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조·영업이익 1000억 클럽‘독주체제’완성
성공신화 DNA는 ‘사람·IT’

침체된 상권을 살리고, 심지어 건물주 위에 군림한다는 커피 브랜드가 하나 있다. 바로 스타벅스 브랜드다.
한국의 커피 소비시장은 스타벅스의 등장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가 있는데, 자판기 커피 일색이던 ‘식후 커피’ 문화에서 4000원이 넘는 다양한 커피를 마시게 하는 변화를 몰고 온 주역이 스타벅스가 아닌가 싶다.

특히나 스타벅스의 브랜드 파워는 막강해서 현재 전국의 수많은 건물주들이 스타벅스를 자신들 소유의 건물에 입점 시키려고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스타벅스가 입점하면 해당 건물의 임대료 가치가 치솟기 때문인데, 사실은 스타벅스가 장사가 될성부른 지역을 잘 골라내는 입지 전략을 구사하는 탓에 스타벅스가 들어온 지역 인근으로 상권이 활성화되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사람의 이동이 잦은 지하철 환승역 주변에는 특히나 더 많은 스타벅스 매장이 보인다. 환승역 주변에 위치한 스타벅스는 전체 매장의 약 40%에 달한다고 하는데, 이중 스타벅스가 가장 많았던 강남역 인근에는 총 10개의 스타벅스가 위치했다. 중심 상권이 밀집한 2호선의 경우 환승역 주변 500m 반경에 커피 매장이 320개가 있고 이 가운데 125곳에 스타벅스가 자리해 있다. 사람이 들고 나는 곳에 스타벅스가 꼭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스타벅스는 단기 전략으로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다. 스타벅스 계약은 대부분 5년 이상 장기계약 형태라고 한다. 그래서 건물주 입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고, 스타벅스가 입점함으로써 상권이 집중되고, 다시 사람의 유입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가 일어나는 것이다.

요즘 경제학 연구보고서나 논문을 살펴봐도 스타벅스를 통해 인근 상권을 분석하는 ‘스타벅스 경제학’이 인기를 끌고 있을 정도로 반드시 한번은 이들의 마케팅 전략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세탁물 빅데이터 활용한 입지선택
지금이야 스타벅스를 두고 세계 최고의 커피 전문점 회사라고 엄지를 치켜세워주지만, 1990년대만 해도 스타벅스는 그저 그런 커피 전문점 중에 하나에 불과했다.

스타벅스의 CEO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의 초창기 시절 사업 확장을 위해 아주 특이한 결정을 하게 된다. 바로 당시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던 아서 루빈팰트를 영입하기 위해 우리식으로 ‘삼고초려’를 했다고 한다. 아서 루빈은 스타벅스에 합류하는 조건으로 점포개발 부서와 부동산 부서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부사장급 자리를 신설하라고 조언했고 이 부서의 총괄자리를 자신에게 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슐츠가 이를 승인하면서 스타벅스는 ‘제2의 창업’이라고 할 수 있는 대대적인 변화에 들어서게 된다. 이후 스타벅스가 입점한 상점의 디자인, 구조, 외관, 스타벅스의 브랜드 컨셉과 점포 위치를 총괄적으로 결정하게 된 것이 이때부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스타벅스 부동산 팀에는 세탁소 방문과 분석을 전담하는 인력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스타벅스의 성공과 세탁소 데이터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다는 것일까?
앞서 언급했지만 스타벅스와 같은 프랜차이즈 사업의 성패는 무엇보다 입지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판매하는 커피의 품질도 당연히 최고여야 하지만 소비자가 많은 매장을 찾는 것이 빠른 성공을 위한 지름길이었다. 그런데 재미나게도 스타벅스는 좋은 위치를 찾는 방법으로 세탁소의 세탁물을 분석해 그 결과에 따라 위치를 선정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스탁벅스의 주요 타겟층이 직장인이었고 이는 세탁소의 셔츠류 비율을 통해 출퇴근 사무직 종사자가 얼마나 거주하는지를 알 수 있는 빅데이터가 됐던 것이다.

그래서 스타벅스는 이러한 원칙을 기반으로 전 세계 시장을 진출할 때 동일한 전략을 구사했다. 그리고 이러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입지를 선정하다 보니까, 주로 금융기관이 몰려 있는 지역에 위치를 많이 하게 된다는 결과를 얻게 됐다.

한국에 진출한 스타벅스의 위치를 살펴봐도 강남구와 중구 등 금융기관이 많은 곳에 밀집해 있다. 그런데 스타벅스는 이러한 기본 원칙을 벗어나 아주 한적하고 외딴 곳에 입지를 선정하기도 했다. 여기서 발생한 신규 서비스가 바로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였다. 스타벅스의 드라이브 스루 전문점도 대박을 터트리는 아이템이 됐다. 상황과 목적에 맞춰 스타벅스는 자신들의 입지 선정에 성공신화를 계속 쓰고 있는 것이다.

드라이브 스루 등 최신 서비스 선도
그러한 점에서 스타벅스코리아의 위상은 전 세계에서도 가장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그 이유는 스타벅스코리아가 드라이브 스루와 사이렌오더를 가장 먼저 개발하고 이를 전 세계 매장으로 전파한 주인공이기에 그렇다.

