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김포 대신‘대구공항 기점’역발상 전략 구사
장거리 취항으로 ‘제2 상승기류’

현재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는 진에어, 제주항공, 에어부산, 티웨이, 이스타, 에어서울 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 진에어는 대한항공, 제주항공은 애경그룹,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과 관련돼 있는 든든한 대기업의 후방지원군이 있는 저비용항공사들이다. 나머지 저비용항공사는 정말 하늘 길 경쟁에서 혈혈단신으로 뛰어들어 지금의 모습을 일구고 있는 자수성가형 저비용항공사들이다.

이들 자수성가형 저비용항공사들 가운데서도 올해 특히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곳이 있으니, 바로 ‘티웨이항공’이다. 올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최근 발표했는데, 사실 창립 8년 만에 매출 ‘꼴찌’ 항공사에서 영업이익률 1위 항공사로 변신하는 활약상을 보여줬다. 티웨이항공은 올 상반기 매출 3662억원, 영업이익 477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실적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40%, 130%가량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471억원이었으니까, 이미 티웨이항공은 올해 상반기 경영활동으로 지난해 실적을 넘어서 실적 고공 비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1일에는 진에어, 제주항공에 이어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3번째로 코스피 시장에 상장을 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원래가 티웨이항공의 시초는 지난 2003년 국내 최초의 저비용항공사인 한성항공에서 찾아야 한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국내 하늘길을 점령하고 있는 시장에서 저비용항공이라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첫번째 주자로 시작했으니, 여러 경영위기를 겪었다. 경영실적이 악화되면서 운항 중단 사태까지 겪은 한성항공은 2008년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했고 기업회생을 통해 신보창투에 인수된 후 티웨이항공으로 사명을 바꿨다.

2012년에는 출판업체 예림당을 새로운 대주주로 맞이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알렸다. 예림당으로 대주주가 바뀐 뒤 턴어라운드 기대가 컸지만 그래도 시장의 환경은 티웨이항공에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바로 2015년은 티웨이 항공에 절체절명의 위기였는데, 항공 면허 취소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경영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티웨이항공의 구원투수로 등판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는 2015년 12월 새로 취임했다. 당시 티웨이항공의 살림은 앞서 이야기한대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있는 등 탈진 상태였다. 매출이 당시에 2669억원으로 국내 저비용항공사들 가운데 꼴찌였으며, 새롭게 저비용항공사 면허를 취득하고 뛰어든 경쟁자들이 생겨나던 시기였다. 시장의 경쟁도 치열해지는데다가 내부 살림은 엉망이어서 티웨이항공은 2015년을 넘기기 전에 정말 새롭게 탈바꿈하기 위한 원동력이 필요했다. 이때 정홍근 대표는 구원투수처럼 등판했던 것이다.

정 대표는 33년 동안이나 항공업계에 몸담은 이른 바 ‘항공통’으로 통하는 사람이었다. 지난 1986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이후로 국내영업팀장과 일본 나고야지점장 등을 지냈는데, 2009년에 대한항공의 저비용항공사인 진에어로 자리를 옮긴 후 경영지원부서장까지 맡았다. 그리고나서 정 대표가 티웨이항공으로 자리를 옮긴 시기는 지난 2013년이다. 그는 티웨이항공에서 영업서비스본부장과 일본지역본부장 등을 역임했는데, 티웨이항공의 대표적인 항공 노선인 일본 지역 노선 확장에 가장 큰 공을 세운 걸로 알려져 있다.

현재 티웨이항공은 삿포로, 오키나와 등 일본에서 9개 도시, 16개 정기 노선을 운영하고 있고 이는 국내 저비용항공사들 가운데 가장 많은 일본 노선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됐든 2015년 티웨이항공의 이사회는 새로운 도약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일본지역본부장이자 상무로 있던 정홍근 대표를 바로 CEO로 선임하게 된 것이다.

정 대표는 우선 조직을 정비하는데, 특히 일본, 중국, 대만, 베트남 등에 해외 지역본부를 두면서 실시간 바뀌는 대외 변수에 대한 대비체제를 만들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들 중에 이처럼 해외 지역본부를 둔 곳은 극히 드물다.

