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시장’으로 바퀴 굴리는 김정규 회장
‘돈키호테 행보’귀추 주목

지난주에는 타이어 유통 전문업체인 타이어뱅크가 갑자기 화제가 됐다. 이 회사의 김정규 회장이 해외 매각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의 두 갈림길에 선 국내 2위 타이어 기업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겠다고 나서면서였다.
일단 타이어뱅크는 지난 1991년에 설립된 이후 전국 400여 대리점을 보유한 판매 전문기업이다. 중소기업을 넘어 중견기업의 문턱까지 올라갈 정도로 요즘 그 사세가 급성장 중이다. 금호타이어와 같은 대기업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 자체만으로 화제의 중심에 서기에 충분했다. 금호타이어 인수 여부를 제쳐두고서라도, 일단 타이어뱅크라는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대중에는 그렇게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일 것이다.

타이어뱅크의 재무상황은
고작 타이어뱅크에 대해서 아는 거라고는 주로 도심 외곽 지역에 매장을 둔 대리점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과 주로 매장 외벽에 큰 현수막을 내걸고 ‘타이어 신발보다 싼 곳’ 등의 대표적인 문구로 사람들의 주목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타이어뱅크가 대중에 알려진 계기가 있었는데, 지난 2015~2017년 3년간 KBO 한국프로야구의 메인타이틀 스폰서를 하면서부터였다.
프로야구 메인 스폰을 할 정도의 재력이 있다면 상당히 장사를 잘 하고 있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타이어뱅크의 매출 규모는 최근 가파르게 상승 중에 있다. 2010년 매출은 1272억원이었는데, 4년 뒤인 2014년에는 2배에 가까운 252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6년에는 매출을 3729억원(영업이익은 664억)까지 끌어올려서 6년 동안 회사 규모를 3배 가까이 늘렸다. 지난 2015년 영업이익률 15.1%, 2016년 17.8%를 기록해 수익성 측면에서도 건전한 중소기업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전체 직원 70명에 불과한 타이어뱅크의 김정규 회장이 조합원 수 3500명에 달하는 금호타이어의 강성 노조와 200개 가까운 협력업체를 살릴 어떤 리더십을 보여줬을까 의문이긴 하다. 금호타이어 인수 금액은 6500억원에 달하고 3조원이 넘는 막대한 부채도 있었다. 당장 중국 공장에만 6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했다. 타이어뱅크의 재무 공시만 살펴봐도 현금성 자산은 190여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금호타이어를 단독으로 인수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타이어뱅크는 그간 줄기차게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금호타이어에 애정공세를 퍼부었다는 점이다. 2016년 9월 금호타이어가 매물로 나오자 타이어프로(금호타이어 판매대리점)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던 적도 있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의 유통망(전국 570여개 대리점)을 인수하겠다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었을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금호타이어 자체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던 것이다.
타이어뱅크는 김정규 회장이 오너로 지배하는 기업으로 김정규 회장이 9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타이어뱅크의 대표이사는 김춘규 사장으로 김정규 회장의 동생이다. 본사는 대전 서구에 있다. 대전을 기반으로 성장한 타이어뱅크는 중소기업치고는 부동산 부자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의 공시를 살펴보면 2013년 6월말 기준으로 전국에 6만3440㎡의 땅을 보유하고 있는데, 공시지가 등을 고려하면 대략 500억원이 넘는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2015년 프로야구 메인스폰 나서
2015년에 타이어뱅크가 한국프로야구 타이틀스폰서 3년짜리 계약을 획득했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적잖게 놀랐던 적이 있었다. 원래가 한국프로야구 타이틀스폰서는 대기업이나 대중에게 인지도가 높은 유명기업이 독차지를 했기에 그렇다. 철저하게 소비재 판매를 메인으로 하는 타이어뱅크 입장에서는 프로야구 구단을 운영하는 것보다 단기적이지만 프로야구 타이틀을 후원하는 게 위험부담이 적었을 것이다.
그런데 보통 프로야구의 타이틀 스폰서 투입 자금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60억원 이상이라고 한다. 그러면 3년 계약이니까, 최소한으로 잡아도 180억원이 넘는 대형 투자인 것이다.  수백억원의 타이틀 스폰서로 나선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국민들에게 인정 받고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 싶은 목표 때문일 것이다.
타이어뱅크의 사훈은 ‘국민이 좋아하는 타이어뱅크가 되자’라고 한다. 프로야구만큼 우리 국민이 좋아하는 스포츠도 없을 것이기에 과감하고 통 큰 스폰서 투자를 결심했다고 보여진다.
