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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제의 인문경영학]졸속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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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3호] 승인 2018.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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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拙速)’이라는 말이 있다. 일을 지나치게 서둘러서 어설프고 서툴다는 뜻으로 좋은 표현으로 쓰이는 말은 아니다. 졸속행정, 졸속추진, 졸속처리 등 어떻게 쓰여도 모두 부정적이다.
하지만 <손자병법>에서 졸속은 차선책이지만 좋은 의미로 쓰였다.
“전쟁준비가 다소 졸속이더라도 속도를 추구해야지, 교묘한 작전을 세운다고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兵聞拙速 未睹巧之久也).”

교묘한 작전과 속도가 함께 하면 최선이겠지만, 둘이 함께 할 수 없다면 차라리 속전속결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먼저, 전쟁에는 하루에 천금이라는 막대한 재정이 들어간다.
그 당시 나라간의 전쟁에서는 최소한 전차 1000대와 무장한 병사 10만명이 필요했다. 이들을 위해 천리길에 걸쳐서 군량미와 물자를 보급해야 하고, 그 외에도 행정비용, 군수비용 등이 있어야 한다. 이런 막대한 재정 부담을 지면서도 전쟁을 오래 끈다면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

다음은 병사들의 사기와 체력의 문제이다.
“싸움을 끌게 되면 병사들이 피로해지고 사기가 꺾이게 되며, 병력 손실이 많아지고 재정이 말라버리게 된다. 그 틈을 타서 이웃의 다른 나라가 쳐들어오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아무리 지혜로운 자라고 해도 수습하기 어렵다.”

나라 밖에서 장기전을 벌이면 병사들의 사기와 체력이 떨어지고, 재정이 고갈되는데 당연히 국가의 방어력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면 곧 이웃의 적국에게 침범을 받게 되고, 결국 나라가 위기에 빠진다.
역사서 <춘추>에는 신하가 군주를 시해한 사건이 36번, 멸망한 국가가 52개국, 그리고 제후가 도망친 것은 부지기수인데, 대개 근본을 잃은 결과로 터럭만큼의 차이가 엄청난 결과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처럼 작고 미세한 조짐에도 나라가 망하는데, 전쟁과 같은 막중한 일에서의 실패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손자는 이의 대비책을 이렇게 제시했다.
“전쟁을 잘하는 장수는 한사람을 두번 거듭해서 징집하지 않는다. 식량을 거듭해서 징발하지 않고, 적지에서 빼앗아서 해결한다. 그래야 군량의 부족 없이 넉넉하게 쓸 수 있다.”
한사람을 두번 징집하지 않는 것은 병사들의 체력과 사기를 염두에 둔 것이고, 한편으로는 국가의 재정을 위해 생산에 종사하는 사람을 남겨두는 것이다. 식량의 징발도 마찬가지다. 나라의 식량을 거듭 전장으로 실어내간다면 나라의 재정은 물론 백성들의 살림이 파탄 나게 된다.

그래서 지혜로운 장수는 적지에서 식량을 빼앗아 조달하고, 포로를 전향시켜 아군에 편입시킨다. 적의 전력을 아군으로 돌리는 것으로, ‘싸워 이길수록 더욱 강해진다(是謂勝敵而益强)’가 이것을 뜻하는 구절이다.
손자는 결론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전쟁의 요체는 빠른 승리를 거두는 것이지 오래 끄는 것이 아니다(兵貴勝, 不貴久). 이러한 전쟁의 본질을 깊이 아는 장수가 백성의 운명을 한 손에 쥐고 있고 나라의 흥망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다.”

속전속결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리더의 빠른 결단이다. 정확한 판단과 빠른 결단이 없으면 빠른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
<관자>에는 “현명한 군주는 일을 결단하는 사람이다(明君者 事斷者也)”라고 실려 있다. 변화와 속도의 시대인 오늘날은 더욱 그렇다.

- 조윤제 《천년의 내공》 저자
- 일러스트레이션 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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