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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포커스] 72주년 맞은‘간장 지존’ 샘표식품
중소기업뉴스팀  |  sbnews@kbiz.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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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4호] 승인 2018.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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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판매·TV CM송 원조…시대 앞서간 혁신 마케팅
‘연두’내세워 조미료 시장에 승부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발효식품은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장류일 것이다. 이 가운데서도 장맛을 대표하는 발효식품이라고 하면 특히나 간장을 꼽을 수 있다. 간장은 전통적으로 한국인의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식재료로 사용돼 왔었는데, 삶은 콩으로 메주를 쑤고 소금물에 담근 다음에 또 그 즙액을 달여서 만들어야 하는 등 손이 많이 가는 식품이다.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고, 장독대에 보관해서 오랜 시간 숙성을 거쳐야 간장 본연의 깊은 맛을 낼 수 있는 전통식품이다.
간장이라고 하면 누구나 바로 연상되는 브랜드가 있을 것이다. 1946년에 설립한 샘표식품의 간장 제품들 말이다. ‘샘표’ 상표는 우리나라 상표 가운데서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상표라는 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지난 1954년에 등록됐다. 샘표라는 순 우리말은 “샘물처럼 솟아라”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하는데, 지금이야 한글 브랜드가 흔하지만, 당시에 한자 문화가 강한 시절에서 샘표라는 순 우리말 브랜드는 파격적이었다.
올해 72주년이 된 샘표식품은 “샘물처럼 솟아라”는 이름 뜻 덕분이지 몰라도 매출을 계속해서 늘려나가고 있고, 국내 간장시장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리고 메이드 인 코리아의 저력으로 해외 시장 진출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샘표식품은 성공적인 가업승계로 3세 오너 경영인인 박진선 사장이 1997년 취임한 이후 21년째 경영을 맡고 있다. 지난 72년 동안 한국인의 밥상 위에서 사랑을 받으며 장수할 수 있는 성공 DNA는 무엇일까?

국내 마케팅 역사의 ‘최초’ 수식어 다수
샘표식품의 창업주는 고 박규회 회장(1902~1976)이다. 그는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 맞은편에 있는 ‘삼시장유 양조장’을 인수해서 ‘샘표장유 양조장’이란 이름으로 출발했다. 1946년 그의 시작은 작은 양조장 사업이었고 본격적인 대중 사업은 샘표 상표가 등록된 1954년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박규회 회장은 원래가 금융인 출신이었다. 정부의 각종 금융공기업에서 공직자로 생활을 하다가, 6.25전쟁이 터지고 피난민들이 몰려드는 극한 상황에서 간장을 마땅히 만들어 먹을 환경이 안 되는 걸 주목하고는 ‘간장을 사서 먹는 비즈니스’에 올인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다. 샘표장유 양조장을 기반으로 해서 사람들에게 간장을 직접 판매하겠다는 대중 마케팅을 구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박규회 회장의 선견지명이다. 오늘날 우리는 물(생수)을 사먹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10~20년 전만해도 이렇게 물을 사먹는 시대가 보편화될 거라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박규회 회장은 70년 전에 간장을 사먹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걸 확신하고 장류 제조업에 뛰어들었을 때도 마찬가지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야 말로 아직 수면 위로 올라오지도 않은 사업을 자신이 발견하고 선도적으로 도전하는 개척정신이 충만했던 것이다.
당시 궁핍한 경제 환경 속에서 누가 돈을 주고 발효식품을 사먹는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었을까? 박규회 회장은 금융인 출신갑게 정확성과 치밀성 그리고 예측성을 발휘해서 샘표식품의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샘표식품의 지난 72년은 우리나라 마케팅 역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전환점과 기록을 세웠다는 점에서 눈여겨 봐야 한다. 앞서 설명한 대로 순 우리말의 브랜드 ‘샘표’를 내건 것도 특이했지만, 다른 부분에서도 특출난 경영을 하기 시작한다. 샘표식품은 1950년대에 주부사원을 고용하기 시작하는데, 당시 여건을 고려한다면 파격을 넘어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아직 유교 문화가 고착돼 있던 1950년대 결혼을 한 여성이 직장을 다닌다는 것 자체도 흔치 않았고, 샘표식품이 고용한 주부사원들이 제품을 들고 집집마다 찾아가는 ‘방문 판매’를 했다는 것도 신선한 도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주부사원 고용, 방문 판매 등의 경영을 샘표식품은 국내 최초로 시행하면서 가장 혁신적인 마케팅 기업으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국내 최초 수식어는 계속 이어지는데, 특히나 충무로 본사 사옥 옥상에는 대형 네온사인 광고판을 만들어 샘표식품을 홍보했다고 한다. 정확한 연대는 1958년부터였다. 6.25 전쟁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인 어지러운 서울의 도심 풍경 속에서 샘표식품이라는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창업주 박규회 회장의 마케팅 경영은 한국 경제사에서 반드시 기록되고 연구돼야 할 값진 결과물일 것이다.
이 시기에 샘표식품은 국내 최초로 TV 광고 CM송을 선보이게 되는데, 아직도 우리 귀에 익숙한 노랫말인 “보고는 몰라요, 들어서도 몰라요. 맛을 보고 맛을 아는 샘표 간장~”이란 신화적인 CM송이다. 이러한 시점에 또 다시 샘표식품은 한발 더 치고 나간다. 1970년에 식품 회사 최초로 자사의 캐릭터를 만들게 되는데, 동그란 눈에 오똑한 코가 특징인 귀여운 새댁 이미지의 ‘복동이 엄마’가 신문 지면 광고에 등장한다. 샘표식품의 비즈니스는 전통적인 발효식품 사업이었지만, 마케팅에서는 최첨단 혁신기업임을 알 수 있다.

