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하면서 일밖에 모르고 살아온 김 부장. 3개월 전 퇴직한 이후 아내와 자녀에게 서운함이 큽니다. ‘가족 행복’이라는 목표 아래 최선을 다해 살아왔는데 아내는 알아주기는커녕 매 끼 밥상을 차려야 한다며 귀찮아합니다. “친구들 만나 저녁까지 먹고 오세요”라며 노골적으로 외출을 강요하기도 합니다. ‘도대체 나한테 왜 이래?’ 억울함까지 듭니다.

김 부장 아내의 입장은 다릅니다. 일에만 몰두하는 남편을 대신해 아이 둘을 혼자 키웠답니다. 주말에도 “일이 있다”며 출근하는 남편이 야속했지만 잔소리하기 싫어 아이들 데리고 놀이공원 등을 다녔답니다. 아이들이 성장해 직장에 다닌 이후로 아내는 친구들과 해외여행도 다니며 즐겁게 중년을 보내고 있답니다.

남편 없이 보내는 시간이 익숙한 그녀. 남편이 정년퇴직한 뒤로 24시간 옆에 붙어 있는 남편이 부담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매 끼 새로운 반찬으로 밥상을 차리려니 스트레스도 쌓입니다. 요즘엔 외출할 때마다 “같이 가자”며 따라 나서니 ‘헉!’ 소리가 절로 난다네요.

 은퇴 부부, 특히 은퇴한 중년의 남자를 표현하는 신조어는 여러개입니다. 집에서 식사하는 남편의 끼니 수에 따라 붙여진 ‘영식님(한끼도 안먹는)’ ‘일식씨·이식씨’ ‘삼식이’는 너무나도 익숙한 단어가 됐죠. 끼니 수에 따라 ‘-님, -씨, -이’로 계층이 나뉘는 것은, 웃자고 하는 말 같지만 씁쓸한 감정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젖은낙엽족’도 요즘 신조어에 비하면 ‘고전’에 속하죠. 젖은 낙엽이 빗자루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아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모든 일을 의존하는 중년 이후의 남자를 뜻합니다. ‘하와이’의 뜻도 아시나요? 달콤한 허니문의 대표 지역인 하와이를 생각했다면 오답입니다. ‘하루종일 와이프와 있는 남자’를 말합니다.

‘젖은낙엽족’ ‘하와이’와 유사한 뜻의  신조어가 생겨났는데요, 바로 ‘여보나도족’입니다. 줄여서 ‘나도족’이라 칭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나 시장 갔다 올게요”라는 아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편이 말합니다. “여보, 나도~.” 심지어 “여고 동창 모임에 가요”라고 말했는데 “여보, 나도~”라고 반응하는 남편들도 있다고 하네요. 

최근 일본에서 유행하는 ‘와시모족’이 바로 우리의 ‘여보나도족’입니다. 나이가 들어 은퇴한 후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아내가 외출할 때면 눈치 없이 “나도 간다”고 따라나서는 남편을 일컫는 신조어입니다.

옛말에 ‘조단호부부’(造端乎夫婦)라는 말이 있습니다. ‘부부가 모든 일의 시작’이라는 뜻입니다. 특히 자녀들은 부모의 좋은 행동을 본받게 되지요. 남자든 여자든 가정과 사회 생활을 균형 있게 이끌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부부들이여,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금실 좋게 자녀의 존경을 받으며 살 수 있는 지름길이 ‘워라밸’임을 잊지 마세요!

 - 노경아 자유기고가(jsjys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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