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수출액이 6000억달러를 돌파하며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올해에는 세계 제조업 경기와 주요국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미국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의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등 수출 여건이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모습.

지난해 수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올해에는 여건이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세계적인 보호무역 확산과 미·중 무역분쟁, 세계 경기 회복세 둔화 등 수출 환경이 좋지 않은 데다 자동차와 조선 등 주력산업의 수출 동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다.

새로운 수출시장 발굴과 산업경쟁력 강화 등 수출 성장세를 이어갈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역수지 10년 연속 흑자 달성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6000억달러를 돌파하며 최대치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8년 연간 수출액이 사상 최대인 6055억달러(675조7380억원)로 잠정 집계됐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5.5% 증가한 것으로, 1948년 수출을 시작한 이후 70년 만의 최대 실적이다. 6000억달러 돌파는 2011년 5000억달러 달성 이후 7년 만이다.

지금까지 미국, 독일, 중국, 일본, 네덜란드, 프랑스가 6000억달러를 돌파했으며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7번째다.

수입도 전년대비 11.8% 증가한 5350억달러로 사상 최대였고, 무역액 역시 역대 최대인 1조1405억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수입·무역액 모두 최고실적을 낸 가운데 무역수지는 705억달러로 10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세계 수출 순위는 2년 연속 6위를 지켰으며 세계 무역에서 우리 무역 비중은 역대 최대인 3.1%였다.
연간 수출을 품목별로 보면 13대 품목 중 반도체·석유화학·일반기계 등 6개 품목 수출이 증가했다. 석유제품 33.5%, 반도체 29.4%, 컴퓨터 17.3%, 석유화학 12.0%, 일반기계 10.2%, 섬유 2.5%다.

반도체는 1267억달러로 단일 품목 사상 세계 최초로 연간 수출액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복합구조칩 집적회로(MCP) 1.0%, 차세대 저장장치(SSD) 20.1%,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10.4% 등 고부가가치 품목 수출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일반기계·석유화학도 처음으로 연간 500억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올해 수출, 지난해보다 둔화 전망
전문가들은 올해 수출이 증가세를 유지하겠지만, 지난해만큼 큰 폭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우선 세계 제조업 경기와 주요국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미국 등 선진국의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의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등 대외 환경이 나빠지고 있다.

자동차와 조선 등 주력산업이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가운데 중국이 여러 분야에서 무섭게 추격해오고 있다.

지난해 약 30% 성장률을 기록하며 수출을 이끈 반도체는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올해 수출 증가율이 한자릿수로 내려앉을 전망이다.
이 같은 이유로 산업연구원은 수출 증가율이 지난해 6%대에서 올해 3.7%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무역협회(3.0%), 현대경제연구원(3.7%), 한국경제연구원(3.6%)도 비슷한 전망이다. 정부도 수출 증가율이 올해의 절반 수준인 3.1%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수출 향방을 좌우할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미·중 무역분쟁이다.
우리나라 수출의 최대 행선지인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무역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는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면 우리나라 대중 수출의 약 80%를 차지하는 중간재 수출이 타격을 입는다. 무역분쟁으로 미중 경제성장이 둔화하면 자연스럽게 한국산 제품 수입도 감소한다.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통상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갈등, EU·일본과의 양자 무역협정에 집중하면서 한국은 일단 사정권에서 벗어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정에서 자동차를 양보한 점을 강조하며 한국은 자동차 관세에서 면제해야 한다고 미국을 설득하고 있다.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강행할 경우 다른 국가들이 보복에 나서면서 세계 교역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 때문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EU와 나머지 국가들도 보호무역 조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면서 “올해에 이런 조치가 본격화할 수 있어 상당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신남방·신북방으로 눈 돌려야”
정부도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수출시장·품목 다변화와 산업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미·중 의존도를 줄이고자 신(新)남방·신북방 국가와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경제 영토를 넓히고 있다.

신남방·신북방 지역의 수출 비중은 2011년 17.8%에서 지난해 20.8%로 증가했으며, 아세안(ASEAN)·인도·독립국가연합(CIS) 수출도 역대 최대인 1160억달러를 달성했다.

자동차, 철강, 조선 등 13대 주력품목 수출 비중이 2011년 82.1%에서 지난해 77.7%로 낮아지고, 정부가 집중 육성하는 유망소비재와 신산업 품목 수출 비중은 증가했다.

정부는 올해 수출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무역보험 등 수출기업에 대한 정책금융을 지난해보다 12조원 늘어난 217조원으로 책정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위기에서도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미국의 대중 견제는 중국 기업의 첨단기술 확보를 어렵게 할 수 있으며, 우리 기업이 대중 관세로 가격 경쟁력이 약해진 중국 기업을 제치고 미국 수출을 늘릴 수도 있다.

문병기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기회 요인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FTA 네트워크가 잘 구축돼 있으니 이를 보호무역 리스크 완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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