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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전환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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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7호] 승인 2018.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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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훈 ASE코리아 본부장

율 브리너가 주연했던 영화 ‘황야의 7인’에는 여러 가지 명대사가 나오지만 “총을 쏘는 게 용기가 아니라 일상의 무거운 책무를 묵묵히 해나가는 게 진정한 용기”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직장에 나가고 자녀를 키우고 가계를 자발적으로 떠맡는 일이 평범한 듯 하지만 가장 큰 용기라는 것이다.
전쟁하는 것이 지도자의 용기가 아니다. 국민 전부를 사지에 몰아 넣을 수도 있고 요행히 이긴다 해도 자국 역시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보게 마련이다. 국가 경제를 부흥시켜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 진정 용기 있는 선택일 때가 많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경제가 인간사에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해왔다. 국력은 물론 문화와 여가도 따지고 보면 경제력에서 비롯되는 것이 현실이다.
남북 정상회담을 하던 날 아침 공교롭게도 우리와 같이 분단 경험이 있는 독일 기업인들을 만났다. 자연스럽게 독일의 사례에 대해 자세히 듣고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체제 이념의 포로가 된 사이 중국과 베트남이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말도 했다.
일본은 전쟁 이전부터 축적한 기술력에 힘입은 바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동란과 그 이후에 지속한 분단의 덕을 톡톡히 누린 것도 사실이다.
나라도 집안이나 기업과 마찬가지로 급격히 부흥하는 모멘텀이 있다. 임금이 베트남의 3분의1에 불과하면서도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데다 수준도 상당한 노동력을 잘 활용한다면 남북한 경제 모두 도약할 기회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독일 기업인의 말대로 우리는 독일 통일 후 구 동독으로 이주했던 기업들이 겪었던 부작용도 없이 인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외국인근로자와 다년간 업무를 해본 경험에 의하면 같은 언어와 역사 문화를 공유한다는 것은 사실 대단한 이점이다.
대외적으로는 통일을 지지한다고 하지만 남북이 경제적으로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게 될 경우 주변국의 우려가 눈에 선하다. 자중지란으로 자멸의 늪에 빠져 허덕일 줄 알았던 남쪽이 예상과 달리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로 성장하자 어떻게든 우리나라를 역사의 과거에 갇혀 있게 하고 싶은 주변국의 속내가 엿보인다.
본래는 당사자 간의 문제인데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라든가 4자 또는 6자 회담 등의 명분을 이용해 어떻게든 끼어들고자 하는 것이 그 반증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들이 즐겨온 강 건너 불구경과 이이제이(以夷制夷)의 역학 구도로 유지돼왔던 넌덜머리나는 현실과 이별해야 한다.
북한으로서도 절대 손해나는 장사가 아니다. 북쪽의 인력을 그냥 이용만 하는 게 아니고 함께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술과 경영 노하우가 그대로 전수되게 된다. 우리가 반도체 산업에서 세계를 정복한 과정과 같다. 한동안 세계 1위였다가 원가 경쟁력 때문에 자리를 내준 산업 분야에서 1위를 재탈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게 타이밍이다. 지금을 놓치면 왠지 그런 기회가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다는 불길한 느낌은 혼자만의 우려가 아닐 것이다. 물론 호사다마라고 누구나 예상하는 대로 항상 순조롭게만 진행되지 않는다. 꼭 복병이 있다.
같은 민족, 같은 언어를 쓰면서도 완전히 다른 나라로 고착되지 않도록 민족의 운명에 대한 깊은 통찰과 책임감이 필요한 시기다. 형제가 싸우면 남 좋은 일만 하게 된다. 그게 역사의 교훈이다.

- 김광훈 ASE코리아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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