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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성장궤도 올라탔지만 고용위기 심화는 ‘발등의 불’
이권진 기자  |  goenergy@kbiz.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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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7호] 승인 2018.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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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10일 출범 1주년을 맞았다. 한국경제의 지난 1년 성적표를 보면 외형적으로 2017년 경제성장률 3.1% 달성, 17개월 연속 수출 증가, 올해 1인당 국민소득(GNI) 3만달러 시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거시 경제지표상 합격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대변하는 ‘J노믹스’는 ‘사람중심 경제로의 패러다임 변화’와 이를 위한 ‘소득주도 성장’이 핵심 키워드다.
지난 1년 동안 문재인 정부 경제팀은 소득주도성장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이끌었으며 근로시간 52시간 단축 등을 주도했다. 무엇보다 삼성 등 재벌개혁을 통한 우리 경제 체질 개선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유일하게 장관급 부처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신설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중기부 출범식에서 “정부는 ‘사람중심 경제’로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그 중심에 중소기업을 세우고자 한다”면서 “정부는 중소기업을 우리 경제의 중심에 두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J노믹스 1년 동안 한국경제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아직 풀어야할 숙제들이 산적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실업자와 청년실업률이 200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재난 수준의 고용위기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3월 취업자 증가폭은 10만명대 초반으로 급락하면서 고용위기는 더욱 가중되는 분위기다. 이밖에도 구직자들이 민간기업보다 공공부문 일자리에 지원하는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최저임금에 따른 중소기업들의 고용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고용의 질은 문제점
지난 8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한국경제는 3.1% 성장해 3년 만에 3%대 성장궤도에 올라섰다. 이후 올해 1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1.1% 성장하면서 3%대 성장경로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2만9745달러를 찍은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올해 성장세나 달러화 대비 원화 강세를 감안했을 때 2006년 2만달러를 넘어선 이래 12년 만에 3만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일자리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표방했던 문재인 정부의 고용현황은 사정이 그렇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1분기 생산가능인구 감소세가 가시화되면서 고용 부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듯이 실업률과 청년 고용은 사상 최악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실업자는 약 103만명,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9%로 현재 기준으로 측정한 2000년 이래 각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2월과 3월 취업자 수는 2개월 연속 10만명대 증가에 그쳤다.
고용의 양과 질을 높이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역대 최대인 18조285억원의 예산을 일자리사업에 쏟아 부었고, 올해는 그보다 12.6% 늘어난 19조2312억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현재 청년 구직자들은 민간기업 취업보다 공무원 취업에만 집중하는 분위기여서 향후 공무원 증가는 세수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 정책만큼은 본인이 직접 챙기고 있지만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고용부진은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 효과가 본격화하면서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구조적 요인 때문”이라며 “소득주도성장으로 내수 수요를 확대하되 늘어난 수요가 국내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도 숙제
특히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의 큰 축인 최저임금 인상을 올해부터 시간당 7530원으로 16.4% 인상해 17년 만에 최대폭으로 끌어올렸다. 이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 취약계층 소득 개선 등으로 지난해 4분기 가계 실질소득은 9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고, 분배지표도 8분기 만에 극적으로 개선됐다. 올해 들어 3월까지 소비도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효과를 둘러싸고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장 올해 들어 서민들이 대다수인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18만개 넘게 줄어들었다. 감소 폭은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에 시달리던 2013년 1분기 이후 5년 만에 가장 크다.
제조업과 도소매업의 임시·일용직 감소세는 1년 전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서민 자영업으로 꼽히는 숙박·음식업의 감소폭이 약 2만명 확대됐다. 여기에는 서민 자영업의 위기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부담이 가중된 결과일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중소기업 1600여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한 결과 중소기업 10곳 중 7곳 이상은 올해 적용된 최저임금 수준에 대해 ‘높다’고 평가했으며 최저임금 인상 등 고용환경의 변화로 올해 경영이 ‘더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특히 정부가 단계적 인상으로 최저임금 1만원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은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의 적정 인상 수준에 대해서는 48.2%가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결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매년 큰 폭의 인상이 이어진다면 중소기업들은 감원(24.3%), 신규채용 감소(21.3%) 등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별다른 대응방안이 없다는 응답도 34.2%에 이르렀다.
실제로 전남의 한 제조 중소기업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지난 1~3월 인건비가 무려 13% 인상돼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초과근로가 부담돼서 최대한 줄였더니 납기 맞추기도 어렵고 1분기 매출액도 예상보다 감소됐다”고 밝혔다.
이기덕 한국주택가구협동조합 이사장도 “직원 급여를 12% 올렸는데, 납품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구 제조와 시공까지 포함해서 30% 이상 차지한다”며 “원가 부담이 매우 큰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근로시간·공휴일 유급휴무 난제
최저임금 이외에도 더 큰 문제는 오는 7월부터 기업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단축됨에 따라 중소기업들의 부담이 더 가중될 전망이다.