그리고 인력구성에 있어서도 정 대표는 자신의 개인비서도 현업부서로 발령을 낼 정도로 효율성을 중시했는데, 이는 그가 33년간 항공사에 근무하면서 깨달은 업무의 효율성이 바탕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나 조종사와 객실 승무원, 정비사를 대거 채용한 덕분에 항공기 가동률이 높아졌고 이는 고스란히 수익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티웨이항공의 올해 1분기 가동률은 60%로, 국내 항공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얼마나 인력 운영을 절묘하게 잘 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대구를 기점으로 턴어라운드
재밌는 사실은 그가 특히나 신경을 써서 추진한 전략이 대구공항을 허브공항으로 삼고 노선 확장을 했다는 것이다. 항공사업이라는 게 국내외 사람이 몰리는 인천이나 김포공항을 기점으로 노선을 확장하는 게 일반적인 전략인데, 정홍근 대표는 말 그대로 ‘역발상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다른 경쟁사들이 인천, 김포, 제주, 부산 등 주요 공항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을 때 항공 수요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안정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대구공항을 기점으로 삼았다.

앞서 정 대표는 2014년에 영업서비스본부장 시절에 대구-제주 노선을 주도했던 인물로 그가 사장에 오른 뒤 대구공항의 노선은 더 적극적으로 확대됐다. 그 뒤로 현재 티웨이항공의 대구공항 노선은 국내선이 1개, 국제선이 12개로 총 13개 노선이 운항 중이다. 그의 전략은 바로 숫자로 나타났는데, 2014년 150만명 정도였던 대구공항 승객이 지난해 무려 350만명을 넘어섰다. 3년 사이에 2배 이상 증가한 성장세인 것이다.

티웨이항공은 대구공항의 전체 노선 중 국내선 30%, 국제선 5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경쟁사 대비 가장 앞선 점유율이다. 결국 대구공항을 발판으로 지난해 매출 5840억원, 영업이익 470억원을 달성하며 업계 3위로 올라섰고 7년간 따라 붙던 자본잠식도 완전히 해소했다. 대구를 기반으로 어느새 티웨이항공은 전 세계 9개국, 47개 정기노선을 갖춘 완벽한 진용을 꾸린 것이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비행 준비
티웨이항공에서는 직원들에게 철저하게 ‘하후상박’이라는 성과급 시스템이 적용된다. 이것은 직급이 낮을수록 월급 대비 성과급 비율이 높은 구조를 말하는데, 일반 사원급 직원이 월 급여 대비 최대 350%까지 성과급으로 챙길 수 있어 저비용항공사들 가운데 티웨이항공의 직원들이 조직 충성도가 가장 높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나 정 대표가 취임 이후 강조해온 경영철학인 ‘사람 중심 경영’의 실천으로 올 초 영업이익의 20% 가량인 120억원을 임직원 성과급으로 쐈다고 하니, 직원들의 사기가 요즘 하늘을 찌를 기세다. 특히 정 대표는 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시하고 그들의 고충을 현장경영 개선으로 바꾸는 데에 노력한다. 그래서 국내 항공사 가운데 처음으로 승무원들의 두발을 자유화한 것은 업계에 상당히 유명한 일화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참고로 티웨이항공 임직원 수는 올해 1600여명이며 올해 400명을 추가 채용한다고 한다. 일하기 좋은 기업이다 보니, 티웨이항공에 입사하려는 경쟁률도 덩달아 상승기류다.

지난 1일에 코스피 시장에 상장을 하면서 일반 투자자나 국민들에게 기업의 신뢰성도 확보했다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다. 정홍근 대표는 “2025년까지 항공기 50대 도입, 연 매출 2조원 돌파가 목표”라고 스스럼 없이 밝힌다.

그리고 그는 더 멀리 내다보고 있다. 정 대표는 2021년까지 최장 8시간까지 비행할 수 있는 보잉 737-MAX 기종을 10대 이상 도입하려고 한다. 티웨이항공의 싱가포르, 발리 등 신규 노선을 더 늘리고 대형 항공사가 독점하고 있는 런던, LA, 시드니 노선도 취항하겠다는 부푼 꿈을 꾸고 있다. 누구보다 항공사업에 정통한 정홍근 대표는 지금 멋진 비행을 보여주고 있다.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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