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명구-한국전시문화산업협동조합 이사장

공공조달시장이 저가 수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협상에 의한 계약 제도의 도입 취지와 다르게 기술력이 아닌 가격으로 수주업체가 결정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장터에 공개된 28억원 규모의 경북지역 A박물관 전시시설 제작설치 사업의 평가 결과에 따르면 기술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업체는 87.5197점의 B업체였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업체는 87점을 받은 C업체였다. 당락을 가른 것은 가격 점수였다. C업체의 가격 점수는 9.7368점으로 B업체의 8.639점보다 약 1.1점 높았다. 0.5점의 기술 점수 차이를 가격 점수로 뒤집은 것이다.
공공조달시장에서의 저가투찰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사업비 10억원 이상 대형실물모형사업의 협상에 의한 계약 입찰에서 70% 이하의 가격으로 낙찰된 사업은 2017년 7월 기준으로 전체의 65%에 이른다. 2015년 7.1%, 2016년 30.3%에서 급격하게 증가했다.
협상에 의한 계약은 계약 이행의 전문성·기술성 등의 이유로 필요가 인정되는 경우 제안서를 제출받아 평가한 후 협상절차를 통해 국가 혹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가장 유리하다고 인정되는 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제도다.
하지만 저가투찰로 인해 발주 기관과 수주업체 그 누구에게도 유리하지 않은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기술평가에서는 업체 간 점수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가격평가에 의해 최종 낙찰자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성과 기술력을 중요시 하는 제도의 취지가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저가투찰이 가져오는 폐해는 전시·연출업계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2009년 방위산업청 연구용역 보고서인 ‘협상 적격자 선정을 위한 비용 평가 방법 개선’에서도 방산 분야 입찰에서 기술평가의 변별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업체들이 낙찰가능성 최대화를 위해서는 저가로 입찰에 참가하는 현상을 야기하며, 이에 따라 품질 및 경쟁력의 저하로 이어지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2017년 발표된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지방 공공SW의 낙찰자 선정방식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도 SW 사업 입찰에서 동일한 문제로 인해 기술능력 중심의 낙찰자 선정이라는 목적과 취지가 퇴색됐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추정가격 대비 60%로 돼 있는 입찰하한율 규정은 업체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60%에 가까운 낮은 금액을 투찰할수록 점수의 차이를 크게 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입찰하한율 규정은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기준 예규가 제정된 2003년에 만들어진 낡은 규정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이미 2014년도에 입찰하한율을 80%로 상향했지만, 업계에서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입찰하한율 추가 상향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식의 저가 투찰은 업계를 공멸로 이끄는 길이다. 입찰하한율 상향이나 가격평가 방식 변경 등 저가 투찰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 도입이 시급하다.

박명구-한국전시문화산업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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