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라운지]미국 요식업계에 부는 ‘디지털 퍼스트’

요즘 미국에서도 온라인과 휴대폰을 이용해 음식을 배달 주문하는 사람이 부쩍 증가하고 있다. 음식 배달 시장이 활성화될 징조다. 하지만 관련 요식업계는 급부상 중에 있는 배달 주문 트렌드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이유는 결국 돈 문제 때문이다.
미국의 요식업계는 최근 큰 변화를 겪었다. PC,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이용해 주문한 비중이 6.6%로 전화주문 5%를 앞지른 것이다. 반면에 음식점을 직접 방문해서 식사를 하는 고객의 수가 감소하고 있다. 직접 방문 고객이 줄고 있지만 디지털 주문은 지난 5년간 무려 3배나 증가했다.
미국이라는 지리적으로 거대한 시장에서 배달 주문 서비스는 상당히 많은 비용과 인력이 필요하다. 또 다른 고민은 음식이 배달되는 동안 바삭함과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용기를 설계하는 아주 작은 고민도 해야 한다. 미국의 음식점은 크게 3가지 모델로 나눌 수 있다.
우선 2차 세계대전 때까지 업계를 완전히 장악했던 전통적인 방식은 다이닝룸과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다. 그 이후 이동하면서 식사하는 시대가 출범했다. 맥도널드 같은 패스트푸드 기업들도 생겨났고, 이에 주방과 고객 공간, 주차장 등을 재설계해 고객들이 식탁이 아닌 차에서 음식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탄생했다.
그리고 이제는 디지털 주문 시대가 열린 것이다. 대량 포장 주문이나 배달을 고려하지 않던 음식점들이 식당의 구조부터 직원의 배치까지 새롭게 고민하는 영역이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주문이 많은 음식점이라면, 식당 안에 테이블이나 의자 수를 줄여야 한다. 대신에 음식을 픽업해 갈 수 있는 공간을 늘려야 한다. 속도는 스마트폰 환경의 필수 조건이기 때문에, 빠르게 음식을 가져갈 수 있도록 주차장도 마련해 둬야 한다. 식당 내부에서도 픽업할 수 있는 공간을 분리해야 한다.
미국에서 아주 유명한 음식 체인점인 치포틀레 멕시칸 그릴(Chipotle Mexican Grill)은 1993년에 처음 열었으며, 현재 17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메뉴판을 보고 자신의 취향에 맞게 돼지고기, 그릴에 구운 닭고기 등 고기를 선택하고, 치즈·야채 등을 추가해 주문하는데 젊은 세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레스토랑이다.
최근 치포틀레 매장 안에는 2개의 줄이 생겼다.  한줄은 식당을 직접 찾은 고객들이 주문하기 위해 서 있는 줄이고, 다른 한줄은 온라인으로 주문을 한 고객들이 음식을 받기 위해 서 있는 줄이다.
사실 그 동안 미국의 요식업계는 온라인 주문과 배달이 낯설었다. 한국에서는 소비자가 모든 채널(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TV채널 등)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는 이른바 ‘옴니채널’이 일반적이지만, 미국은 이제 걸음마 단계에 있다. 특히 미국의 수많은 체인점들이 이 분야에 이제 뛰어들기 시작했다. 미국의 선두 프랜차이즈 기업인 맥도널드는 휴대폰 주문 및 배달을 이제야 가동하고 있다.
그전에도 배달주문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음식 배달은 유명 햄버거 매장보단 피자나 아시아 음식 등에 제한돼 있었다. 배달과 디지털 트렌드 활용 측면에서 자리를 선점하고 있는 곳은 누가 뭐래도 피자업계다. 트렌드를 앞서가는 두 체인점이 있다. 바로 ‘도미노 피자’와 ‘스타벅스’다. 스타벅스 앱의 인기 덕분에, 이 커피 대기업은 로열티 프로그램으로 미국에서 1300만명의 앱 사용자를 축적할 수 있었다.
가장 바쁜 매장에선 피크 타임 거래의 약 20%가 휴대폰 주문 및 결제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디지털 혁명이 항상 순조롭게만 진행되는 건 아니다. 휴대폰 주문이 큰 인기를 얻자 피크타임에 고객이 한꺼번에 몰려 방문 주문 고객이 오히려 불편을 겪게 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한편 도미노 피자도 미국에서 최근 몇년간 필적할 만한 매출 증가를 기록해왔다. 이 회사는 디지털이 일등 공신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도미노 피자의 CEO인 패트릭 도일(Patrick Doyle)은 “기술이 지난 5년간 커다란 성장동력 역할을 해왔다”고 밝혔다. 고객들은 이 회사 앱을 통해 모든 방법으로 주문을 할 수 있다. 문자, 트위터, 스마트 워치, 그리고 TV에 이르기까지 주문 방식이 매우 다양하다. 고객들은 오븐에서 목적지까지 피자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피자 트래커 서비스를 선호하고 있다.
물론 모든 고객들이 최신 기술을 활용하는 건 아니다. 치포틀레 멕시칸 그릴은 여전히 식당 내에 팩스 기계를 두고 있다. 이곳의 사무실 직원들은 단체 주문을 할 때 이 팩스를 활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가 미국의 요식업계에 완전히 안착할지, 부수적인 역할로 그칠지는 시간을 두고 좀더 지켜봐야 하겠다.

-  하제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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