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인물] 정용진 부회장의 미국 진출

국내 대기업 오너들은 대부분 은둔의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두꺼운 장막 뒤에서 은밀하게 지낼 것 같은 오너들 가운데도 개방적인 사람도 더러 있습니다. 극소수이긴 하지만 직접 자신의 비즈니스 이슈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걸 즐겨하는 스타일 말이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사진)이 바로 그런 류의 기업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때가 되면 세상에 이슈를 던져주는 걸 즐겨합니다. 정 부회장은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진솔하게 신세계의 미래 비전을 털어놓는 스타일입니다. 예측할 수 없는 오너의 행보에 홍보실에서는 아찔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방식이 꽤 긍정적으로 세상에 전파되고 있습니다.
특히 정 부회장은 매년 열리는 신세계그룹 상생 채용박람회에 참석해 깜짝 발표를 잘 합니다. 편의점 위드미가 이마트24로 변경된다는 소식도 여기서 나왔습니다.
최근 열린 동일한 행사에서도 정 부회장은 의미 있는 발표를 기자들에게 직접 털어놓았습니다. 기자들에게 “미국 현지인들이 좋아할 만한 PK마켓 콘텐츠를 들고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는데요. PK마켓은 신세계가 운영하는 프리미엄 슈퍼마켓입니다. 스타필드 하남, 고양에 입점해있습니다.
느닷없이 오프라인 매장의 미국 진출 발표는 이례적이면서도, 신세계 기존 경영전략에서 찾아보기 드문 방향성입니다. 왜냐하면 신세계는 신사업으로 온라인 강화를 계속 강조해 왔습니다. 이제 유통의 흐름이 온라인 구매로 넘어가면서 이를 위해 신세계그룹 전체의 온라인 사업을 통합하는 투자도 진행 중인데요.
PK마켓의 미국진출은 어떻게 나온 걸까요. 유통 대기업은 결국 해외 진출에 성공해야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신세계는 중국시장에서 실패를 했고,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조금씩 안착하고 있습니다. 정 부회장은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미국 시장에 아시아 특유의 콘텐츠를 보여주겠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한식·일식·중식·동남아식 등 아시아 사람들의 다양한 푸드 문화를 PK마켓을 통해 제공하겠다는 건데요. 이르면 내년 5월 중에 미국 서부지역에 PK마켓이 오픈한다고 합니다. 이미 신세계는 피코크 등 자체적인 푸드 브랜드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맛으로 승부수를 띄운 그가 총성 없는 미국 서부의 유통시장에서 살아남을지 지켜볼 일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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