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비게임‘투트랙’으로 사업구조 안정화…‘종합 IT엔터’로 고공비행 중
NHN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기업 이야기를 하려면, 우선 2000년 무렵 네이버와 한게임이 합쳐져 NHN이란 이름으로 출범한데서 시작해야 한다. 이후 네이버와 한게임은 모두가 잘 알다시피 각각 한국의 검색시장과 게임시장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게 됐다. 그리고 지난 2013년 NHN은 다시 한번 네이버 주식회사와 NHN엔터테인먼트로 분할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NHN엔터의 뿌리는 한게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2013년부터 홀로서기에 나선 NHN엔터는 이후 PC와 모바일을 중심으로 하는 웹보드 게임과 모바일게임 사업을 시작으로 다양한 영역의 신규사업에 진출하기 시작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음원서비스 ‘벅스’(Bugs)와 예매사이트 ‘티켓링크’, 웹툰 플랫폼인 ‘코미코’(Comico), 클라우드 ‘토스트’까지 공격적인 확대를 한 것이다.
NHN엔터는 홀로서기에 나선 2013년 이후 꾸준한 매출 성장세를 유지했는데, 2014년 5569억원에서 2015년 6446억원, 지난해 8564억원의 매출과 26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다. 이렇게 외형적인 성장을 하게 된 배경에는 앞서 언급한 대로 게임 사업에만 머물지 않고 비(非)게임 사업에서도 성과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과거의 화려했던 영광을 뒤로 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성공한 게임업체는 흔하지 않다. 바로 NHN엔터가 쓰고 있는 특별한 성공 스토리다.

간편결제 시스템 ‘페이코’ 선전
전통적으로 게임사업은 매출 변동이 클 수밖에 없는 불안정한 시장이다. 왜냐하면 신규 게임을 준비하는 데에 인력과 투자금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데, 막상 오픈했을 때 흥행은 누구도 알 수 없다. 일단 흥행하면 대박을 터트리면서 캐시카우가 될 수 있지만, 참패하면 그 손실은 고스란히 재무제표에 반영이 된다.
NHN엔터도 이러한 게임업체의 속성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2013년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러나 정우진 대표가 2013년 NHN엔터 사업센터장에 이어 2014년 NHN엔터 대표로 올라서면서 이 회사의 기업 DNA는 급변하게 된다.
매출 변동이 큰 게임사업에만 올인하지 않겠다는 정우진 대표의 전략이 시장에 통하면서 현재의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갖춘 게임사 중 하나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특히나 지난 3분기 NHN엔터의 실적발표는 이 회사가 비게임 분야에서 얼마나 튼실한 수익사업을 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NHN엔터의 3분기 매출은 2197억원 영업이익은 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9%, 142.3% 늘어났는데, 이러한 성장을 이끈 분야가 바로 비 게임사업문야였다. 반면에 게임 분야는 전년 동기나 전 분기 대비 모두 역성장했다.
특히나 NHN엔터는 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강자로 올라서 있다. 지금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등이 주목되고 있지만, NHN엔터에는 ‘페이코’(PAYCO)가 2015년부터 자리를 잡고 있다. 오프라인에선 대형 가맹점이, 온라인에선 오픈 마켓과 제휴하고 송금·멤버십·포인트·ATM 등 금융서비스를 확장한 것이 NHN엔터의 페이코의 성장 발판이 됐다.
페이코의 3분기 거래액은 8000억원, 누적 가입자 수가 710만명이나 됐는데, 전년 동기 대비 2배나 급증한 수치였다. 전체 누적 거래규모는 3조원에 육박한다는 게 시장의 통설이다. 지난 4월에는 ‘NHN페이코’라는 별도 법인까지 출범시켜서 NHN엔터의 주요 사업으로 자리 잡게 됐다.