타이어뱅크가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로 나서기 전까지는 그동안 별다르게 브랜드 홍보를 하지는 않았다. 주로 타이어뱅크 체인점들은 도심 한가운데 있기보다는 외곽지역에 분포되어 있었다. 앞서 설명한 대로 ‘타이어, 신발보다 싸다’는 카피 문구를 통해 입소문 마케팅에 주력했다고 보는 게 올바른 분석일 것이다.
그렇지만 국내 타이어 시장에서 타이어뱅크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는 않을 것이다. 전체 시장이 1조7000억원 정도인데, 타이어뱅크가 매출 3700억원을 넘고 있으니 점유율 면에서 20%가 조금 넘는다. 그래도 중소기업인 타이어뱅크가 대기업 타이어판매회사들 사이에서 20% 넘는 점유율을 달성하는 원동력은 다품종 할인판매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특히나 경쟁사인 T스테이션(한국타이어), 넥센테크(넥센타이어), 타이어프로(금호타이어) 등은 타이어를 제조하는 회사가 운영하는 점포들이기 때문에 자사 타이어 판매에 주력하는 반면에 타이어뱅크는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금호, 넥센타이어는 물론이거니와 외국산 타이어인 미쉐린, 피넬리, 던롭 등도 판다. 대량으로 물량을 구매해서 박리다매를 하고 있기에 판매 가격도 경쟁사 대비 10~30% 할인정책을 쓰고 있는 것이다. 타이어뱅크는 정말 뱅크(은행)처럼 여러 상품을 팔고, 여러 메리트 옵션도 주는 것이다. 많이 팔고 적게 이윤을 남기면서 타이어뱅크는 경쟁이 치열한 국내 타이어 시장에서 살아남았다. 그리고 성장을 매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타이어뱅크는 타이어 대량판매점 같은 곳이다. 흔히 가전시장에서 대량판매점으로 하이마트, 전자랜드 등을 예로 드는데, 타이어뱅크가 사실상 딱 그러한 포지션을 타이어시장에서 만들어낸 것이다. 재밌는 것은 지난 2014년에는 타이어뱅크가 경쟁사인 넥센타이어에 주문자생산제품(PB)으로 타이어 신제품을 발주해서 MI2(엠아이투)라는 고급 타이어 모델을 출시하기도 했다는 점이다.
신제품 발주와 출시를 위해서 타이어뱅크는 약 4년의 시간을 연구개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떻게 보면 유통업체가 단순 판매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에게 맞춤형 제품을 유통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혁신성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타이어 시장의 트렌드를 바꾸다
타이어뱅크가 타이어전문점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에는 다품종, 할인판매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신선한 제품을 유통했다는 것이다. 타이어뱅크 판매점은 경쟁사 판매점 대비 2~3배 정도의 물량을 소화하기 때문에 비교적 신선한 타이어를 공급할 수 있었다. 타이어에도 유통기한이 있는지 궁금한 사람도 있겠지만, 모든 타이어는 제조기한이 명시돼 있고, 생산 일자를 기준으로 횟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상품의 가치는 떨어진다. 고무로 만들었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아도 그렇다는 것이다.
특히나 타이어뱅크는 기존의 타이어 유통망을 대폭 축소해서 중간 마진을 최소화했다. 이전에는 타이어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물류센터, 총판, 대리점, 카센터를 거쳐 소비자에게 최종 전달되는 6단계였는데, 타이어뱅크는 이를 공장, 타이어뱅크, 소비자로 이어지는 3단계로 축소해 버렸다. 시장가격을 낮출 수 있는 비결은 유통망 혁신에 있었다.
이러한 타이어뱅크의 성공신화를 벤치마킹한 판매회사들이 2000년대초반 우후죽순처럼 많아 졌던 때가 있었다. 한때는 타이어뱅크와 비슷한 유통사업 모델을 따라하는 다른 타이어 판매체인점이 50개나 넘었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도태되거나, 일부만 남아 2~3개에 불과하다. 결과론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타이어뱅크는 타이어 시장의 트렌드를 뒤집은 전문판매기업 1호이다. 국내 타이어 시장에는 중소기업이 뛰어들 수가 없는데, 그 이유는 시장 자체가 제조·공급하는 회사 중심으로 이뤄져 있기에 그렇다.
타이어뱅크처럼 유통 중심, 판매자 위주의 사업체가 뛰어들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그렇지만, 타이어뱅크가 들어서고 이러한 시장의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지금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겠다고 선언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타이어뱅크의 포부를 볼 수 있다. 중소기업이지만 누구보다 큰 꿈을 품고 다음 도전의 길에 올라서려고 하는 듯한 인상이다. 과연 타이어뱅크는 더 큰 대양으로 나갈 수 있을까?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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