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이슈] 가구업계의 경쟁 심화

요즘 보면 국내 가구업계의 시장판도가 심상치 않습니다. 가구업계의 선두기업이라고 하면 한샘을 떠오르게 되는데요. 지난해 사상 첫 매출 2조원을 돌파한 한샘이 올해도 한껏 자신들의 영향력을 발휘할 거라 기대를 했지만, 경쟁구도가 요동치면서 뒷걸음질을 치고 있습니다.

우선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이 지난해만 못하다고 합니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60% 넘게 줄었다고 하네요. 게다가 올해 들어 현대리바트와 이케아 등이 자꾸 가구 사업의 덩치를 키우면서 한샘을 추격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판이 흔들릴 정도라는데요.

특히 최근 종합 건자재 기업인 한화L&C를 인수하는데 성공한 현대백화점그룹의 현대리바트는 단번에 2조원대 가구기업으로 도약했습니다. 이케아는 한국진출 4년차인데, 요즘 매출이 급격히 불고 있다고 합니다.

3분기 한샘의 실적도 빨간불입니다.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한샘의 매출 곡선은 주택매매 거래량과 연동되는 편입니다. 그런데 요즘 주택매매가 뚝 떨어지는 추세죠. 한샘의 매출 가운데 70% 넘는 분야가 이른 바 신혼살림인 장롱, 침대, 소파, 식탁 등 가정용 가구와 부엌 가구입니다. 이사를 할 때 흔히 “가구 한번 바꿀까”하는데 말이죠. 그 수가 줄어드니 한샘에게는 치명타를 입게 되는 겁니다.

얼마나 주택매매 거래량이 줄어들었을까요. 올 상반기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은 43만7395건입니다. 지난해 상반기에 45만7758건이었으니, 4.4%가 줄어든 겁니다. 사실 지난해도 거래량이 많은게 아니었죠. 최근 5년간 상반기 평균 거래량은 49만건 정도인데요. 이와 비교하면 올해 상반기는 10% 가까이 주택매매가 사라진 겁니다.

참고로 한샘의 매출 중 30%는 주방이나 빌트인 관련 수납이나 자재 판매 등 소위 특판 부문입니다. 아무튼 한샘의 올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932억원, 261억원이었습니다. 올해 2조원대 매출을 올릴까도 고개가 갸웃해지는 순간이죠. 성장의 속도가 조금씩 줄어드는 기분입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경쟁업체는 속도를 점점 더 내고 있습니다. 앞에 언급한 현대백화점그룹이 한화L&C를 사들일 때 쓴 자금이 3680억원이었습니다. 현대백화점은 현대리바트가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 사업에서는 월등하지만 리빙시장에서 조금 더 속도를 내기 위해 한화L&C의 창호, 바닥재, 인조대리석 등 건자재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하게 된 겁니다. 두 회사의 매출을 단순 합산하면 지난해 현대리바트가 1조4447억원, 한화L&C가 1조636억원이니 대략 2조5000억이 넘는 기업이 됐습니다.

한샘이 단일 기업으로 매출 2조원의 쾌속성장을 지난해 기록했다고 하지만, 현대리바트가 지난 5년간 성장한 내역을 짚어보면, 차세대 유망주는 현대리바트입니다. 올해 1분기 현대리바트의 매출은 지난해 대비 76%가 증가했습니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몸집이 급격하게 성장 중입니다. 영업이익도 2012년 32억원을 기록한 뒤 매년 증가폭을 올리며 지난해 492억원을 달성했습니다.

꿈틀대는 시장 판도의 또 다른 원인은 이케아입니다. 2014년 이케아 광명점으로 한국인들에게 인사를 한 뒤로 고양점까지 열며 매출 4700억원대로 올라섰습니다. 원래 이케아는 도심 외곽의 대형 매장을 운영해서 접근성이 떨어졌는데요. 최근에는 서울 안에다 중소형 매장을 연다는 계획도 밝히고 있고요. 지난 9월부터는 온라인 쇼핑몰도 열었습니다. 또 내년이면 경기도 기흥에 대형 매장도  문을 열 예정입니다. 이래저래 업계 1위를 유지하던 한샘에게는 만만치 않은 경쟁구도가 펼쳐지는 모양새입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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