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새해가 밝았지만, 여전히 고용문제는 한국경제가 당면한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되고, 높은 청년실업률과 낮은 여성고용률로 대표되는 세대 간, 성별 간 불균형 문제가 확대되는 등 고용구조가 악화돼 왔다. 일자리 수요와 공급간 미스매칭도 상당한 수준이다.

최근 인공지능 발전, 디지털기반 경제의 확대 등으로 산업구조가 급변하고 있어 일자리 미스매칭 문제는 향후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들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등의 제도변화가 큰 부작용 없이 연착륙 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고용구조 변화와 정책 과제’라는 정책보고서 가운데 정부의 재정정책·통화정책·환율정책 등 거시경제적 방법론을 정리했다.

한국경제의 고용구조를 나타내는 지표들은 대부분 밝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2017년 현재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는 4393만명이며, 고용률은 60.8%다. 경제활동인구 2775만명의 96.3%가 취업자(실업률 3.7%)이며, 취업자 가운데 정규직 근로자가 50.2%, 비정규직 근로자는 24.4%, 자영업자 등 비임금근로자는 25.4%에 달한다.

고용구조 개선이 우선 과제
경제가 성장하면서 경제활동인구가 늘고 고용률이 높아지는 등 고용이 양적으로 꾸준히 성장했으나 OECD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한국경제는 고용구조에 특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손욱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은 그 특징을 3가지 측면에서 진단하고 있다.
첫째, ‘인구보너스 효과’가 소멸되고 있다는 것이다. 생산가능인구를 흔히 15~64세로 보는데, 2017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인구요인이 앞으로 고용규모를 축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둘째, 높은 비정규직 및 중소기업 취업자 비중이다. OECD 기준인 임시직 근로자 비중은 2017년 20.6%로 OECD 평균 11.2%의 2배에 가깝다.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이 32.9%로 종업원수 250인 미만 기업의 고용 비중은 87.2%로, 미국(40.7%), 일본(52.9%), 독일(62.9%) 등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셋째, 청년층 및 여성의 고용이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청년(15~29세) 고용률은 42.1%로 OECD 평균(53.3%)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낮으며 청년 실업률이 빠르게 상승(2008년 7.1%→2017년 9.8%)하고 있다. 여성 고용률은 56.9%로 OECD 평균(60.1%)에 못 미치고 남성과의 고용률 갭이 16%포인트로 OECD 국가 중 4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손욱 원장은 “고용구조의 개선 없이는 고용상황의 개선도 용이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은 목표에 고용안정 추가 신중해야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용 없는 성장이 가속하며 통화정책 목표에 물가안정, 금융안정 외에 추가로 고용안정을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고용도 통화정책의 주요 책무라는 인식에서다. 실제로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용 부진이 계속되자 1970년 도입 이후 사문화했던 통화정책의 완전 고용 목표를 부활시켰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목표에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방안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진일 고려대 교수와 박성호 한국은행 연구위원은 이번 정책 보고서에서 “한은의 통화정책 목표에 고용안정까지 추가되면 정책 목표가 서로 상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고용을 고려한 통화정책은 물가안정 목표제와 비교해 경제 충격에 보다 신속한 반응을 가능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면서도 “통화정책이 고용에 미친 영향이 미미하다는 일부 비판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은이 보유한 정책수단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고용안정 목표를 추가하려면 많은 연구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고용안정을 위한 거시경제정책 수단으로 통화정책보다 유럽과 같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제언했다. 유럽은 실업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수동적 방식이 아니라 재교육, 직업 탐색 기능 강화 등 구직자의 고용 기회를 증진하는 방향의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을 펴고 있다.

특히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에 대한 지출 비중이 높은 북유럽 국가의 경우 남유럽보다 실업률이 낮게 나타나는 등 실증적인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보고서는 “고용을 위해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영하더라도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특성을 고려해 재정 건전성, 대외건전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며 “재정 수입, 지출을 잘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환율정책으로 대응한 일본의 고용안정 정책은 한국에 ‘독’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일본은 확장적 통화정책과 엔화 평가절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아베노믹스’로 실업률이 하락하고 고용률을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보고서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환율 조정을 통해 대외 부문을 부양하면 향후 대외충격에 더 취약해져 고용 불안정이 오히려 심화할 우려가 있다”며 “대외 부문을 확대하기보다는 내수 기반 중심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지나친 대외의존도를 낮춰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선진국가의 구체적인 정책 사례는
세계 선진국가들의 고용에 대한 거시정책 사례로는 유럽의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에 대한 재정투입 증가, 미국의 이중책무 통화정책 등을 들 수 있다.

유럽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에 대한 재정투입을 증가해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높이려 노력 중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실업률, 특히 장기실업률이 급등함에 따라 이에 대한 처방책으로 유럽을 중심으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 부상한 것이다.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란 실업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수동적 방식이 아니라 재교육, 직업탐색기능 강화 등 구직자의 고용기회를 증진시키고자 하는 일련의 정책을 의미한다. 이중 어떤 분야가 고용창출에 가장 효과적일지는 경제상황이나 국가별 노동시장 제도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보조금 지급이나 직접고용 창출 보다는 직업소개 및 교육 등과 같이 노동시장의 마찰적 요소를 해소하는 분야가 장기적으로 더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에 대한 지출 비중이 높은 스웨덴, 덴마크, 독일 등 북유럽 국가의 실업률이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는데, 노동시장 정책에 대한 지출은 실업률 감소, 실업기간 축소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실증적으로 분석된다.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의 여러 분야 중 근로자 재교육, 직업탐색 강화 등 노동시장의 마찰적 요소를 제거하는 분야에 대한 지출이 보다 효율적이다.

물가안정과 더불어 완전고용을 목표로 하는 이중책무가 미국 연준에 도입된 것은 1977년이다. 1970년대 중반 미국의 실업률이 높아지고 경제적 불안감이 확산되던 때다. 물가상승률도 매울 높았다. 그러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물가상승률이 2%로 안정되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미국은 대안정 시대를 맞이한다.   

다시 완전고용이 미국 통화정책의 책무로 재인식 된 계기는 금융위기 이후 회복과정에서부터다. 2010년 연준 통화정책 결정문에 고용안정이 처음 등장했고,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중책무가 언급되고 있다.

대부분의 미국 전문가들은 고용을 고려한 통화정책은 물가안정목표제와 비교해서 경제충격에 보다 신속한 반응을 가능케 하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통화정책이 고용에 미친 영향이 미미하다는 일부 비판도 있다. 아직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의 이중책무에 대한 평가의 시각은 갑론을박이 있는 상황이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