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이슈]식자재유통대전

국내 식자재유통시장의 현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절대강자가 없는 춘추전국 시대’입니다. 전문가들은 식자재유통 시장을 100조원이 넘는 거대 시장으로 보고 있는데요. 여기에 뛰어든 기업체만 무려 2만개가 넘습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외식업체, 대형 프랜차이즈는 물론이거니와 급식 전문기업, 식품 가공업체 등 수많은 관련 기업체가 식자재 납품을 하고 있습니다.
업종의 특성상 유통 채널만 확실히 확보한다면 누구든지 뛰어들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인데요. 시장의 진입 문턱이 낮은 편 때문일까요. 이 업종에 종사하는 중소기업이나 영세 사업자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식자재유통시장의 80% 이상을 이 분들이 차지하고 있어 누가 식자재유통 시장을 지배하는 대장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워낙에 수많은 기업체가 난립된 형국이라서 자금력과 브랜드 영향력에 자신 있는 대기업들도 시장 점유율 10%를 간신히 유지 중이라고 합니다.
100조원이 넘는 식자재유통시장을 유형별로 나누자면, B2B 시장이 47조원, B2C 시장이 58조원 가량 됩니다. B 2B 시장은 중소형 식당 등이 외식업체들과 직접 거래하는 겁니다. 회사, 단체, 학교 등 단체급식납품도 이에 해당됩니다. B2C 시장은 대형마트, 전통시장에서 식자재를 구매해 소비자에 직접 파는 구조죠.
사실 식자재유통시장은 국내 대기업들에게는 마지막 노른자 사업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대기업이 마음을 먹고 강력한 모멘텀으로 무장해서 공략하면 시장을 재편할 수 있는 미개척 영역이라는 겁니다.
단순히 리딩기업이 없기 때문에 노른자 사업이라고 전망하는 건 아닙니다. 이 시장은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농후한 산업입니다. 현재 국내 식자재유통시장은 여러 유통과정을 거쳐야 하는데요. 6단계의 유통구조를 보이는 일부 식자재 품목도 있다고 합니다. 유통구조가 복잡하다는 것은 산업화 측면에서는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풀이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갖춰서 대량 구매를 하고 대규모 유통망을 갖추면 경쟁력이 증가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요즘 국내 대기업들 중에 식자재유통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곳이 나타났습니다. CJ프레시웨이, 현대그린푸드, 신세계푸드가 그 주인공들입니다.
이 대기업 삼총사들 중에 CJ프레시웨이가 아무래도 선두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식자재유통시장이 자리 잡기 전인 1999년부터 출발했습니다. 이 회사의 사업 구조는 식자재유통과 단체급식사업을 양분됩니다. 그간 CJ프레시웨이는 식자재유통 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데요. 유통의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서 작은 식자재유통 회사들을 통합한 ‘프레시원’이라는 지방 유통채널을 만들었습니다. 지역별로 냉동, 냉장 물류창고를 세우고 대리점 통합센터를 통해 지역의 식자재 사업자들에게 임대하는 방식입니다.
그나마 삼총사 중에 가장 앞서고 있다고 하지만 수익성 면에서는 현대그린푸드, 신세계푸드에 비해 열세입니다. CJ프레시웨이는 단체급식사업의 비중이 낮습니다. 단체급식사업은 대기업 계열사 수요만 충분하면 건전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한데요. CJ프레시웨이의 단체급식사업 매출은 전체 비중에서 12%내외인 반면, 현대그린푸드와 신세계푸드는 각각 24%, 53%에 달합니다.
그래서 지난 2016년 9월에 취임한 문종석 대표(삽화 오른쪽)는 단체급식사업의 매출 증대를 위해 대형 거래처 납품을 하나씩 늘려나갑니다. 2017년에만 신규수주 600억원을 돌파하면서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조5000억원, 영업이익 440억원을 기록하게 됩니다.
CJ프레시웨이가 사업구조의 균형을 맞추며 체질개선을 하는 동안 박홍진 현대그린푸드 대표(삽화 왼쪽)는 다양한 사업 분야로의 확장에 주력했습니다.
현대그린푸드의 사업목적만 30개가 넘는데요. 단체급식, 외식사업, 음식업 위·수탁 운영 등을 비롯해 관광숙박시설 운영업 및 건설업, 수출입업 등도 하고 있습니다. 현대그린푸드는 현대백화점 그룹 내에서도 알짜기업으로 통하는데요. 매출 2조원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과업은 해외진출입니다. 2017년 중국, 멕시코, UAE, 쿠웨이트 등 4개국에서 650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현대그린푸드는 중동·중남미 급식시장에 진출한 국내 유일무이한 기업입니다.
신세계푸드는 최성재 대표(삽화 가운데)가 끌고 가고 있습니다. 이마트에서 가공식품부, 식품본부 등에서 임원을 지냈던 그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마트를 전담하면서 그 전문성을 인정 받아 2015년부터 신세계푸드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신세계푸드의 차별화 전략은 식품제조 사업입니다. 요즘 고성장 중인 가정간편식 시장을 타겟으로 전국에 4개 전용 공장을 강조하면서 제조사업에 힘을 쏟고 있는데요. 이마트의 피코크와 같은 자체상품을 바로 신세계푸드가 공급하고 있지요. 피코크는 연매출 2000억원을 내다보는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국내 식자재유통 시장에서 CJ프레시웨이, 현대그린푸드, 신세계푸드는 각자의 셈법을 통해 절대강자로의 등극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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