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시간이 멈춘 곳 같다는 미얀마에서도 시계 초침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위정자들이 항상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국민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늦게나마 증명해주는 것이 역사의 이치다.
미얀마 위정자들은 권세 10년을 넘어서며 아직 미몽에 싸여있지만 국민들은 깨어나고 있다. 경제적 민주주의에 관한 안목을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곧 정치적 민주심리도 자극하게 될 것이다.
수도 양곤 중심가에 그 유명한 쉐다곤 사원이 있는데 그 인근 지역 도로변의 땅값은 기자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2천평 가량이 우리 돈으로 평당 50만원 수준인 약 10억 정도였다. 미얀마의 경제수준을 감안한다면 천문학적이라 할 만한 금액이다.
미얀마에서는 금이 생산되는데도 금값이 국제가격보다 20% 이상 비싸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보석과 해산물 수출 등으로 벌어들인 현금이 땅과 금에 투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 자본가들은 조만간 가치있는 동산과 부동산이 후일에 위력을 발휘할 것임을 알고 있는 것이다.
미얀마 일반 국민들에게 불어오는 틈새 바람도 적지 않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많은 한국 식당에는 미얀마인 종업원들이 일하고 있다. 어찌 비단 한국식당뿐이겠는가. 많은 미얀마 젊은이들이 외국으로 나와 벌이에 나서고 있다. 그들이 돈과 함께 고국으로 보내는 샛바람은 차츰 힘을 더해갈 것이 틀림없다.

조금씩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
요즘 미얀마에는 싱가폴의 화교 자본이 들어와 새 호텔이나 사무실 빌딩들이 제법 들어서고 있는데, 이것은 기울어져가고 있는 싱가폴로부터의 자본 탈출이기도 하겠지만큰 수익을 노리는 장기적 안목의 투자라고도 볼 수 있다.
경제에 관한 한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정평이 나있는 싱가폴계 화교 자본의 판단을 우리가 ‘때이르다’고 판단해서는 안될 것이다.
미얀마 양곤에는 10여년째 살고 있는 한국인 장인철씨가 경영하는 ‘발 마사지’ 업소는 비록 서비스업종이기는 하지만 3번째 점포를 낼 정도로 이름 높다.
우리 교민은 물론 일본인, 영국인, 프랑스인등 미얀마에 사는 많은 외국인들과 미얀마 고관들이 단골 고객이다. 그러나 이 업체도 요즘 다른 업소의 도전을 받고 있다.
양곤에서 만난 한 일본인 20대는 자신이 재일교포가 경영하는 해산물 수출업체의 직원이라고 밝히면서, 그동안 새우와 게 등을 미얀마에서 일본과 중국으로 수출해왔는데 요즘은 중국업체와 중국 자본들도 경쟁업체로 뛰어들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런 작은 바람과 물결들이 요즘 미얀마의 변화라면 변화다. 올해 안에 뭔가 자유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미얀마 군부 정권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지투자 늘리는 싱가폴 자본
관광지 주변을 정비하는 조치가 그것이고 장군들인 수상과 양곤시장이 현장 격려에 나서는 모습이 TV에 자주 비친다는 것은 그런 정책이 ‘뭔가 국민에게 보여줄 만한 것’이라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현역에서 전역하고 정권을 물려줬다는 ‘1인자’는 여전히 화려한 장군 군복 차림으로 TV 뉴스에 모습을 드러내고 2인자인 국방장관과 3인자인 수상을 거느리고 외국 대사들을 접견하고 있다.
어느 것이 ‘겉’이고 어느 것이 ‘속’일까? 미얀마를 바라보는 우리의 경제적 시각은 어느 곳을 바라보고 있을까? 어디를 바라봐야 할까?
최근 미얀마 북서부 해역에서는 우리나라의 대우인터내셔널과 한국가스공사가 70%의 지분을 갖고 있는 대형 가스전이 확인됐다. 충분한 경제성이 확인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와 미얀마와의 경제협력에 좋은 징조가 아닐까?
요즘 대기업들은 외국에서 벌어들인 돈을 굳이 한국으로 들여오지 않고 그 나라에 재투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오정’, ‘삼팔선’, ‘이태백’의 시대에, 이제는 우리가 전처럼 돈을 따라 밖으로 나가야할 때가 아닐까? 우리의 30, 40년전과 비슷한 미얀마의 오늘을 바라보며 ‘뽕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는 ‘상전벽해’라는 옛말이 여러 의미로 자꾸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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