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인물]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

최희문 메리츠종합금융증권 부회장(사진)은 금융의 메카인 미국의 월가 스타일을 자신의 경영철학으로 삼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가 2010년부터 메리츠증권을 이끌면서 큰 성장을 이룩했는데, 월가 스타일 중 하나인 ‘성과우선주의’를 강력하게 채택한 것이 주요 원동력이었습니다.
메리츠증권은 영업직 사원 가운데 70%를 계약직으로 운영합니다.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하는 계약직 비율은 경영에 있어 효율적인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대신 최희문 부회장은 파격적인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해서 성과가 높은 사원에게는 총 수익의 50%를 지급하기 시작했죠.
물론 계약직 비중이 높은 것에 대해 불만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동종업계에서 메리츠증권만큼 성과 대비 보상시스템이 잘 구축된 곳도 없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남성 기준으로 메리츠증권의 평균 연봉은 업계 최고 수준인 2억원 안팎이라고 합니다.
파격적인 인센티브제도는 최희문 부회장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됐습니다. 직원들의 퍼포먼스가 뛰어나다보니, 최 부회장은 연봉으로 2016년 26억8000만원을 수령했습니다. 이는 금융권 CEO 가운데 거의 최고수준입니다.
효율을 중시하는 최희문 부회장의 업무스타일은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메리츠증권 직원들은 보고를 위해 격식을 따지는 절차를 거치지 않습니다. 필요하면 누구나 임원에게 전화나 이메일, 심지어 문자 메시지로 소통합니다. ‘격식을 따지는 것은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것이 최 부회장이 강조하는 업무 스타일입니다.
사실 2009년까지만 해도 메리츠증권은 10위권 중후반에 머물던 중소 증권사였죠. 그러다가 메리츠증권이 메리츠종합금융과 합병하는 2010년부터 변화가 시작됐고 마침 최희문 부회장이 2010년 통합 증권사 대표이사가 되면서 시너지가 폭발했습니다. 2010년 이후 매년 사상 최고 실적을 갱신하기 시작한 겁니다.
증권업계에서는 핵심 재무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지난 2015년 증권사 최초로 20%를 넘긴 뒤 꾸준히 두자릿수를 유지 중인데요. 경쟁기업인 신한금융투자가 9%, 하나금융투자가 8.7%, 한국투자증권이 7.9%, 삼성증권이 7.4%인 것과 비교하면 정말 압도적인 수치입니다.
지난해 메리츠증권의 연간 순이익은 전년보다 30% 증가한 32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실익과 효율을 중시하는 최희문 부회장은 주로 외국계 투자은행(IB)에서 경력을 다졌습니다. 뱅커스트러스트, 크레디트스위스(CS), 골드만삭스 등에서 15년간 근무했는데요. 채권 트레이딩, 파생상품, 기업금융 분야 등 웬만한 실무를 모두 섭렵했습니다. 월가의 노하우를 십분 발휘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입니다.
다만, 철저한 성과주의로 여의도 증권가에서 독보적인 실적을 내고 있지만, 향후 계약직의 정규직화 노력도 필요해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의 제로화에 어떠한 형태로든 화답을 해야 하니까요. 현재로서는 최희문 부회장에게 최대 경쟁자는 없어 보입니다. 그가 지난 8년 동안 자신이 쌓아올린 성과주의를 어떻게 넘어설지가 향후 메리츠증권의 운명을 가를 것입니다.

- 글 : 장은정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