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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포커스] 창립 45주년 맞는 ‘블랙야크’ 강태선 회장
중소기업뉴스팀  |  sbnews@kbiz.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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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0호] 승인 2018.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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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능성에 패션 접목, 토종 대표 아웃도어 자리매김
‘나만의 스토리’담아 100년기업 꿈

지난해 5월13일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첫 주말을 맞이해 기자들과 북악산에 오를 때 일이다. 정국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된 문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의 중심이 되던 때였다. 그날 문 대통령은 오렌지색 바람막이 재킷을 입었는데, 왼쪽 가슴에 붙은 블랙야크 로고가 방송을 타면서 때 아닌 블랙야크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며 화제몰이를 했다.
그날 문 대통령이 입은 블랙야크 재킷은 지난 2013년 창립 40주년 기념으로 출시한 9만8000원의 제품이었는데, 문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구매해 종종 즐겨 입는 재킷으로 알려졌다. 하루아침에 ‘문재인 등산복’으로 불리며 블랙야크는 새삼 아웃도어 시장에서 주목을 받게 됐다. 블랙야크는 재주문 요청에 따라서 단종했던 해당 상품을 3000개 재출시했고 완판을 했다. 그리고 판매 수익금의 상당 부분을 강원도 산불 피해 구호 성금으로 내면서 대중의 뜨거운 관심에 화답을 했다. 모든 게 순식간에 벌어진 일들이었다.

자신만의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다
45년이나 됐다. 일반인이 봤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입은 덕분에 반짝 관심을 끌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블랙야크는 저력이 있는 국내 토종의 아웃도어 브랜드다. 1973년 2월 동진사 설립으로 시작해 지난 12일 창립 45주년을 맞은 블랙야크는 창업주인 강태선 회장이 우직하게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그는 한걸음 한걸음 산을 오르는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블랙야크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회사의 상징인 로고(뿔이 큰 야크의 정면 얼굴)는 강 회장이 직접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블랙야크는 고산지대에 적응한 가축인 야크(소의 일종)를 말한다. 실제로 강태선 회장이 히말라야 목초지에 있는 블랙야크를 직접 보고 블랙야크를 회사의 상징으로 삼았다고 한다. 강 회장은 자신이 일군 회사가 목초지에 있는 블랙야크처럼 모든 것을 내주는 헌신의 서비스를 지향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로고를 만들었다.
특히나 45주년을 맞이하는 자리에서 강 회장은 지난 세월을 회고하며 새로운 45년의 미래 모습을 제시했다. 그는 “종로5가의 한칸짜리 점포에서 시작해 45년의 세월을 보내며 수많은 위기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야크처럼 우직하게 한걸음씩 도전해왔고 오늘 이 자리가 있을 수 있었기에 감개무량하다”고 지난 시간을 정리했다.
그리고 블랙야크의 미래에 대해 “저성장시대, 초연결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데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언급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기업의 생존 가치는 혁신이고 이는 사람이 할 일”이라며 “다른 브랜드와 경쟁보다 브랜드의 독창적 스토리를 강화하는 것이 절실하며 조금 느릴 수는 있지만 지속 가능한 우리만의 방법으로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블랙야크는 여타 브랜드와는 다른 자신만의 이야기, 즉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수백 개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국내외 아웃도어 시장에서 조금 느리더라도 기술력을 앞세우고 자신만의 철학으로 뚜벅뚜벅 정상을 향해 나가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선택일 것이다.
블랙야크의 지난 45년은 숨 가쁜 성장과 뼈아픈 실패가 어우러진 한편의 장편 영화와 비슷할 것이다. 1973년 2월에 24살의 젊은 나이에 종로 5가에 자신의 가게인 동진사를 열었을 때만 하더라도 영세한 등산용품 전문매장에 지나지 않았다.
청년 강태선 회장은 야심찬 첫 도전부터 실패를 했는데, 당시에 큰돈을 들여 자체 개발한 ‘삼대 배낭’이 시장에서 쓴잔을 마시게 된 것이다. 실패의 주된 요인은 배낭의 소재였다고 한다. 배낭의 주요 원단을 면으로 제작하다보니까, 산행을 하는 도중에 땀을 배낭이 흡수해 무겁게 만든 것이었다. 강 회장은 스스로가 산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시장이 원하는 진짜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못했던 것이다.
