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이슈] 車시장 3위 각축전

한국의 자동차 시장은 ‘2강 3약’의 구도입니다. 5개 메이커의 지난해 국내 자동차 판매 점유율은 들여다 보면 현대자동차(39.5%)와 기아자동차(34.9%)가 75%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25%의 시장을 두고 한국GM이 9.5%, 쌍용자동차가 8.1%, 르노삼성이 7.7%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의 점유율이 75%에 가깝다 보니 나머지 3개 회사는 각 10% 미만의 점유율 안에서 3위 싸움을 치열하게 하고 있는 겁니다.
최근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사태가 터지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가장 큰 이슈는 3위로 달리던 한국GM이 내홍을 겪는 사이에 현대차와 기아차가 얼마나 더 자신들의 장악력을 넓혀 나갈 수 있을까, 입니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4, 5위를 달리는 쌍용차와 르노삼성이 앞으로 얼마큼 치고 나갈 수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한국GM에게는 큰 위기가 찾아 왔지만 쌍용차와 르노삼성은 내심 올 한해를 한국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군산공장 폐쇄가 가닥이 잡히면 전체 한국GM의 판매량은 급감할 수 있습니다.
쌍용차와 르노삼성의 입장은 어떨까요. 마침 지난 13일 도미니크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이 신년 기자간담회를 가졌는데요. 행사장에서는 기자들이 한국GM 군산공장 폐쇄에 대한 그의 견해를 묻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그는 “경쟁사에 대해 얘기할 수 없다”며 선을 분명히 그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한국시장은 경쟁이 매우 치열하며 고객은 매우 까다롭다”며 “한국 고객은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은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다소 원론적인 답변이긴 하지만 한국GM과 마찬가지로 외국계 완성차 업체인 르노삼성이 한국시장을 바라보는 현재 시각과 향후 전략이 궁금하긴 합니다. 시뇨라 사장은 한국GM을 의식해서인지 “올해 한국에서 계속 차량을 생산하고 판매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르노삼성이 한국GM과 달리 지속가능한 경영을 강조하는 것은 부산공장의 높은 생산성 때문입니다.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르노그룹의 50여개 공장 중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생산 경쟁력은 중간에도 미치지 못했죠. 그러나 현재는 4위 수준까지 올라섰습니다. 르노삼성이 부산공장의 경쟁력 혁신을 약속하고 같은 그룹인 닛산의 로그 생산 물량을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세계 자동차 공장의 생산성을 평가해 발표하는 하버 리포트에서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이 세계 148개 자동차 공장 가운데 8위를 차지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GM 군산공장의 경쟁력은 130위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올해 르노삼성이 제시한 목표 판매대수는 내수 10만대와 수출 17만대를 합쳐 27만대입니다. 3위를 향해 힘찬 시동을 걸고 있는 겁니다.
쌍용차는 지난해 근소한 차이로 르노삼성을 제치고 내수판매 4위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출시한 G4 렉스턴과 올초 출시한 렉스턴 스포츠가 지난달 각각 1900대 판매를 넘기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어 조심스레 3위의 야망도 내비치고 있습니다. 2010년 영업부문장으로 쌍용차에 입사한 최종식 사장이 지난 2015년 3월부터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는데요. 최 사장이 바로 쌍용차의 티볼리와 G4 렉스턴 열풍을 이끈 주역입니다.
그런데 쌍용차는 3위 자리에 대해 욕심이 없다고 공공연하게 말합니다. 최종식 사장은 1월에 열린 렉스턴 스포츠 모델 공개 행사장에서 “기대는 하지만 국내 판매 3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쌍용차는 해외판매가 중요한 상황입니다. 아직 쌍용차는 미국, 중국 등 주요 자동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을 못했습니다. 국내 시장에만 안주하지 않고 세계시장에서 달리는 글로벌 기업을 꿈꾸고 있는 거죠. 아무튼 최근 탄력을 받고 있는 최종식 사장의 경영능력이 토종기업인 쌍용차를 현대·기아차에 이어 3위 자리에 올릴지 궁금합니다.

- 글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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