올해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종업원 300인 이상의 기업과 공공기관은 오는 7월1일부터 △50~299인 기업은 2020년 1월1일부터 △5~49인 기업은 2021년 7월1일부터 적용해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주 52시간 근로는 기업에 연간 12조원의 비용 부담과 26만여명의 인력난을 야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박순황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금형 등 뿌리 산업은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노사 합의 시 주당 근로시간 이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탄력적 근로제 확대 도입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일감이 몰리는 때 근로시간을 늘리고 일감이 적을 때는 줄여 평균 근로시간을 법정 근로시간 내로 맞추는 제도다.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정부 입장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에 의한 신규고용 창출이 가장 큰 관심사이지만 유연성이 높지 않은 노동시장과 취약한 중소기업의 지불능력이라는 제약조건하에서 신규고용창출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노동수요의 변화에 따라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근로시간제도의 유연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가운데 하나인 2020년부터 시행되는 법정공휴일 유급휴무제로 중소기업의 절반 이상은 인건비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00인 이상 기업에는 2020년 1월1일부터, 30~299인 기업에는 2021년 1월1일부터 적용된다. 5~30인 미만 기업은 2022년 1월1일부터 시행한다.
지난 1년 동안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휴일 확대 등의 정책으로 노동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부분에 있어서는 중소기업 적용에 대한 속도 조절이 절실하다. 정부가 보다 세밀한 실태 파악을 통해 인건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공정한 대·중소기업 관계는 호평
한편 문재인 정부가 대·중소기업 간 기술탈취, 하도급 거래 등 대기업 갑질과 불공정 거래를 해소·완화한 것은 높이 평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1년 사이 대기업그룹(준대기업 포함)의 순환출자 고리가 282개(10개 그룹)에서 41개(6개 그룹)로 대폭 줄어든 것은 역대 정부 가운데서도 처음이다.
이외에도 공정거래위원회를 필두로 하도급·유통·가맹·대리점 분야에서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탈취, 밀어내기 등 불공정 행위들을 근절하기 위한 조치들이 이전보다 강화됐다. 이 가운데 프랜차이즈 갑질 근절 등은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잘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왜곡된 갑을 관계에 대한 사회의 불만이 커져가는 시기에 특단의 대책으로 사회 건전성을 확립했다는 평가다.
이러한 정부의 대·중소기업 상생 기조에 맞춰 중소기업계는 중소기업 납품단가의 현실화가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기중앙회가 지난 2~3월에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 제조업체 504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제조업 납품단가 반영 실태조사’의 핵심은 ‘제조원가는 오르는데, 납품단가는 제자리걸음’이라는 점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기업의 57.7%는 지난해 제조원가가 전년보다 올랐다고 답했다. 그러나 납품단가가 인상됐다는 업체는 17.1%에 그쳤다. 제조원가를 세부적으로 따져봐도 같은 결과였다.
504개사가 응답한 제조원가의 구성요소는 재료비, 노무비, 경비 등이지만, 이 제조원가가 올랐다고 응답한 업체는 각각 53%, 51.8%, 35.5%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조사한 52.7%, 56.7%, 35.7%와 유사한 수치로, 제조원가가 계속해서 증가추세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의 관계자는 “적정한 납품단가가 보장될 때 중소제조업체도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위한 혁신을 할 수 있다”며 “정부는 불공정행위가 빈번한 업종과 노무비 비중이 높은 업종에 대한 납품단가 반영 실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벌·외국계 자본에 더 과세해야
문재인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지난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한국경제학회, 한국금융학회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한국경제의 회고와 전망’이라는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날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제민 연세대 교수는 “1990년대말 외환위기가 성장률, 출산율 하락, 일자리·소득 분배 악화 등 부작용을 빚었다”며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근로자의 몫이 줄어드는 대신 기업, 외국인 자본이 거둔 이익이 늘어났다며 “근로자의 이익이 희생된 위에서 재벌, 외국계 자본의 이익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한 구도”라는데 주목했다.
이 교수는 “재벌과 외자에 대해 세금을 더 걷고 노동소득도 고소득이면 지대(기존의 부를 통해 새로운 부를 창출하지 않고도 자신의 몫을 늘리는 것)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으므로 부유층 과세를 늘려야 한다”며 “소득 분배 개선을 위해 중부담·중복지 구도로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일자리 문제를 두고는 앞으로 4~5년간 청년 고용 비상시기라며 정부 역할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기존 공무원의 직무 분석, 직무급(직무 가치에 맞게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으로 전환, 기타 공공부문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간 단축은 일자리 나누기를 위한 사회적인 협약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했고 최저임금 인상 역시 근로장려세제(EITC) 강화 등이 수반돼야 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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