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한국철강협회에서 열린 유럽연합(EU)의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잠정조치 대응 민관대책회의에서 철강업계 관계자들이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혁신성장실장의 인사말을 침통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잠정조치는 미국의 수출 쿼터(할당)와 달리 국가별이 아닌 글로벌 쿼터를 적용했다.

무관세로 수출하는 물량을 국가별로 배정한 게 아니라 전체 물량만 정하고 누구든지 물량을 소진하면 그때부터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EU “선착순 쿼터 물량 배정”
지난 19일 EU 집행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EU는 최근 3년간(2015∼2017년) EU로 수입된 평균 물량의 100%까지는 지금처럼 무관세로 수입하고 이를 넘는 물량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저율관세할당(TRQ)을 시행했다. 이 물량은 먼저 수출하는 순서대로 배정할 계획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쿼터 물량 배정은 선착순(first come first serve basis)이며 이 시점에서는 국가별로 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잠정조치가 적용된 23개 철강 품목의 총 쿼터 물량은 1513만톤이다. 품목에 따라 적게는 5500톤, 많게는 426만9000톤이 배정됐다.

유럽으로의 철강 수출이 인도·터키·중국 다음으로 많은 한국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이 EU로 수출하는 23개 철강 제품 규모는 330만2000톤으로 금액은 29억달러(약 3조28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유럽에 주로 수출되는 품목이 포스코·현대제철 등 대형 철강업체의 주력 제품인 판재류여서 대형 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수출품은 주로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강관류여서 그동안 국내 중견 철강업체들의 피해가 컸다. 국가별로 보장된 물량이 없다 보니 특정 국가의 수출이 급격히 증가하면 다른 국가는 무관세 물량이 최근 3년 평균에 못 미칠 수 있다. 수출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잠정조치, 최장 200일 유지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오전 한국철강협회에서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14개 철강사, 철강협회와 대책회의를 했다.

철강업체들은 최근 3년 평균 물량만큼은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어 이번 조치가 미국의 철강 쿼터보다는 낫다고 평가했다. 다만 수출길이 막힌 미국에 대한 대체시장으로 EU 수출을 늘리려 했는데 25% TRQ가 수출 확대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는 EU가 쿼터를 선착순으로 배정하는 만큼 수출 물량을 차질 없이 빨리 수출할 수 있도록 협조하기로 했다.
미국발 수입규제가 EU, 캐나다, 터키 등 다른 철강 수입국으로 확대되고 있어 대체시장 개발과 제품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번 잠정조치는 세이프가드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최장 200일 유지된다. EU 집행위원회는 늦어도 내년 초까지 최종조치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통상 당국은 EU가 과거 2002년 세이프가드처럼 최종조치에서는 국가별 쿼터를 설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EU가 국가별 쿼터를 배정할 때 최대한 많은 물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와 업계는 세이프가드 최종결정 전까지 업계 피해 최소화를 위해 지속해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오는 9월12∼14일 열리는 공청회와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무역위원회, 주요 20개국(G20) 통상장관회의 등 양·다자채널을 통해 우리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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