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인물]김태오 DGB그룹 회장

요즘에 DGB금융그룹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DGB금융그룹은 대구와 경북을 기반으로 하는 금융회사입니다. DGB금융지주를 필두로 DGB대구은행, DGB생명, DGB캐피탈 등 계열사들이 있는데요. 조직개편을 앞두고 대구은행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임원들이 사표를 제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시작은 지난달 31일 취임한 김태오 회장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김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DGB금융그룹의 조직 안정과 인적 쇄신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보통 새로운 회장이 취임하면 그에 따르는 계열사 임원진의 세대 교체와 인물 쇄신은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만, 이번 변화의 바람은 여느 때와는 조금 다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DGB금융그룹은 창립 이후 최대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전임 박인규 회장은 채용비리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구속된 상황입니다. 우여곡절을 겪는 경영권 공백 상황에서 김태오 회장의 취임은 안팎으로 기대하는 바가 클 겁니다.
특히 김태오 회장은 지난 2011년 그룹 체제로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외부 출신을 수장으로 중용한 사례입니다. 김 회장은 경북 청도 출생인데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8년 외환은행에 입행해 하나은행 부행장, 하나금융지주 부사장(최고인사책임자), 하나생명 대표이사 등을 거쳤습니다. 이후 외국계 금융기업인 HSBC 생명보험 대표이사 등을 지내며 35년간 금융계에 잔뼈가 굵은 CEO입니다. 그간 다양한 금융 분야에서 실력을 쌓아 왔기 때문에 현재 위기에 빠진 DGB금융그룹에서 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한 순간입니다.

DGB금융그룹은 지역 기반의 금융기업이기 때문에 지역 출신과 학연 등이 복잡할 수도 있습니다. 이른 바 ‘순혈주의’가 강한 회사란 이미지가 많았는데요. 금융지주로 2011년 출범했어도 일부 인물들이 회장과 행장을 장악하며 절대적 경영권을 행사해 왔다는 평가입니다. 지역 기반의 금융기업은 전국적인 경쟁력 확보가 중요합니다. DGB금융그룹이 그간 놓치고 있던 부분이 바로 이러한 한계점이었습니다.
김태오 회장은 외부 출신이긴 하지만 대구와 경북 지역 시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입니다. 과거 하나은행 재직시절 대구경북본부장을 지냈고, 영남지역본부 부행장까지 근무한 경험이 있습니다. 김 회장이 외부 출신이긴 하지만 안정적으로 DGB금융그룹의 최대 수익원을 지켜나갈 수 있을 거라 봅니다.

그간 DGB금융그룹이 전국구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시도를 안 한 것도 아닙니다. 역대 회장들이 지주사 회장과 대구은행 행장을 겸직했었는데요. 이는 대구은행의 매출구조가 전체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임 회장들이 2015년 NH농협금융지주로부터 우리아비바생명보험을 인수해 DGB생명을 출범시키기도 했습니다.

이어 DGB금융지주의 하이투자증권 인수작업도 진행 중이었다가 전임 회장의 ‘CEO 리스크’가 터지면서 잠시 보류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김태오 회장이 새롭게 수장이 되면서 인수를 위한 작업은 본격 재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달 말에 DGB금융지주의 1분기 실적을 반영한 하이투자증권 인수 관련 사업계획서가 발표될 예정입니다. 새롭게 출항을 준비 중인 DGB금융그룹은 은행을 기반으로 생명보험, 캐피탈, 자산운용 등 계열사에 증권사를 더해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에 재시동을 걸고 있는 셈입니다.

- 글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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