일단 사이렌오더부터 설명하면, 2014년 5월 스타벅스코리아가 스마트폰 앱으로 매장 방문 전 음료를 미리 주문하고 결제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이것이 점심시간처럼 바쁜 때에 오래 줄을 설 필요가 없게 되면서 마니아층 사이에서 이슈몰이가 됐다.

한국에서만 한해 사이렌오더 이용 횟수가 5000만건을 넘어섰다고 한다. 한국지사 개념인 스타벅스코리아가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이를 전파해 미국, 캐나다, 홍콩 등으로 전파한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앞서 언급한 드라이브 스루 화상 주문 시스템 역시 국내에서 처음 시작한 서비스다. 스타벅스는 직원과 고객이 직접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문화를 매우 중시한다.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진동벨이 없다는 점도 다른 프랜차이즈와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그래서인지 스타벅스코리아는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음성으로 주문하는 다른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와는 대조적으로 42인치 대형 스크린을 통해 고객과 직원이 화상으로 마주 볼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스타벅스는 차량 번호를 자동으로 등록하면서 고객을 인식하는 시스템도 발전시켰다. 이렇게 되면 향후 스타벅스 결제카드와 연동시켜 고객이 지갑을 열 필요도 없이 제품을 받아 차를 끌고 나가면 끝난다. 이러한 서비스는 전 세계 커피 업계에서도 화제가 될만큼 히트를 친 사례다.

미국 본사보다 한발 먼저 앞서 가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성공시킨 주인공은 이석구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석구 대표가 CEO로 영입되기 이전과 이후로 스타벅스코리아를 설명할 수 있는데, 2007년까지만 해도 스타벅스는 지금의 명성과 비교해 처참한 인지도를 받으며 대표이사만 3명이나 바뀌는 실패를 경험했다.

그러다가 2007년 12월 스타벅스커피코리아 4대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석구 대표가 마술과 같은 경영을 보여주면서 성공신화를 쓰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지난 1975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이후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조선호텔 등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서비스 업종에서는 베테랑으로 불렸다. 참고로 신세계 계열사인 이마트가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분을 50% 소유한 최대주주다.

직원과 IT 중심의 기업문화
어찌됐든 이석구 대표의 스타벅스 코리아는 2016년 매출 1조28억원을 기록하면서 국내 커피전문점 가운데 처음으로 ‘연 매출 1조 클럽’에 가입을 하게 된다. 매장 수 면에서도 2010년까지만 해도 327개 불과했던 매장수가 3년 만인 2013년 500호점을 넘어섰고 3년 후인 2016년엔 1000호점을 돌파했다. 2017년에는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3.9% 증가한 1144억원을 달성해 영업이익 1000억 클럽도 가입했다. 커피 전문점 2위인 투썸플레이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3000억원이 안 된다. 3~5위권에 있는 이디야, 엔제리너, 커피빈 등의 매출은 각각 2000억원이 안 된다.

매출과 영업이익 면에서 환상적인 실적을 기록하면서 이석구 대표는 12년 동안 CEO 연임을 하게 됐다. 신세계그룹 계열사 대표 중 최고령이자 유통업계 최장수 CEO 반열에도 올랐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스타벅스코리아는 물론 이석구 대표를 두고 “약점을 찾을 수가 없는 유일한 회사와 CEO”라고 평가한다.

이석구 대표의 성공신화를 설명할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키워드가 몇가지 있는데 그것은 사람과 IT다. 스타벅스는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거의 선도적으로 매장 직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한 곳이다. 전국에 1200개 정도 매장에서 1만4000여명이 근무하는데 모두 정규직이다. 그리고 여성의 육아 및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2014년부터 ‘리턴맘’ 제도를 도입해서 시간선택제 근로도 가장 발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스타벅스 직원들은 IT기업처럼 서로 영문 별칭을 부르고 직급을 부르지 않는다. 직급도 파트너로 모두 동일한 위치에 있다. 그래서 조직문화는 수평적이고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가 잘 안착돼 있다. 직원의 회사 만족도가 어느 대기업 못지않은 곳이 스타벅스코리아다.
여기에 더해 스타벅스코리아는 아날로그 감성이 짙은 커피 문화에 IT라는 첨단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지난 2009년 업계 처음으로 선불식 충전카드 ‘스타벅스 카드’를 선보였고 2011년 모바일 사이트 결제 서비스를 열어 지갑에 카드를 넣고 다니지 않아도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도 완성했다. 스타벅스코리아에는 바리스타 모바일 교육 시스템이 있는데. 바리스타가 주문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시스템과 QR코드를 활용한 재고관리도 업계에서는 거의 선도적인 수준에 올라 있다.

2007년 경영실패를 반복하던 스타벅스코리아가 다시 일어선 계기는 이석구 대표의 독특한 중장기 전략이 잘 통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스타벅스코리아의 성공신화를 만들어가는 사람은 이석구 대표 혼자가 아닌 1만4000여명의 직원들이다. 스타벅스코리아가 왜 한국의 강소기업이 됐는지, 그 마케팅적인 성공요인을 찾으려면 가까운 매장을 방문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석구 대표의 성공 DNA가 무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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