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 박정호 사장

‘SK 미래 30년’이끄는 최태원 회장의 복심… ‘티움’서 영글어가는 ‘5G의 마법’
SK텔레콤의 을지로 본사 1, 2층에는 특별한 ICT기술 체험관이 있다. 이곳은 SK텔레콤의 첨단 통신망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지난 2008년에 처음 문을 연 뒤에 통신기술이 진보할 때마다 새롭게 재단장을 마치고 손님을 맞이했었다. 지난 2017년 9월 SK텔레콤은 이 체험관을 재단장해서 오픈했는데, 그때 이름이 ‘티움’(T.um)이었다.
티움이란 뜻은 테크놀로지(technology), 텔레커뮤니케이션(telecommunication) 등의 첫 글자 T와 박물관을 뜻하는 뮤지엄(museum)을 합친 말로 새로운 기술의 싹을 틔우겠다는 SK텔레콤의 야심이 담긴 곳이었다. 티움이 지향하는 바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30년 후에 첨단 미래도시를 여행하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것의 핵심은 바로 ‘5G통신망의 일상화’였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이동통신망의 기술속도를 두고 4G망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5G가 과연 얼마나 진보적인 기술일까? 기술적으로만 보면 5G는 4G보다 사람이 느끼는 데이터 처리 속도가 10배 이상 빠른 것으로 알려졌는데, 쉽게 이야기하면 4G까지는 기존 유선 서비스가 무선화되는 과정이고 5G는 오프라인 세상 자체가 ICT 세상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의미한다.
SK텔레콤의 티움 체험관에는 바로 5G로 구현된 미래도시가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와 대화하면서 일상에 도움을 받고, 커넥티드 카를 타고 운전하지 않아도 알아서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하고, 직접 매장에서 옷을 고르지 않아도 가상현실(VR) 쇼핑으로 옷을 입고 구매할 수도 있는 세상이 그 안에에 있다. 이 모든 미래사회 인프라의 기본이 바로 빠른 데이터처리 속도인 5G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ICT기업들과 손을 잡다
티움은 SK텔레콤이 30년 먹거리를 가지고 가야하는 미래 사업의 실체를 대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5G를 누가 빨리 선점하고 시장에 뿌리를 내리느냐에 따라서 30년 동안 이동통신 시장의 승패가 좌우될 수 있는 중요한 격전장이란 것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지난 9일에 열렸던 ‘미국 CES 2018’에 직접 관람하면서 언론매체를 통해 강조한 점도 바로 5G를 통한 첨단 통신기술 시장의 선점 이야기였다.
특히나 중국이 4G 기술을 쫓아오고 있는 실정인데, 그 추격의 원동력은 중국의 통신 기업들이 한국에서 사가지고 간 반도체 덕분이었다. 통신기술의 격차를 따라잡는 핵심은 그걸 구동시키는 주요 부품인 반도체의 기술력 덕분이었다는 게 박정호 사장의 생각이었다. 거기다 중국은 통신망에 대해 전폭적인 정부지원을 하고 있고 국가 사업으로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기업들이 거침없이 성장하고 있는 와중이다.
그러나 SK텔레콤의 최대 경쟁자가 한국에 있다는 걸 잘 알 것이다. 바로 KT다. 이번 CES에 KT의 황창규 회장이 직접 참관하지는 않았는데, 일단 KT는 2월에 개최하는 평창동계올림픽 때문에 무척 바쁜 실정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KT가 동계올림픽의 공식 통신 스폰서로 올림픽 중계망과 5G시범망을 준비하고 있기에 그렇다. 대회 개최지인 평창을 비롯해서 강릉 전역에다가 5G 네트워크를 구축해 세계 최초로 5G 시범서비스를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KT는 평창에다가 5G세상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입장에서는 CES에 직접 모습을 나타내서 SK텔레콤의 입지를 보여주고 세일즈를 해야 할 타이밍임에 분명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CES에서 박정호 사장은 글로벌 초정밀 지도 대표기업 히어(HERE)와 손잡고 5G 자율주행·스마트시티 사업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상당히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줬다. 이밖에도 거의 30분 단위로 미팅 스케쥴을 잡고 CES 기간 내내 이동통신사업(MNO), 미디어, 사물인터넷(IoT)·데이터(Data), 서비스 플랫폼 분야 등의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을 맺었다.
CES는 주로 자율주행자동차, IT기기, 통신단말기 등 첨단 ICT 제품이 나오기 마련인데, 이들 제품을 만들고 양산하는 기업들은 결국 이동통신사업자의 첨단 통신네트워크 기술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5G는 사물이 모두 초연결되는 세상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CES와 같은 큰 잔치에서 모든 기업이 탐내는 곳이 통신 기업일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서 박정호 사장의 전략이 보인다. 박 사장은 5G 생태계를 조성해서 여러 글로벌 기업들과 합종연횡의 연합군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마치 구글이 안드로이드 OS 플랫폼을 구축해서 전 세계 모바일 제조사의 80% 이상을 자기 놀이터에서 놀게 하듯이 말이다.

