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라운지]‘버진 하이퍼루프 원’사업 어디로…

리처드 브랜슨 회장(사진)이 참여하고 있는 차세대 초고속 운송시스템 ‘버진 하이퍼루프 원(Virgin Hyperloop One)’ 사업에 투자하기로 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계획을 취소했다.

영국 버진그룹을 이끌고 있는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2017년 하이퍼루프 사업체 하이퍼루프 원을 인수했다.
‘괴짜 사업가’로 불리는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은 하이프루프 원을 버진 하이퍼루프 원으로 바꾸고 난 뒤 직접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하이퍼루프는 19세기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이 제안한 아이디어다. 하이퍼루프는 진공상태에 가까운 원통 모양 튜브 안에 승객이 탄 캡슐을 로켓을 쏘듯이 발사해 순식간에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자율운행 방식으로 달리고 화석연료를 쓰지 않아 탄소배출이 전혀 없다.  최고 시속 1200km를 웃도는 빠른 속도로 달리는 수송수단이다.

2013년 일런 머스크 테슬라 회장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30분 만에 달린다는 구상을 내놓으면서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이후 버진 하이퍼루프 원과 미국 HTT, 캐나다 트랜스포드, 프랑스 SNCF, 중국 등이 상용화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버진 하이퍼루프 원은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왜 버진 하이퍼루프 원 투자 계획을 취소했을까. 바로 정치적 문제 때문이다.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피살 의혹과 관련해 진상규명 압박을 가한 바 있다. 이번 투자 취소는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의 보복 조치인 셈이다.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카슈끄지 사건에 대한 서방의 사우디아라비아 압박 행렬에 가세한 상태였다.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세부 내용이 밝혀질 때까지 버진그룹 우주사업과 2건의 홍해관광 프로젝트 추진과 관련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0억 달러 투자협상을 중단할 것”이라며 “카슈끄지 실종 및 피살의혹이 사실이라면 서방의 누구라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사업 관계를 바꿀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리처드 브랜슨 회장의 발언에 즉각적으로 대응했다. 영국의 한 소식통은 “한시간 반만에 하이퍼루프에 대한 콘퍼런스 초대를 취소한다는 연락이 왔다”며 “그들이 거래를 킬(kill)시켰다”고 말했다.

버진 하이퍼루프 원은 지난 18개월간 사우디 교통부에 공을 들여왔기 때문에 회사 내부에서도 브랜슨 회장의 발언이 사업에 차질을 빚지 않을지 우려를 표명하는 목소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브랜슨 회장 측은 사우디 당국의 계약 취소로 인한 피해는 입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브랜슨 회장의 지인을 인용해 “어떤 경제적 손실도 나지 않았다”는 그의 발언을 전했다.

회사는 첫 서비스를 2020년대 중반에 시작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하이퍼루프는 지금까지 DP 월드, 카스피안 VC파트너스, 버진그룹, 아부다비 캐피털그룹, SNCF, GE벤처스 등으로부터 모두 2억9500만달러의 투자금을 끌어모은 상태다. 브랜슨 회장 자신도 지난해 10월 하이퍼루프 원 투자에 참여했다. 

- 하제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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