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라이벌] 오리온 vs 롯데제과

한국의 제과시장의 규모는 약 3조원이라고 합니다. 이 시장은 몇몇 대기업의 전쟁터입니다. 오리온과 롯데제과가 시장의 투톱이고, 이외에 롯데푸드, 빙그레, 크라운제과, 해태제과식품이 주요 라이벌들이죠. 제과시장에서 중소기업의 입지는 상당히 좁은데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과산업은 진입장벽이 유독 높습니다. 설비 투자와 유통망 구축, 브랜드 인지도 확보 등을 유지·관리할 규모가 돼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진입장벽이 높던 제과시장을 위협하는 존재가 나타났습니다. 유통 공룡들입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이 전국에 거미줄처럼 깔린 유통채널을 앞세워 PB제품을 늘리고 있죠. 또 다른 위협적인 존재는 수입과자입니다. 편의점이나 마트에 가보면 과자코너에 수입과자들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이제 제과전문기업들도 새로운 생존경쟁 환경에 노출된 겁니다. 그래서 해외시장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분위기죠. 국내 대표 제과기업인 오리온과 롯데제과는 세계시장에서 몇 위쯤 할까요. 글로벌 제과산업 전문매체인 캔디인더스트리(Candy Industry)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 매체에서는 매년 전년 매출액을 기준으로 100대 기업을 선정하는데요. 최근 조사에서 오리온과 롯데제과가 각각 14위, 16위에 올랐습니다.
이들 제과 업체들의 최대 수출시장은 한류열풍이 강하게 부는 아시아 신흥국 시장일 겁니다. 특히 오리온과 롯데제과는 초코파이 제품으로 각각 1000억대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초코파이의 원조는 오리온입니다만, 롯데제과는 인도에서 초코파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거의 90%의 시장점유율로 1000억원의 수출액을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도의 국민간식이라는 별명까지 얻고 있습니다.
롯데제과는 국내 초코파이 시장에서 만년 2위의 설움을 인도시장에서 한방에 만회하고 있는 건데요. 오리온은 국내 시장에서 초코파이로만 지난해 1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롯데제과가 200억원을 올렸고요. 크라운제과도 초코파이를 내놓고 있는데요. 매출이 10억원 가량이라고 합니다.
오리온도 원조 초코파이의 명성을 발판으로 중국에서는 좋은 친구를 뜻하는 ‘하오리요우 파이’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특히 차(tea) 문화가 발달한 중국시장에 맞춰 2016년 출시한 ‘초코파이 말차’는 출시 4개월 만에 400억원의 매출을 올렸죠. 중국 사드 영향도 초코파이 인기를 멈추지 못합니다. 오리온의 강점은 베트남에서도 입증됐습니다. 베트남 진출 11년 만인 2016년에는 초코파이로만 70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요. 심지어 베트남에서는 제사상에 오리온 초코파이가 올라간다고 합니다.
이처럼 오리온과 롯데제과는 한치의 양보 없는 제과 업계의 라이벌 관계입니다. 민명기 롯데제과 대표와 이경재 오리온 대표의 CEO 대결도 제과업계에서는 항상 관심거리입니다. 민명기 롯데제과 대표는 인도시장 진출의 일등공신입니다. 민 대표는 2008년에서 2012년까지 4년간 롯데제과의 인도법인장을 맡으면서 매출을 410억원에서 760억원으로 85%나 성장시켰습니다.
2018년 1월 롯데제과 CEO가 된 그는 1650억원을 투자해 인도 아이스크림 회사인 하브모어를 인수했습니다. 기존 롯데제과의 초코파이, 껌 뿐만 아니라 빙과사업까지 사업확장을 하겠다는 겁니다.
이경재 오리온 대표는 베트남법인장 출신입니다. 2007년부터 취임해 취임 첫해 매출을 2배 가까이 늘리는 괴력을 보여줬습니다. 이후에도 이 대표는 신화적인 기록을 달성하는데요. 2010년 100억을 넘어선 뒤에 2014년까지 1500억까지 매출을 늘렸습니다. 베트남의 국민과자로 초코파이를 올려놓은 그는 2015년 9월부터 오리온 대표가 됐습니다. 이렇듯이 두 제과 라이벌은 각각 인도와 베트남이라는 신흥국 시장을 통해 성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특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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