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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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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1호] 승인 2018.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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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재산(피플스그룹 대표)

초(楚)나라에 섭공(葉公)이라는 제후가 있었다. 춘추전국시대에 섭공이 공자에게 “선생님, 날마다 백성들이 국경을 넘어 도망을 하니 천리장성을 쌓아서 막을까요?”라고 물었다. 이에 잠시 생각하던 공자는 여섯글자를 남기고 떠났다.

“근자열 원자래(近者說 遠者來).”
정치는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기쁘게 만들고 멀리 있는 사람들을 찾아오게 만들어야한다’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공자가 살던 춘추전국시대의 국경 개념은 오늘날과 달라서 백성들은 정치를 잘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이주할 수 있었다.

요즘 경영환경이 마치 춘추전국시대와 같아졌다. 이제 직원들은 비전이 없고 매력적이지 않은 회사라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발길을 돌려버리는 시대가 됐다.
잡플래닛이나 블라인드 같은 구인구직 사이트에서는 그 회사 직원이나 퇴직자들이 익명으로 직접 글을 올려 조직문화나 인사제도 같은 깊은 속 내용까지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필자는 퇴직률이 연간 60%가 넘어 채용 때문에 늘 고심하는 회사의 CEO를 만나 고민을 직접 들어본 일이 있었다. 그는 구글의 예를 들면서 우수인재 채용이 기업성공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었지만, 평판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그 회사는 부정적인 글로 가득 차 있었다. 그 회사의 한 직원은 회사를 떠나면서 이렇게 써놓았다.

“겉으로는 인간존중을 강조하지만 회사 내에는 좋다고 칭찬해줄만한 제도나 직원에 대한 배려심은 맑은 하늘에서 미세먼지를 찾기보다 더 어려운 회사다!”
누가 이런 회사에 근무하려고 하겠는가. 이직률은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경영에 나쁜 지표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사실은 최근에는 많은 경영자들이 행복경영을 내세우면서 직원에게 매력적인 회사로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직원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요즘 유행하는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이 대기업은 물론이고 공공기관 그리고 중소기업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먼저 내부직원이 행복해야 고객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경영의 대이동’이 시작된 것이다. 최근 터져 나오는 몇몇 대기업들의 갑질이 경영위기로까지 번지는 것을 보면 워라밸은 이제 직원들에게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생존전략의 하나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나 빛이 강하면 그림자가 더욱 짙게 드리우듯 생산성과 효율을 높이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는 워라밸은 여러 가지 독소를 품고 있다.

효율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 없이 단지 칼퇴근만을 강조하는 제도에 그친다면 기업으로부터 외면당할 것이고 그 조직은 경쟁력을 잃고 만다.
따라서 근무관행을 과감하게 바꿔 업무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면서 근무시간을 과감하게 축소해 근로자에게 돌려줘야한다.

요즘 서구 선진기업들은 워라밸 대신 EVP(Em-ployee Value Proposition)를 회사전략으로 쓰기 시작했다. 이는 ‘직원가치 제안’인데 직원들에게 매력적인 회사가 되기 위해 여러 제도나 관행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EVP는 무엇보다도 먼저 원대한 목적과 미션, 비전, 핵심가치 등이 반듯하게 서 있어야한다. 그리고 직원들에게는 일의 의미와 보람을 느끼고 즐겁게 일하며 일을 통해 회사와 더불어 같이 성장한다는 회사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요소다.

우리가 삶의 대부분을 몸담고 있는 직장은 단순한 직장(職場)이 아니라 가장 가까이 있는 직원들의 꿈터, 비전터, 직원행복 놀이터가 되는 ‘신바람 나는 일터’를 만들어주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 가재산(피플스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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