최태원 회장의 신임을 받는 CEO
박정호 사장이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등 신사업에서 SK텔레콤의 성장동력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8년부터 그룹의 각 계열사 핵심성과지표(KPI)에 ‘공유 인프라와 사회적 가치 창출’과 관련한 기준을 반영키로 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미 SK그룹은 비즈니스의 초연결을 통해 계열사 간 시너지를 증폭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SK텔레콤과 같은 핵심 계열사가 앞서서 이러한 사업 전략모델을 선도해야 할 것이다. 
박정호 사장은 최태원 회장의 비서실장을 맡을 정도로 신임이 두터운 인물로 그룹의 정체성과 비전을 설계하고 끌고나가는 CEO다. 과거에 SK그룹이 신세기통신과 하이닉스 인수 등 굵직한 인수합병을 할 때 주도적 역할을 했고 통합SK 출범을 이끌어 그룹에서 구조조정 전문가로 꼽힌다. SKC&C와 지주회사 SK에서 인공지능(AI)과 스마트물류 등 신사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에도 성과를 냈다. 특히나 SK그룹의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전을 진두지휘하며 최종 낙찰자로 선정되는 데 공을 세운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지난해 1월1일자로 SK텔레콤 대표 자리를 맡게 된 박정호 사장의 취임시기를 보면 최태원 회장이 2016년부터 주요 계열사 CEO들에게 새로운 사업모델 발굴을 포함한 그룹 혁신방안을 내놓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한 시점과 맞물린다. 최태원 회장은 자신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박정호 사장과 함께 SK그룹에 새로운 변화와 속도를 내겠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겠다.
SK그룹은 지난해 SK텔레콤을 분할한 뒤 투자부문을 지주회사 SK와 합병하는 등 지배구조개편 시나리오를 추진하고 있는데, 바로 박정호 사장이 지배구조개편의 핵심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SK텔레콤 대표로 지배구조 개선의 선봉장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왜냐하면 박정호 사장은 구조조정에 있어 탁월한 업적을 내고 있는 CEO로 지난 2015년 SK와 SKC&C가 합병해서 통합 지주회사인 SK 출범을 이끌며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지배구조를 완성하기도 했다.
상세하게 설명하면 합병 전에 최태원 회장은 당시 지주사였던 SK 지분은 0.02%만 보유했지만 SKC&C의 지분 32.9%를 소유하고 있었다. SKC&C가 SK 지분 31.8%를 보유해 최 회장이 SKC&C를 통해 지주회사인 SK를 지배하는 구조가 됐다. 통합 SK가 출범하면서 최 회장이 지주회사의 최대주주에 올라 지배구조가 단순화되면서 최태원 회장의 지배력도 높아졌다.

중간지주회사로 거듭날까?
올해 SK텔레콤은 중간지주회사로 거듭날지 말지가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는데, 중간지주회사는 기존 지주회사의 지배를 받는 동시에 다른 사업자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리는 지주사를 말한다. SK그룹은 현재 SK이노베이션을 중간지주회사로 그 밑에 정유와 화학 부문으로 나눠져 있는데, SK그룹은 SK텔레콤을 분할해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그 아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회사를 거느리는 방식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
이렇게 SK텔레콤을 분할해 지주회사로 가는 이유는 향후 적극적인 M&A를 위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현재의 SK텔레콤은 통신사업 중심으로 사업구조가 짜여 있어서 미디어,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등 신사업 확대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중간지주회사로 거듭 나서 관련 사업영역으로 확대하고, 각종 전문기업들과의 인수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호 사장은 확실히 SK그룹의 미래 30년을 설계하는 전문경영인이다. 을지로 본사에 있는 티움 체험관을 전 세계에 전파하고자 하는 게 아마도 그의 꿈이 아닐까 싶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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