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내수 소비시장이 침체기에 빠졌지만, 여전히 비즈니스 기회는 곳곳에 있다. 소비시장 트렌드를 미리 읽고 대응하는 기업이라면, 2019년 사업전망도 그리 비관적이지 않다. 최근 소비시장을 공략하는 포인트로 ‘어르신, 나홀로 가구, 가치소비 세대’ 등을 살펴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간한 ‘인구변화에 따른 소비시장 신(新) 풍경과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급격한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국내 소비시장이 빠른 속도로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한 뒤 이같이 지적했다.

대한상의가 꼽은 첫번째 변화는 어르신 시장의 확대다. 2017년 60대 이상 은퇴 연령 인구가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 2000년의 2배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이들이 새로운 소비 주역으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특히 소비 여력이 크지 않았던 옛날 어르신과는 달리 이들은 구매력과 지출의향이 높은 것은 물론 온라인 쇼핑에도 능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일본의 경우 고령자들이 의료·간병 산업 등 전통적 ‘어르신 소비’뿐 아니라 은퇴 전 현역 시절과 비슷한 소비 행태를 보이며 시장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면서 “70세 이상 고령층이 가계 금융자산의 6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소비의 단위가 과거 가족 위주에서 이제는 ‘나홀로’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0년 15.5%에 불과했던 1인 가구 비중이 2017년 28.6%로 확대되면서 외식과 조리식품, 편의점 간편식 등의 선호도가 높아졌으며,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가격이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2000년 이미 1인 가구 비중이 27.6%에 달하고 최근에는 34.5%까지 높아진 일본에서도 가족 소비가 주로 이뤄지는 백화점, 슈퍼마켓 등의 매출을 줄어든 반면 편의점 매출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이른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추구)’‘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 추구)’ 등의 신조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치소비의 확산이다. 남들 하는 대로 따라 하는 ‘인기 소비’를 거부하고 나만의 만족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으로, ‘작은 사치’ 관련 시장이 확대되고 물건을 소유하기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고서는 일본의 경우 최근 ‘작은 사치’가 젊은 세대에서 고령 세대까지 확산하면서 친구나 지인과 함께 즐기는 트렌드로 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상의는 이런 소비시장의 변화에 대응한 전략으로 △어르신 친화적 환경 조성 △개인 맞춤형 전략 △가치와 감성 자극 등을 제시했다.

먼저 어르신 시장은 편리함의 정도가 중요한 선택 기준이기 때문에 일본 세븐일레븐의 이동판매서비스와 세이코마트의 만물상 매장 등과 같이 찾아가는 서비스, 쉬운 온라인 환경 등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1인분 시장 공략의 좋은 사례로는 소포장 상품을 늘린 일본 편의점 로손의 사례, 가치소비에 대응하는 전략으로는 고전 명작영화나 CD를 진열하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쓰타야 서점 등을 꼽았다.

김난도 교수, ‘콘셉팅·1인마켓·데이터지능’ 제시
“2019년 대한민국 소비 트렌드는 원자화·세분화하는 소비자들이 기술 등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정체성과 자기 콘셉트를 찾아가는 여정이 될 것입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지난해 연말 전경련 국제경영원(IMI) 조찬강연에서 연사로 나와 2019년 소비 트렌드 전망을 이와 같이 역설했다. 김 교수는 매년 연말이면 새해 소비 트렌드 리포트를 선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전망에 대해 기업 관계자는 물론 일반 대중들의 관심도 매우 높은 편이다. 

김난도 교수는 “기업은 이제 마케팅이 아닌 콘셉팅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아야 한다”며 “콘셉팅을 할 수 있는 기업과 브랜드야말로 콘셉트에 열광하는 소비자를 잡고 트렌드를 이끄는 리딩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말하는 콘셉팅이란 단순히 제품의 유용성이나 장점을 홍보하는 것을 넘어 제품을 통해 특정한 주제나 사연, 독특한 체험, 웃음 등을 소비할 수 있도록 제품에 테마와 개성을 부여하는 것을 뜻한다. 김 교수는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한 1인 미디어는 1인 마켓으로 발전하며, ‘셀슈머(Sell-sumer·판매자 겸 소비자)’라는 신조어로 이미 온라인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셀슈머는 유통의 세포 분열, 즉 세포마켓(Cell Market)이라고 정의하는데 SNS 마켓을 비롯해 중고 거래, 오픈마켓 거래 등을 포함한 국내의 개인 간 거래(C2C) 시장은 약 20조원 규모에 달할 만큼 유통시장에서 또 하나의 핵심축이 됐다는 사실을 기업이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하나의 시사점으로 ‘데이터 지능(DI)’을 꼽았다. 인공지능의 시대를 넘어 데이터 지능의 시대가 오면서 앞으로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데시전·Date+Decision)과 이를 통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김 교수는 기업들이 데이터를 충분히 활용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산업발전과 개인정보보호의 균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 갑질 근절과 환경 보호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매너 소비’와 ‘필(必)환경’(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환경 보호) 등을 중요한 키워드로 꼽았다.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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