강태선 회장이 보다 전문적인 아웃도어 제품을 개발하게 된 동기가 있었다. 등산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도전하고 싶은 히말라야에서 온 한 바이어에게 강 회장이 옷과 등산 장비 등을 납품하게 된 것이다. ‘자이언트’라는 이름으로 납품을 했는데, 어떻게 보면 세계 최고의 산악인과 현지 셰르파들을 상대로 한국의 종로 5가에서 만든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테스트 받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히말라야의 높고도 아찔한 품질 테스트를 거치면서 강 회장의 자이언트는 이름 그대로 ‘거인’으로 성장을 해버렸다. 자이언트의 신발과 침낭, 신발 등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본격적인 아웃도어 비즈니스 세계에 입성을 한 것이다. 또 1981년에 야간 통행금지가 풀리면서 다시금 소비시장에 활기가 돌았는데, 장거리 산행과 야간산행에 목이 말랐던 사람들이 아웃도어 시장에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등산용품에서 패션기업으로 변신
강태선 회장이 강남구 신사동에 지상 4층짜리 사옥을 지은 시기가 바로 1990년으로 당시는 국민총생산이 연 12% 이상 성장하던 한국경제 초호황기였다. 사명도 동진레저로 바꾸었다. 그런데 호황 속에 최대 위기가 찾아오게 되는데 1992년 3월에 전국 국립공원과 주요 산에서의 야영 및 취사를 금지하는 법이 발표된 것이다.
명산을 품은 국립공원에서 야영과 취사가 안된다는 사실은 소비시장의 80%가 사라진 것과 같은 청천병력 같은 소리였을 것이다. 그 당시의 아웃도어 시장은 지금과 좀 다른 구조였는데, 대부분의 제품 90%가 등산용품이었고, 의류는 10% 미만이었다. 야영과 취사는 등산용품 쪽에 집중돼 있기에 금지 법령이 터지고 나서 등산장비 전문 업체들이 80% 넘게 줄도산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부도의 벼랑 끝에선 강태선 회장을 살린 것은 현대자동차였다. 현대자동차의 노조원들에게 지급할 침낭 발주가 때 마침 이뤄지게 되면서 무려 3만1000여개를 납품하게 된 것이다. 급한 불을 끄기는 했지만, 강태선 회장은 근본적으로 자신의 비즈니스에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직감을 하게 된다. 그는 아웃도어 시장에서 문제의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기 보다는 약간은 뜬금없지만 히말라야 원정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하산을 하는 길에 전문적인 산악인들뿐만 아니라 등산 동호인이나 일반사람들도 등산 의류를 즐겨 입게 하려면 기능성 옷에 디자인을 더한 패션이 필요하다고 판단을 하게 된다. 그때 하산하던 길에 본 검은색의 야크 한마리가 지금의 블랙야크의 사명으로 탈바꿈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보편화된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를 지향하면서 2000년 이후 블랙야크는 질주하듯이 성장을 한다. 물론 이 시점부터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아웃도어 시장이 매년 20%씩 성장하는 호황기였다는 점은 블랙야크에게 하늘의 준 기회였을 것이다. 전 세계 아웃도어 시장에 광풍이 불면서 블랙야크는 지금 유럽 12개 국가 고지를 찍고 미국, 캐나다, 아시아 등 22개국에 진출해 있는 상태다. 블랙야크가 거느리고 있는 브랜드는 나우, 마모트, 마운티아 등이다. 
블랙야크가 세계시장에서 처음부터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다. 특히나 불과 5, 6년전만 해도 아웃도어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에서 블랙야크가 아웃도어 전시회에 참가하려고 해도 주최사가 거절을 했다고 한다. 이후에는 변두리 공간에 부스를 내줬고, 이후 점차 주목을 받아서 2014년부터는 주요 전시회에서 핵심 부스를 차지하고, 크고 작은 상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에도 강태선 회장에게는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세계시장에서 자신의 브랜드 철학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지만, 한동안 급성장하던 블랙야크 매출액이 2013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5805억원을 정점으로, 2016년에는 4267억원까지 떨어졌다. 2010년 이후 블루오션 시장이었던 아웃도어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바뀌면서 전 세계가 브랜드 대전을 벌이고 있다.
그렇지만 강태선 회장은 서두르지 않는다. 그는 “비즈니스는 등산을 하듯이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언제나 찾아온다”고 말한다. 지난 45년 블랙야크가 걸어온 산행이 그러했다. 강태선 회장의 사무실에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고사성어가 현판으로 걸려 있다. 다름이 아닌, 호시우행(虎視牛行)이다. 호랑이처럼 예리한 시각을 유지한 채 소처럼 끈기 있게 간다는 호시우행의 속뜻을 읽어보면, 강태선 회장이 왜 우직하게 묵묵히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지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세계적인 100년 기업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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