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첫 해 미국의 무역적자가 9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무역적자 해소를 정책 우선순위로 두고 단행한 각종 조치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취임 전보다 12.1% 늘어난 것. 미국 소비자가 경기가 회복되면서 해외 물건 구매를 늘린 영향으로 풀이되지만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공세가 강화될 수 있는 명분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년比 적자폭 12.1% 급증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지난해 미국 무역적자가 5660억달러(약 615조8000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연간 적자 7087억달러를 기록했던 2008년 이후 9년 만에 최대치다. 2016년과 대비하면 12.1%나 증가했다.
특히 미국 수입액은 지난해보다 6.7% 증가한 2조9000억달러(약 3134조9000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출은 5.5% 늘어난 2조3000억달러(약 2486조3000억원)로 역대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미국이 많이 팔고, 많이 사들였지만 상대적으로 사들인 물건이 많아 무역적자가 큰 폭으로 늘었다.
국가별로는 중국과의 무역적자가 전년 대비 8.1% 증가한 3752억달러(약 405조6000억원)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지난해 미국이 기록한 전체 무역적자 중 3분의 2가량이 중국에서 발생했다. 상무부는 대중 무역적자 중 3분의 1 정도가 컴퓨터, 가전제품, 휴대폰 등 첨단기술 제품을 수입하는 데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폐기하겠다며 위협해온 멕시코와의 무역적자도 전년에 비해 10% 증가한 711억달러(약 76조8000억원)로 2007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미 무역흑자 1·2위를 기록한 중국과 멕시코에 이어 688억달러어치를 수출한 일본이 3위, 643억달러를 벌어들인 독일이 4위에 올랐다. 한국은 229억달러가량 흑자를 봐 인도와 함께 공동 10위에 올랐다.
무역적자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한층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이 주된 공격 대상이어서 주요 2개국(G2) 간 무역 전쟁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전 USTR 부대표 “보복 임박”
웬디 커틀러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무역 보복이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커틀러 전 부대표는 이날 뉴욕 소재 아시아 소사이어티 주최 포럼에 참석해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무역 보복 조치를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본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이 문제(대중 무역적자)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두고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 정부가 2주 전 발표한 외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은 특정 무역 파트너에 대한 무역 (보복) 조치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새해 들어 자국 기업의 미국시장 진출 계획이 줄줄이 무산된 중국도 트럼프 행정부에 양자협의를 요구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이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출한 양자합의 요청서를 통해 “미국의 세이프가드가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과 세이프가드 협정을 위반했다”며 세이프가드 완화 혹은 철회를 요구했다.
중국은 미국 세이프가드가 초래한 중국 측 손해에 대한 보상도 WTO 측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최근에는 미국의 중국산 태양광 패널 세이프가드 발동에 대한 맞불 차원에서 미국산 수수 반덤핑 조사를 선언했다. 미국은 전 세계 최대 수수 수출국이며 중국은 최대 수입국으로 지난해 미국에서만 476만톤을 들여왔다.
중국 중앙농촌공작영도소조 판공실 관계자는 반덤핑 조사는 WTO 회원국이 모두 가진 권한이라며 “중국 농민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조치로, 최근 몇년 동안 중국 내 곡물 가격이 국제시장 가격보다 높아지면서 중국 농민이 수입산 곡물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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