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속임수의 도다(兵者詭道也).”
<손자병법>의 맨 앞 장인 ‘시계(始計)’에 실려 있는 글이다. 다짜고짜 속임수라는 말을 쓰니 좀 거북할 수도 있지만, 전쟁이란 나라의 존망과 백성의 생사가 걸려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이기기 위해서라면 속임수가 아니라 그 어떤 일이라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손자 이전 시대의 군대는 귀족 신분으로 이뤄져 있었다. 따라서 전쟁에 임할 때에도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다. 예법과 격식에 따라 정형화 돼 있었고, 설사 승패가 달린 문제라고 해도 도의에 어긋나면 행하지 않았다.

그것을 잘 말해주는 것이 <십팔사략>에 나오는 ‘송양지인(宋襄之仁)’의 고사이다. ‘송나라 양공이 베푼 인정’이라는 뜻인데, 전쟁에서 도덕을 따지고 관용을 베푸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보여주는 고사로 많이 인용되고 있다.

춘추시대 송나라의 양공은 초나라 군대와 강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었다. 초나라 군대가 강을 건너고 있을 때 신하 한명이 간언을 했다. “적의 군대는 많고 우리는 적습니다. 적이 강을 건너느라 전열이 흐트러진 지금이 절호의 기회입니다. 빨리 공격해야 합니다.”

그러자 양공이 대답했다. “군자는 상대방의 약점을 노리는 것이 아니요. 적이 강을 건너 전열을 정비한 다음 정정당당하게 공격하도록 합시다.” 결국 송나라는 막강한 초나라에 의해 크게 패배했고, 양공 자신도 화살에 맞아 큰 부상을 입고 결국 죽고 말았다.

손자는 이처럼 전쟁터에서 쓸데없는 명분에 집착하다가 패망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했던 것이다. 그리고 ‘속임수의 도’에 대해 이렇게 알려준다.

“적을 공격할 능력이 있지만 없는 것처럼 하고, 공격할 필요가 있지만 안 할 것처럼 하고, 가까우면 먼 척, 멀면 가까운 척 한다. 미끼로 적을 유인하고, 적을 혼란스럽게 한 다음 공격한다. 적이 강하면 수비로 기회를 기다리고, 더 강력한 적과는 싸움을 피해야 한다.

쉽게 분노하는 적은 약을 올려 도발하고 비굴하게 굴어서 자만하게 만든다. 적이 안정돼 있으면 계략을 써서 피곤하게 만들고, 내부 단합이 잘 돼 있으면 이간질로 분열시킨다. 공격은 예상치 못하는 곳에, 예상치 못한 시점에 해서 의표를 찔러야 한다. 이것이 바로 승리의 비법이다. 하지만 막상 싸우기 전에 이 모든 것이 적에게 알려져서는 안 된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속임수의 도’는 바로 전쟁 전에 적을 혼란스럽게 하는 심리전이다. 적을 끊임없이 괴롭혀 불안하게 하고 초조하게 만들어 스스로 무너지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훗날 초한전에서 항우의 군대를 좌절하게 만들었던 ‘사면초가(四面楚歌)’의 고사에서 볼 수 있다.
그 다음, 손자는 사전에 치밀한 전략을 수립해 승리를 장담할 수 있을 때에만 전쟁을 하라고 말한다.

“먼저 치밀하게 계산해 승산이 많으면 이기고, 승산이 적으면 진다. 만약 승산이 아예 없다면 말할 것도 없다.”
당연한 듯 하지만 오늘날에도 잘 지켜지지 않는 원칙이다. 기업 경영은 물론이고 국가 간의 외교도 마찬가지다. 막연한 희망이나 무모한 도전, 과다한 의욕으로 객관성을 잃으면 그 승부는 뻔하다. 치밀한 두뇌와 속임수의 도로 무장한 적을 상대하려면 상대를 능가하는 ‘속임수의 도’와 ‘치밀한 계획’으로 무장해야 한다.

- 조윤제《천년의 내공》저자
- 일러스트레이션 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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