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경제 상황이 심각한 수준이다.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대기업 의존도와 소득 양극화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지난 5일 한국은행의 ‘2018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98조원(계절조정 기준)으로 전분기보다 0.6% 증가하는데 그쳤다. 1분기 1.0%에 비해 크게 뒷걸음질 친 것이다. 설비투자는 2년 3개월만에, 민간소비는 1년 반만에 가장 부진했다. 실질 국민총소득은 되레 1% 감소했다.

이처럼 경제성장률이 주저앉은 가운데 대기업 의존도와 소득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매출 상위 10대 기업의 매출액 합계는 6778억달러로, GDP(1조5308억달러) 규모의 44.2%에 달했다. 2015년 41.5%에서 2년 만에 2.8%포인트나 올랐다.
일본의 경우, 10대 기업의 매출은 GDP(4조8721억달러)의 24.6%인 1조1977억달러 수준이다. 미국은 10대 기업 매출이 2조2944억달러로 GDP(19조3906억달러)의 11.8%에 그쳤다.

국내 10대 기업 가운데서도 삼성전자의 의존도가 상당히 강하다. 지난해 매출이 2242억달러로 GDP 대비 14.6%에 달했다. 미국 1위인 월마트(5003억달러·2.6%), 일본 1위인 도요타 자동차(2767억달러·5.7%)와 비교하면 절대 액수는 적지만 해당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기업 매출액과 국가 GDP는 산출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우리 경제의 대기업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밖에도 근로소득의 격차도 점점 양극화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 양극화가 더 악화됐다.
2분기 소득 상위 20% 가구 소득은 사상 최대폭인 10.3%(전년 동기 대비) 늘어난 반면 하위 20% 가구 소득은 오히려 7.6% 줄었다. 소득 양극화로 인해 중산층도 흔들리고 있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2분기 소득 상위 40~60% 가구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했다.

상위 0.1% 소득, 하위 10% 1천배
특히 지난해 신고된 근로소득(2016년 귀속) 상위 0.1%의 1인당 평균 근로소득이 6억6000만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하위 10%의 1인당 평균 근로소득 69만원보다 1000배 가까이 많은 수치로 심각한 소득 양극화의 한 단면을 드러낸다. ‘돈이 돈을 버는’ 이자·배당소득의 격차는 근로소득보다 훨씬 더 심했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지난해 소득 천분위 자료(2016년 귀속)를 분석한 결과, 근로소득 상위 0.1%에 해당하는 1만7740명은 1인당 평균 6억6000만원의 근로소득을 국세청에 신고했다. 매달 5500만원씩 벌어들인 셈이다.

상위 0.1%의 근로소득 총액은 11조7093억원으로 전체 1774만98명이 신고한 근로소득 총액 439조9935억원의 2.66%를 차지했다. 2만명이 채 되지 않는 상위 0.1%가 하위 25%에 해당하는 443만5025명의 총 근로소득(11조7257억원)과 거의 맞먹었다.

상위 1%의 근로소득 총액은 40조2505억원으로 전체의 9.15%를 차지했고, 1인당 평균 근로소득은 2억2700만원으로 나타났다.
또 상위 10%의 근로소득 총액은 165조8211만원으로 전체의 37.69%, 1인당 평균은 9300만원이었다.

반면 하위 10%는 총액이 1조2326억원으로 전체의 0.28%에 그쳤고, 1인당 연간 근로소득도 70만원에 미치지 못했다.
다만 상위 10%의 근로소득 총액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2013년 귀속) 40.12%, 2015년 38.01%, 2016년 38.09%, 지난해 37.67% 등으로 점차 낮아졌다.
하위 10%의 근로소득 총액 비중은 2014년 0.18%, 2015년 0.26%, 2016년 0.27%, 2017년 0.28% 등으로 높아졌다.
근래 들어 복지국가의 역할이 전보다 강조되면서 근로소득의 격차가 미약하게나마 줄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자·배당소득의 소득집중도는 근로소득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했다. 지난해 한해 상위 0.1%(5만2083명)의 이자소득 총액은 2조5078억원으로 전체의 17.79%를, 상위 0.1%(8915명)의 배당소득 총액은 7조2896억원으로 전체의 51.75%를 각각 차지했다. 주식 보유 등 기업 투자에 따라 받는 돈인 배당소득의 경우 상위 0.1%가 국내 모든 배당소득의 절반 이상을 싹쓸이한 셈이다.

상위 0.1%의 1인당 평균 이자소득은 4815만원, 상위 0.1%의 1인당 평균 배당소득은 8억1677억원에 달했다. 애초 예금과 주식 등 자산이 적은 하위 10%는 지난해 고작 1인당 평균 28원의 이자와 79원의 배당을 받았을 뿐이다.

특히 상위 1%의 1인당 평균 이자소득은 1230만원, 상위 10%의 1인당 평균 배당소득은 1492만원으로, 이자·배당소득 2000만원 이상을 기준으로 하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서 빠졌다.
심상정 의원은 “1800만 노동자 절반 가까이가 월급 200만원이 안 되고, 근로소득 상위 20%가 하위 20%의 36배 이상으로 소득 양극화가 심각하다”며 “상위 0.1%에 집중된 이자·배당소득은 극심한 금융자산 불평등도 보여준다”고 밝혔다.

상위 0.1% 대기업 전체 이익 54% 독식
그렇다면 기업간의 격차는 어떠할까?
상위 0.1%의 이익을 낸 극소수의 대기업이 전체 국내 기업이 내는 소득금액의 절반 이상을 독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무상 용어인 소득금액은 손익계산서상의 당기순이익과 사실상 같다. 통상 기업이익으로 이해된다.

심상정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기업소득의 양극화가 극에 달했다고 공통되게 지적했다.

우선 심상정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를 신고한 기업 가운데 상위 0.1%(소득금액 기준) 기업 695곳의 소득금액 총액은 179조2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적자를 보지 않은 상위 60% 기업 41만7264곳의 소득금액을 다 합한 330조338억원의 54.30%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700곳이 채 안 되는 대기업들이 그보다 600배나 많은 하위 중견·중소기업과 맞먹는 수익을 냈다는 의미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수치다.

아울러 상위 10%의 기업 6만9544곳의 소득금액 총액은 304조4622억원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2.25%에 달했다.
다시 말해 하위 90%의 기업은 애초 이익을 내지 못했거나 냈더라도 미미한 수준에 그쳤던 것이다. 10%의 기업이 90%의 이익을 가져가고, 90%의 기업이 10%의 이익을 나누는 모양새다.

2013년 이래 상위 0.1%의 이익 비중은 55% 안팎, 상위 1%의 이익 비중은 75% 안팎, 상위 10%의 이익 비중은 92% 안팎으로 쏠림 현상이 매년 비슷하게 반복됐다. 통상 1%에 드는 기업을 대기업과 중견기업으로, 나머지 기업을 중소기업으로 본다.

한편 아예 흑자를 보지 못한 하위 40% 기업들의 경우 총 80조1548억원 규모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하위 10% 기업의 경우 매출 성격의 수입금액은 매우 크고, 순이익 성격의 소득금액은 마이너스여서 구조조정 중인 자동차·조선업계 일부 대기업이 섞여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조정식 의원도 “이전 정부에서 추진한 기업 정책은 모든 기업이 아닌 초고소득 대기업만을 위한 정책이었다”며 “기업 간 소득 양극화는 기업의 투자와 혁신 의지를 꺾고 결과적으로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트리기 때문에 하루빨리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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