정우진 대표 체제 이후 급가속
NHN엔터의 체질을 확 바꾼 인물이 정우진 대표다. 정 대표는 2001년 NHN에 합류한 이후 그는 17년 동안 한 회사에서 근무했다. 정 대표가 NHN엔터의 경영인으로 올라선 배경에는 이준호 NHN엔터 이사회 의장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준호 의장은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함께 2000년대의 네이버와 한게임을 구축한 두 기둥이다. 이준호 의장은 2013년 NHN이 네이버와 NHN엔터로 분할될 때 NHN엔터의 최대주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이준호 의장의 신임을 한 몸에 받았던 정우진 대표가 NHN엔터의 DNA 바꾸기에 나선 것이다. 이준호 의장이나 정우진 대표가 NHN엔터의 체질개선에 나선 이유는 당시만 해도 게임사업에 대한 정부의 비판이 강했고, 각종 규제가 많을 때였다. NHN엔터의 주력 게임 무기는 웹보드게임인 ‘신맞고’나 ‘포커’ 등으로 정부의 웹보드 규제에서 힘든 세월을 보내야 했다.
더군다나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면서 모바일 시장이 강화되고 반면에 PC게임은 위축되면서 NHN엔터는 PC를 기반으로 했던 전통적인 온라인 게임에만 올인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거기에 경쟁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가 ‘리니지M’을, 넷마블게임즈가 ‘세븐나이츠’ ‘모두의 마블’을, 넥슨이 ‘액스’‘다크어벤저3’ 등의 모바일게임으로 흥행가도를 달리면서 NHN엔터의 모바일게임은 20위권 밖으로 쭈욱 밀려나 있었다.
정우진 대표는 우선적으로 NHN엔터의 구조를 바꾼다. 게임사업 부문을 NHN스튜디오629, NHN픽셀큐브, NHN블랙픽 등 3개의 자회사로 나누는데, 이는 게임사업과 신사업을 함께 추진하자는 의지가 담긴 물적분할이었다. 특히나 게임사업 부문은 정우진 대표가 총괄하면서 신사업부문은 정연훈 NHN페이코 대표가 담당하는 의사결정 시스템을 만들었다. 지금의 비게임 사업들인 간편결제, 웹툰, 음원, 클라우드 등이 자리잡게 된 배경이다.
이후 정우진 대표는 저조했던 모바일 게임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 노력을 하는데, 2013년까지만 해도 NHN엔터의 게임 매출은 PC온라인 게임이 80% 가까이 차지했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모바일 게임이 60% 가까이 매출을 차지하고 있다. ‘크루세이더퀘스트’나, 삼국지 기반의 전략 RPG(역할수행게임)인 ‘킹덤스토리’도 게임사업 부문의 캐시카우로 키워내고 있다. 정우진 대표는 NHN엔터가 현재 비 게임사업으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어도 결국 게임사업에 대한 미래비전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NHN엔터는 내년 상반기부터 5개 이상의 신규 게임을 아시아 중심 세계시장에 내놓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정우진 대표는 NHN엔터의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키워내고 있는데, 2013년에 웹툰 플랫폼 코미코를 일본에 먼저 출시한 이후 한국과 대만에 오픈하고 이어 태국 등으로 차례차례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중이다. 웹툰이라는 것이 게임과 함께 세계인들이 즐길 수 있는 플랫폼 중에 하나라는 건 누구나 잘 알 것이다. 네이버가 네이버웹툰으로 세계시장을 노크하고 있듯이, NHN엔터도 코미코를 운영하고 있는데, 두 회사의 다른 점은 코미코는 유료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활약
2015년에는 NHN엔터가 1000억원이 넘는 투자금으로 음원 사업자인 ‘네오위즈인터넷’을 인수합병한다. 이어서 NHN엔터는 네오위즈 인터넷의 음원 플랫폼 벅스를 ‘NHN벅스’로 변경하고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유료가입자 수는 2015년 40만명에서 지난해 80만명으로 2배 증가했으며 올해 100만명 돌파를 예상하고 있다. NHN벅스는 최근 가수 황치열 등 연예인들을 메니지먼트하는 하우엔터테인먼트의 지분 70%를 인수하면서 자신들의 영역을 또 넓히고 있는 와중이다.
정우진 대표는 변동성이 적고 안정적인 영역으로 사업의 다변화를 시도하면서도 주력사업도 재정비하는 ‘투 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현재 그가 책임지고 끌고 있는 NHN엔터가 앞으로 어떤 사업에 도전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2013년 이후 NHN엔터는 10여개의 회사들과 인수합병을 하면서 다양한 사업영역으로 발을 들여놓고 있다. NHN엔터는 게임업체가 아니라 이제 종합 IT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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