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이슈] 지진과 대기업 생산시설

지난주 갑작스런 포항 지진으로 한국도 지진의 안전국가가 아님을 또 한번 자각하게 됐습니다. 이럴 때마다 우리 기업인들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심정일 겁니다. 특히나 한국의 제조시설 가운데 정밀도가 생명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의 주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시설은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거죠.
이번 포항지진이 발생하자 일부 대기업들은 안전을 위해 일부 생산시설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충남에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은 LCD패널의 일부 생산시설을 대략 2시간 정도 일시 정지시켰습니다. LC디스플레이 구미공장도 일부 라인을 정지했다가 곧 정상가동을 했다고 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같은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들은 작은 진동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노광장비가 설비에 있습니다. 나노급 단위의 미세한 공정을 하기 때문에 지진 가능성에 대응한 철저한 내진설계도 적용하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국내 반도체 기업 중에 이번 지진으로 직접적인 생산 피해를 본 기업은 없다고 합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과 대만 등도 전자 및 반도체 산업에 의존도가 높습니다. 이런 국가에서 대형 지진이 발생한다면 엄청난 국가 손실이 납니다. 일본의 경우에도 크고 작은 지진으로 기업의 생산시설 마비가 즉각 발생하고 이는 경제 전반에 타격을 준 사례가 수두룩하죠.
지난해 4월에 일본 규슈에서 대형 강진이 발생했을 때 소니는 카메라모듈과 이미지센서를 생산하는 여러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생산차질이 오랜 기간 이어지면서 영업이익만 1조원이나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죠. 소니는 결국 카메라모듈 사업을 축소하게 됩니다. 사실 당시 소니는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이었는데요. 설상가상 지진 피해를 받으면서 직격탄을 맞게 된 거죠.
지진 피해 기업이 발생하면 다른 국가의 경쟁사들의 실적이 향상됩니다. 소니가 고꾸라지자, LG, 애플 등 카메라모듈 사업을 영위하는 곳들이 반사이익을 얻게 됐죠.
지난 1999년 대만에서 진도 7.6의 강진이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도 한국의 9월 반도체 수출액이 전월대비 24% 급등했습니다. 지진을 단순히 자연재해로 터부시하면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얼마든지 기업과 국가경제의 직격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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