 상품을 강화하고 싶은 거죠. 요즘 조 회장은 한국에 한옥호텔 짓기에도 열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08년에는 경복궁 옆 송현동에 2900억원을 들여 삼성생명 사옥을 사들인 바 있었는데요. 그 자리에는 7성급 특급호텔도 추진 중입니다.
이렇듯 한진그룹의 주력사업이 항공과 호텔로 구분되면서 조양호 회장의 가업승계가 본격화될 거란 진단이 나옵니다. 조원태 사장은 그룹 경영전면에 나서고 있는데요. 그가 대항항공을 챙기고, 조현민 전무가 호텔과 함께 관광사업을 책임지는 구조인 거죠.
한진그룹의 호텔사업은 2년전까지만 해도 조현아 부사장이 맡았습니다. 하지만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이제 그룹의 떠오르는 핵심사업은 조현민 전무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조 전무는 한진칼의 자회사인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이기도 합니다.
사실 오너들이 호텔사업을 챙기는 건 한진그룹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롯데, 신라 등도 오너가 직접 호텔사업을 맡고 있는 계열사의 대표이사로 활동 중입니다. 호텔사업은 고비용 저효율 사업입니다. 부동산 초기 자본이 많이 들어가고 운영하려면 인건비가 크게 소요됩니다. 그래서 영업이익률 면에서도 그룹 계열사 중에서 가장 낮은 편입니다.
하지만 호텔사업은 그룹의 이미지에 있어 상당히 긍정적입니다. 해외에 진출할 때 호텔을 앞세우는 전략도 현지화 정착을 위해 상당히 효과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너가 아니면 이 사업을 밀어붙일 수가 없는 거죠. 하늘과 땅에서 펼쳐지는 한진그룹의 호텔사업이 흥미진진합니다.

- 글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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