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본다’는 속담이 있다.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한참동안 애쓰다가 일이 허사로 돌아갔을 때 어쩔 수 없이 맥이 빠진 모습을 두고 하는 말이다. 혹은 자기 능력으로 되지 않을 일을 하다가 실패하고 난 뒤 허탈해하는 마음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한자성어로는 ‘축계망리’(逐鷄望籬)라고 하는데, 해석하면 ‘닭을 쫓다가 울타리를 바라본다’는 뜻으로 위의 속담과 같은 용도로 쓰인다.
이처럼 어리석은 사람이나 지혜롭지 못한 사람, 혹은 사람들의 비천한 행동을 개에 비유하는 속담이 많이 있다. 자기 주제를 모르고 함부로 덤비는 것을 뜻하는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도 있고, 자신의 더 큰 허물은 짐짓 묻어두고 다른 사람의 작은 단점을 공격하는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도 있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는 말은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돈만 벌 수 있다면 괜찮다는 천박한 자본주의를 뜻한다.
우리 속담 뿐 아니라 중국 고전에서도 개에 비유한 다양한 이야기에서 통찰을 얻는 고사가 많이 나오는데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다.
먼저 우리가 잘 아는 ‘토사구팽’(兎死狗烹)이 있다. ‘토끼를 잡고나면 사냥개는 삶아 먹는다’는 뜻으로 한 고조에 의해 제거당했던 명장군 한신이 했던 말로 유명하다. 한신은 한 고조를 도와 천하를 통일하는데 큰 공을 세웠지만 주위의 부추김에 넘어가 확실한 충성심을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역적으로 몰리고 말았다.
‘견토지쟁’(犬兎之爭)은 토끼와 사냥개가 죽을 때까지 싸우다가 지나가던 농부만 덕을 본다는 뜻이다. 중국 전국시대의 명재상 순우곤이 위나라를 침략하려는 제나라 선왕에게 했던 말로, 제나라와 위나라가 싸우면 옆에 있는 강대국 진나라나 초나라만 이득을 보게 된다는 것을 비유해 말했다. 결국 제나라 선왕은 이 간언을 듣고 위나라 침공을 포기할 수 있었고, 나라를 평안하게 지킬 수 있었다.
속담이나 고사들을 보면 개는 그동안 사람들에게 그리 좋은 이미지를 갖지는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오늘날은 다르다. 개는 사람들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며,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성실한 성품으로 ‘사람보다 더 낫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불신의 시대에 사람은 배신을 하지만 개는 믿을 수 있다는 자조 섞인 말이다.
심지어 개를 통해 사람에게 얻지 못하는 위안을 얻는다는 사람들도 있고, 키우는 개를 한 가족으로 삼아 정성을 다하는 사람들도 최근에는 많이 늘고 있다. 드물기는 하지만 위기에서 주인을 구해낸 충견의 소식도 뉴스를 통해 듣기도 한다.
이러한 개의 성실하고 충성스러운 성품을 말해주는 ‘견마지로’(犬馬之勞)라는 성어가 있다. 직역을 하면 ‘개와 말 정도의 하찮은 노력’으로 해석되지만, 부정적인 뜻이 아니라 윗사람에게 충성을 다하는 자신의 노력을 낮춰서 겸손하게 말할 때 쓴다. 혹은 요령피우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결심을 할 때 쓰는 용어이기도 하다.
닭의 해 정유년이 지나고 황금개띠의 해인 무술년이 밝았다. 마치 닭을 쫓아내고 황금개가 등장한 것과 같은 모양새다. 어려움과 혼란을 모두 닭과 함께 보내버리고, 견마지로의 정신으로 결실을 맺는 희망찬 한 해를 기대해보자.

- 《천년의 내공》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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