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이슈] SPC의 오너 리스크 대처법

올해가 아직 한참이나 남았지만, 다른 때와 비교해 보면 유독 재벌기업 오너가들의 사과가 잦은 편입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그리고 최근에는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 등이 자신의 명의로 된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들 중 박삼구 회장과 김효준 회장은 직접 대중 앞에 서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뒤를 이어 최근 허영인 SPC그룹 회장도 사과 행렬에 참여했습니다. SPC그룹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를 보유한 국내 대표 식품기업입니다.

허 회장은 차남 허희수 전 부사장이 액상대마 밀수와 흡연 혐의로 구속된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긴급 사과문을 냈습니다. 그리고 신속하게 허 전 부사장을 경영 전반에서 완전히 배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허희수 전 부사장은 최근 미국에서 쉐이크쉑 브랜드를 들여와 강남에서 ‘쉑쉑버거’로 큰 인기를 끌었던 인물입니다. 나름대로 SPC그룹에서 승승장구하던 중이었죠.

SPC그룹의 이번 사과와 대처는 이전 다른 재벌기업들의 사례와는 미묘하게 다른 구석이 있는데요. 대응 속도와 내용 수위 면에서 달랐다는 겁니다. 일단 허 전 부사장의 문제가 불거지자마자 바로 그룹 차원에서 사과문을 발표했고요. 사과문 내용에도 공식적으로 문제가 된 오너가를 영구히 경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힌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다른 사례로 한진그룹에서는 조현아 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이 문제를 일으켜 사회적 공분을 산 바 있는데요. 이때부터 다시 한번 오너가의 경영능력이나 자질에 대한 대중의 경계심이 높아졌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리고 어설프게 사과하거나 늦장 대응을 하다가는 자칫 기업 활동에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걸 재벌기업들도 인지를 하게 됐습니다.

하여튼 사과의 속도나 내용 면에서 그나마 SPC그룹의 조기 진화작업은 적절했다고 봅니다. SPC그룹은 소비자의 일상과 아주 밀접한 파리바게트, 파스쿠치,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 다양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소비자의 불매운동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위험요소가 항시 도사리고 있죠.

사실 SPC그룹은 지난해부터 대중 여론에 민감한 경비태세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파리바게뜨의 제빵기사 불법파견 논란으로 홍역을 한 차례 치른 바가 있습니다. 자회사 설립으로 논란이 일단락됐지만 7개월이나 논란이 이어지면서 적지 않은 고통을 감수해야 했죠. SPC그룹이 이번 오너가 리스크를 딛고 다시 경영 시스템을 정비할지 지켜볼 일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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