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훈-ASE코리아 본부장

정초부터 무역 전쟁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대다수의 미국인은 우리나라의 경제적 성공뿐만이 아니라 국제적 위치에 대해 무지한데 트럼프 대통령은 유독 우리나라를 실제보다 더 대단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우리나라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다 보니 외부 충격에 대한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 크게 높다고 할 수 없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외주를 잘 활용했고 그로 인해 항공, 무기, 전자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을 비축했다. 그런데도 제조업에서 연간 300만개의 일자리가 동남아시아 등에 빼앗긴다고 엄살을 부리곤 했다.
IT, 회계 분야만 해도 오래전부터 미국 임금의 20%면 인도 등에서 처리가 가능하니 자국 내에 일자리가 유지될 턱이 없다.
미국과 한국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모 그룹 회장이 우리나라의 급격한 임금상승을 직원 조회에서 예측하면서 당시 중국이나 필리핀으로 진출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놀란 적이 있다.
대만은 기업의 규모에 관계없이 필리핀 등 해외인력을 40%까지 허용하다 보니 제조업의 원가경쟁력이 놀랍다. 당연히 마진율이 엄청나다. 제조직뿐만 아니라 기술자와 경영진도 일부 필리핀 직원이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선진국으로 진입한 우리가 임금은 후진국 수준으로 후퇴할 수는 없다. 모든 분야가 경제력에 맞게 설정이 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와 같은 소비와 주거형태로 모두가 복귀하면 임금이 지금처럼 높지 않아도 되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다.
자동차 업계는 오랫동안 서구의 독무대였다. 사실상 자동차를 최초로 만든 벤츠사를 보유한 독일부터 포드와 같은 걸출한 자동차 기술자와 경영자를 배출한 미국 그리고 일찍이 공업화를 이룬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특유의 저력과 추진력으로 세계 상위권 진출에 성공한 우리 자동차산업이다.
물론 그 배후에는 수많은 중소 협력업체의 헌신과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문화사업과 견주어 단순히 수익률만 가지고 따지지만 자동차산업으로 인한 세계 시장에서의 기술력에 대한 이미지 제고와 파급효과는 가늠하기 힘들다. 그 나라 기술력의 총체적 과시이기 때문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최민정 선수와 같이 초격차를 벌일 수 있는 기술(스피드) 없이는 갖가지 변수와 무역장벽이라는 규제의 격랑을 헤쳐 나갈 수가 없다.
큰 그림과 방향이 중요하지만 일단 방향이 결정되고 나면 일선을 맡은 조장, 반장, 부장 등이 내리는 수백개의 사소한 결정과 개선 활동이 기업의 수익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부활시킨다. 어느 자리나 중요하다는 뜻이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늘 도전에 직면했고 그때마다 슬기롭게 헤쳐나간 저력이 있다.
5000년을 이어 오면서 굴욕의 역사도 있었다. 하지만 소치 올림픽에서 23위로 꼴찌였던 윤성빈이 불과 4년 만에 압도적 1위를 한 저력에서 보듯 권토중래는 어느 분야에서든 일어난다. 조선, 철강, 자동차 산업의 화려한 부활과 주변국의 숙련된 인력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대해본다. 모든 것엔 타이밍이 있다.

김광훈-ASE코리아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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