간장 파동 때 어떻게 극복했나?
식품회사들에게 공통적인 골치거리가 먹거리 파동일 것이다. 1985년에 큰 사건이 하나 터지게 된다. 무허가 간장업체들이 비위생적으로 제조한 간장을 시장에 시판하면서 큰 물의를 빚게 되고 당국의 조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진다. 업계 1위였던 샘표식품도 의심의 화살을 받을 수 있는 상황까지 치닫고 있었다. 당시에는 박규회 회장의 아들인 박승복 회장(1922~2016)이 2세 경영을 하던 시기였다. 박승복 회장은 아버지의 천재적인 경영 노하우를 계승한 경영인으로 위기 상황을 기회로 반전시킨다.
박승복 회장이 직접 TV 광고에 등장을 한 것이다. 그리고 광고에서 이렇게 말한다. “샘표는 안전합니다.” 기업의 CEO가 광고에 등장해서 메시지를 던지는 파격은 이때가 처음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조금씩 신뢰를 싹 틔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박승복 회장은 주요 고객층인 주부들이 언제든 자신의 생산 공장에 오면 개방하고 견학을 해서 눈으로 직접 안전한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견학 프로그램’을 시행하게 된다. 정면승부였다.
바로 1985년 간장 파동을 겪으면서 샘표식품이 안전성을 입증하게 되고 기존 식품 공장과 다르다는 걸 확인하면서 지금의 장수기업으로 지속성장하게 된 것이다. 샘표식품의 베스트 셀러는 1989년 첫 선을 보인 ‘양조간장 501’인데, 왜 하필 501이라는 이름이 붙은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 간장에는 품질 기준이 있다고 한다. 간장의 단백질 발효지수를 말하는데, 단백질 함유량(T.N)으로 구분해 1.0%가 ‘표준’, 1.3%는 ‘고급’, 1.5%를 ‘특급’으로 분류한다. 샘표식품은 1.5% 특급 간장이다. 그런데 1.5%라고 하면 마케팅 차원에서 뭔가 임팩트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1.5를 뒤집어 501로 표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샘표식품은 철저한 마케팅 전문기업이다.
샘표식품은 또 혁신기업이다. 처음 간장을 만들어 팔 때는 간장병이 나무통에 들어 있었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플라스틱 용기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1960년대는 유리병이었는데, 맥주병을 재활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샘표식품에는 맥주병을 재활용하기 위해 세척을 하는 전용 라인이 따로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플라스틱 패트병을 1980년에 국내 최초로 도입을 하게 된다. 이것은 중차대한 전환점이다. 어떻게 보면 액체류는 용기 디자인 싸움이다. 코카콜라와 같은 음료 브랜드가 대표적인데, 맛은 그대로 고수하면서 용기 디자인의 변천을 통해 지속적으로 판매량을 늘리는 방식이다. 그런데 간장병에 패트병은 굉장히 혁신적이면서 위생적인 식품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었다.

연구 중심으로, 해외시장 도전
샘표식품은 단순히 장류 식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기업에서 연구 중심의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샘표식품은 연 매출의 5%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전체 직원의 20%를 연구원으로 구성했으면 2013년에는 300억원을 투자해서 충북 오송지역에 ‘우리발효연구중심’이라는 이름의 연구소를 설립했다. 전통식품이지만 과학적인 방식으로 식재료를 분석하고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발효식품을 개발하려고 노력한 것이다.
그래서 탄생한 히트작이 바로 ‘연두’다. 연두는 100% 콩발효 제품으로 일명 ‘요리에센스’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연두는 조미료 시장에 도전한 신제품으로 다시다와 각종 천연조미료 브랜드가 지배하고 있는 시장에서 순수 발효액으로 승부를 냈다. 다른 경쟁 제품이 분말인 것과 대조적으로 샘표식품은 액상으로 출시했고 5년만에 180억원 매출을 달성하는 성공을 거둔다.
요리 에센스 연두는 샘표식품이 글로벌 시장을 도전하는데 있어 가장 중시하고 있는 무기일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2018 애너하임 국제 자연식품 박람회’에서 ‘올해의 혁신적인 제품’에 선정됐다. 이 박람회는 세계 각국의 3000개가 넘는 브랜드가 참가하는 최대 식품 행사로, 한국의 중견식품회사가 상을 수상한 것 자체만으로 대박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연두는 지난해 미국 프리미엄 매장에 입점을 시작했고 미국 대형마트에 정식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샘표식품의 3대 경영인인 박진선 사장은 연두라는 요리 에센스로 전 세계시장에서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자신하고 있다. 식품 업계를 찬찬히 보면 노하우가 축적되다가 어느 순간 대박 히트 상품이 나오는 경우가 가끔 있다. 샘표식품이 바로 그런 시기가 온 것이다. 기업 가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바로 이러한 단계를 ‘퀀텀점프(quantum jump)’ 효과라고 하는데 지금 샘표식품은 전 세계로 뛰어오를 수 있는 도약대 위에 올라가 있는 것이다.

- 글 : 김규민 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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