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이슈]가속페달 밟는 르노삼성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관련 기사를 읽다보면 완성차 업체라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이는 한국에 생산시설을 직접 두고 차를 만들어서 직접 판매도 하고 해외수출도 하는 곳을 일컫습니다. 국내에는 현대·기아차, 르노삼성, 한국GM, 쌍용 등 5개 완성차 업체가 있습니다.

국내 자동차 내수시장의 규모는 세계시장과 비교하면 아시다시피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리고 현대·기아차라는 막강한 선두기업이 버티고 있는 독과점 시장이라서 해외 완성차 업체들이 쉽게 깜빡이를 켜고 진입을 하지 못하는 곳이죠. 그래서 르노삼성, 한국GM, 쌍용 등 3개 완성차 업체는 매년마다 피가 말리는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전체 시장에서 대략 45%를, 기아차는 35%를 점유하면서 80%를 독과점하고 있는데요. 나머지 20% 시장을 두고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가 순위 다툼을 합니다. 그리고 이 시장에는 수십개에 달하는 전 세계 수입차 브랜드가 함께 가속페달을 밟으며 판매량 속도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 완성차 업체 중에 한국GM과 르노삼성은 외국계 기업이 대주주인 곳입니다. 한국GM은 최근 GM군산공장 폐쇄 이슈로 우리에게 더 많이 알려진 곳이고요. 르노삼성은 조용히 자신들의 입지를 넓혀나가고 있는 중인데요. 하도 많은 브랜드들이 난립하는 나머지 20%의 시장에서 한국GM과 르노삼성은 갖은 전략과 마케팅을 구사합니다.

그런데 최근 흥미로운 변화들이 이들에게서 포착됩니다. 이들 한국GM과 르노삼성이 한국 생산시설에서 만든 신차로만 승부하는 것을 넘어서, 해외 공장에서 만든 차량을 국내에 수입해 판매하는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겁니다. 두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내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해외 시장에서 최고 인기를 끌고 있는 모델을 수입해 오고 있습니다.
한국GM은 이쿼녹스라는 모델을, 르노삼성은 클리오라는 모델을 국내에 수입해 오고 있는데요. 미국이 본산인 GM의 이쿼녹스는 북미에서 인기모델이고, 유럽이 본거지인 르노자동차의 클리오 역시 유럽 내의 인기 높은 소형 모델입니다.

여기서 르노삼성의 현재와 미래 계획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외국계 완성차 기업 중에 르노삼성은 특별히 잡음을 내지 않으면서 조용하게 자신들만의 길을 만들고 있는데요. 2015, 2016년 연속해서 최고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이때 히트를 쳤던 모델이 바로 준중형 세단인 SM6입니다.

SM6는 분명 르노삼성의 효자지만 SM6 말고 르노삼성이 내세울 확실한 포트폴리오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많았죠. 그리고 요즘 SM6의 판매량도 초반 월 7000대에서 반토막으로 내려 앉았습니다. 대안이 필요한 겁니다. 지난해 말에 취임한 도미니크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은 해치백 모델의 불모지로 통하는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이번에 들여오는 해치백 스타일 클리오로 시장 점유율을 바짝 끌어올린다는 구상입니다.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해치백하면 수입차인 폭스바겐 골프 말고는 거의 존재감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르노자동차의 클리오는 1990년 유럽에서 출시된 이후 무려 1400만대가 팔린 베스트셀링 카입니다. 지난 5월 한국에 첫선을 보이면서 서서히 입소문이 나고 있는데요. 자동차 엠블럼도 르노삼성이 아닌 르노자동차의 다이아몬드 문양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수입차 느낌이 물씬 풍겨납니다.

시뇨라 사장이 터키에 있는 르노 공장에서 클리오를 전량 수입해서 한국에 판매하는 건데요. 판매 가격도 프랑스보다 1000만원이나 싸게 팔면서도, AS는 전국 르노삼성 서비스센터에서 동일하게 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사실 시뇨라 사장은 한국 자동차 시장에 ‘해치백’이라는 모델의 개념을 일반화하고자 클리오로 승부수를 띄운 겁니다. 마치 한국GM의 스파크와 기아차의 모닝이 경차의 대명사가 된 것처럼 말이죠. 과연 르노삼성이 어떤 전략으로 해치백 트렌드를 만들어갈지 지켜볼 일만 남았습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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