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지난 5일(현지시간) 한국을 비롯해 역외 17개 국가를 ‘조세회피처(조세비협조적지역) 블랙리스트’ 국가로 선정했다. 조세비협조적지역은 외국인에 과도한 세제 혜택을 부여해 국제적으로 부당한 조세 경쟁을 유발하는 국가를 뜻한다.
EU는 이날 브뤼셀에서 28개 회원국 재무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재정경제이사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이 밝혔다.

대부분 섬나라…韓 지정배경에 주목
EU가 이날 결정한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 대상국가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령 사모아, 바레인, 바베이도스, 그레나다, 괌, 마카오, 마샬제도, 몽골, 나미비아, 팔라우, 파나마, 세인트루시아, 사모아, 트리니다드 앤 토바고, 튀니지, 아랍에미리트(UAE) 등이다.
하지만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경제 규모가 작거나 자치령인 섬지역이어서 한국이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 대상에 오른 배경이 주목된다.
EU는 조세비협조지역(Non-cooperative jurisdiction) 블랙리스트를 발표하면서 “리스트에 오른 국가들은 EU가 지적한 문제점에 대해 의미 있는 조처를 하지 않았고, EU의 과세기준을 토대로 삼기 위한 의미 있는 대화에 응하지 않았으며, 이를 개선하겠다는 약속도 제때에 하지 않았다”고 선정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EU는 세계 7대 무역국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한국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이유에 대해 “한국은 해로운 특혜세금체제를 갖고 있다”면서 “2018년 12월31일까지 이것들(해로운 특혜세금체제)을 수정하거나 폐지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고 짤막하게 지적했다.
EU가 언급한 해로운 특혜세금체제란 외국인투자지역이나 경제자유지역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에 대해 소득세와 법인세 등을 감면해주는 혜택을 주는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EU가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 국가들에 어떤 제재를 취할 것인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앞으로 논의를 통해 정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최소한 1년에 1번 이상 조세비협조지역 리스트를 업데이트 할 것”이라면서 “올해에 검토대상에 올랐던 지역은 물론 리스트에 오른 지역의 상황을 계속해서 모니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블랙리스트 명단에 포함되면서 OECD 국가로는 첫 지정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에 우리 정부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른 시일 내에 조세비협조지역 블랙리스트 명단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의 담당 국장을 즉각 EU에 파견하기도 했다.

정부당국 “EU 설득하는데 집중”
다만 정부는 한국의 외국인 투자지원 세제가 다른 국가에 비해서 어떤 면이 문제가 있다고 평가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다른 나라도 외국인투자유치를 위해서 세제 지원을 하고 있는데 조금씩 차이가 있다”며 “우리나라와 일률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환경이 비슷한 다른 국가들은 왜 빠졌는지 조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문제는 EU가 외국기업 세금감면을 지적했다고 해서 정부가 외국투자기업에 대한 세제를 EU의 입맛대로 다 뜯어고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외국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해선 어느 정도의 세금감면 혜택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EU의 지적을 수용하면서 한국의 세금 관련 제도와 정책에 대해 EU를 설득하는데 집중함으로써 블랙리스트에서 벗어나는 접근을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EU 측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벨기에의 EU 주재 한국대표부를 통해 우리 측 입장을 전달하고 비협조국 명단에서 우리가 제외될 수 있도록 EU 측을 설득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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